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빼박~~

운산티앤씨 2019. 5. 9. 11:44





빼박. 빼지도 박지도 못하는 상태. 고착 상태. 진퇴양란? 이건 좀 의미가 멀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되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또 인용하지만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상태는 주인공의 작은 용기에 서서히 무너져 내립니다. 담임이 본격적으로 나서자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급우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하는 거죠.

별 스럽지 않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단박에 써냈다는 이 단편이 유달리 기억나는 아침입니다.

왜 공장 바닥에 숨겨 두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찾아 냈을까? 두가지 질문에 모든 답이 들어 있습니다. 아마도 그 노트북과 서버, 하드에는 양날의 칼이 숨어 있었을 겁니다. 즉 제출해야될 자료와 없어져야할 자료가 범벅이 되어 있다는 거죠.

사실 이 동전의 양면처럼, 상반되는 자료는 각기 존재할 수가 없죠.

뭔가를 조작하자면 모 데이타가 있어야 하는 법. 과거엔 필기와 수작업 계산을 해야 했으니 이중 장부란 형태로 분리해서 보관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주로 써야 하는 요즘엔 어떤 형태로든 포를 떠와야 하니 당연히 남을 수 밖에 없죠. 엑셀 정도만 구동할 줄 알아도 이해하실 수 있는 대목입니다. ㅋ

이는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왜냐구요? 원친이 되는 모 데이타를 삭제를 하게 되면, 그간 내놓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의 근거가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니까요. 그래서 싹 다 없애질 못했던 거죠.

그리고 두번 째 의문이 콕 집어 파낸 일입니다. 그 넓은 공장을 뒤지자면 일도 일이거니와 법원 영장 없인 불가능한데 아무리 혐의가 있다 하더라도 공장을 해체하는 수준 까지의 압수수색영장은 불가능할테죠. 즉 내부 고발자가 있다는 뜻이고 이 사람은 아마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어 소위 말하는 형량 협상을 했거나, 혹은 그 광경을 목격한 정의의 일인일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주모자가 구속이 되었습니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인물이란 뜻이고 누가 뒷배를 봐주건에 상관없는 빼박이런 뜻읿니다.

한편 전자라면 사태는 돌이킬 수 없을 사태로의 즉시 발전이지만, 후자라면 좀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공사비를 부풀려 세금을 떼먹었다는 고발이 그간 그들을 감싸던 조직에서 나왔다는 건 그토록 굳건했던 아성의 또다른 담벼락이 무너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미국, 정의가 살아 있는 동네라곤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 많은 인구를 일일히 통제하기 어려우니 당연히 어이 없는 사건과 사고들이 끊이지 않지만 금권을 이용한 민생 침해에서는 가혹할 정도로 단호하게 대처하며, 아무리 실력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도 지나치게 비대하여 정부와 국민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이 들면 산산조각 내버리는 시스템이 건재하다는 겁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십배는 될 것으로 짐작되는 피해자들이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고작 전직 바지 사장 몇명만 죄값을 치릅니다. 여기엔 또 대마불사, 즉 그것을 공중분해시켜 버렸을 때, 딸린 식솔들은 무슨 죄냐, 그리고 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논리가 버젓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방향을 잡아 쳐박아야 에어백이 터진다는 해괴한 논리를 가진 기업도 있죠. 이미 미국에서 터진 건으로 인해 치명타를 입었건만 또 감추다가 이번엔 정말 급소를 가격 당해 절명할 위기이건만 다시 전술한 같잖은 논리로 감싸기 바쁩니다.

오늘 신문에 기존의 자동차를 개조하여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탈바꿈시킨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난 이걸 보고 피식 웃었습니다. 왜냐? 전기 자동차 바람이 처음으로 불 당시, 이미 국내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했건만 특허나 판로가 막혀 일본으로 간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생생했거든요.

이제 굴뚝 산업은 정말 맛이 갔습니다. 이것에 목을 매는 한, 언제까지고 대마불사 논리, 경제 회생을 위한 국민 희생의 당위성, 소득 불균형이 가져오는 국론 분열은 끊이지 않을 겁니다.

언제까지 스마트폰이나 쳐만들며 세계 1위라고 자랑질 할 건가요? 이 기기에 도대체 어떤 기능을 얼마나 넣으면서 자랑스러운 대표 기업이라고 뭐든 면죄부를 받으며 버틸까요?

난 이 정부가 다른 일 하나도 안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적폐 청산. 이 명제만이 내 남은 여생을 편하게, 마음이나마 편하게 보낼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트브이의 예능 대회 나갔던 재능있는 애 하나가 과거 일진 활동때문에 급추락하더군요. 이젠 세상이 경천동지, 천지개벽할 정도로, 상전벽해 되었다는 작은 증거죠. 무결점 인간들만이 공인이라는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도 험합니다. 엄상태는 오늘 기사거리가 된 곳들에만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너무도 많은 엄상태, 타인의 피와 땀을 바탕 삼아 살찐 고양이와 기생충들이 너무나 많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다 잡을 순 없습니다. 그러려고 해서도 안되고요. 왜냐? 그랬다간 하루가 조용할 날도 없을테고 사람들은 지쳐갈 겁니다. 대신 큰 엄상태가 되는 걸 막는 시스템은 갖춰져야 하죠. 그리고 언젠간 그 댓가를 받아야 하는 정의도 자리 잡아야 하고.

앞으론 기업의 제 1의 존재 목적은 사회 공헌에 바탕한 이윤 창출이어야 할 겁니다. 다들 입으로만 떠들면서 그간 잘 해먹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젠 정말 어려울 걸? 얼마전 대천항에서 일하던 종업원에게 갑질했다던 사장이야기 기억나시나요? 곧바로 그 지역 졍제가 쑥대밭이 될 위기에 몰렸고 급기야 상관없는 상인들까지 머리를 숙여야 했습니다.

원래 장닭도 아닌 것이 함부로 대가리 휘젓다간 모가지 부러지게 되어 있었는데 이제야 그걸 보게 되니 참으로 난감하네요. ㅎㅎㅎ

갑자기 이 노래가 왜 생각날까? 가사와는 상관 없이... 헐리우드 감독들이 주인공이 한방에 몰락하는 장면에서 자주 인용해서 일 겁니다.

https://youtu.be/y2oKRKZnE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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