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섹스 돌의 등장

운산티앤씨 2018. 3. 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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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 - 관계

얼마 전, AI가 적용된 로봇이 나왔다가 진하게 질타를 받은 바 있는데, 워낙 실물감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몇 년 전을 되돌아보면 실로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얼굴 가죽이야 사람을 본떠 만들어도 미묘한 감정의 표현, 그리고 입놀림 따윈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이젠 그것조차 가능하니 감동을 넘어 간담이 서늘하기조차하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어떤 기술의 발전은, 변곡점 혹은 싱귤래리티 (이건 좀 과하다마는)에 도달하면 그다음부터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뻗어나가게 되어 있다.

나는 미래에 우리가 접할 무수한 기술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성을, 섹스를, 남녀의 관계를 대체하는 섹스 돌이라고 본다. 우린 떡침은 숨겨야 할 부끄러움이고, 가능하면 드러내지 않아야 할 치부이며 쫌 배운 자라면 능히 참고 그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담백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강박에 시달리니 삶에서, 어쩌면 가장 강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없어질 수 없는 욕망들 중 대다수는 기술의 발전이 더해져도 지금과는 그다지 큰 차이는 없겠다만은 - 예를 들어 식욕을 들 수 있다. 지금이야 소를 잡아야 괴기를 먹지만 가까운 미래엔 괴기를 합성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입맛과 소화기관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게다. - 그러나 섹스와 남녀의 관계에 있어서 대체재의 등장은 그야말로 사회적 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별 씨잘데기 없는 걱정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 요즘 벌어지는 미 투도 그 욕망을 풀 수 있는 남 혹은 여를 초월하는 대체재가 있다면 있을 수 없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도 내 삶에서 가장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고, 받고, 받을 관계는 여자와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과거형은 비러먹은 뇬들이고 현재 진행형은 마누라이며, 미래형은 마누라와 딸내미다.)

도시 이 동물들은 종잡을 수가 없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토설해야 마땅하거늘, 때론 몸짓으로, 때론 침묵으로, 어떤 경우는 반대되는 행동을 보여주어 남자를 헷갈리게 한다. 반면 이런 행동들이 인간의 철학적, 문학적 발전에 지대한 영향과 영감을 주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만 마냥 당해야만 하는 갑남의 입장에선 실로 괴롭기만 하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섹스 돌의 본격적인 등장은 여자들에게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주리라 본다. 유전적인 영향과 지금의 교육 때문인진 몰라도 남자가 여자에게 바라는 건 아주 간단하다. 시키는 대로 다 할 것, 귀찮게 하지 말 것, 이 두 가지 외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자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인다. 남자가 원하는 것외에 인간이 보여주는 다양한 감정적인 변화를 자신 위주로 흘러가야 하고 때론 이런 흐름이 자신을 배척하여 힘들게 해도 기꺼이 그것에 몸을 던진다. 예를 들자면 헤어지기 싫은데도 헤어짐을 강요하고선 그것을 즐기는 양을 보면, 매조키스트적인 성향이 있지 않나 싶을 정도다.

더 깊이 이야기해봤자 욕만 먹을 테고. 남잔 여자에 대한 관심이 점차 식을 수밖에 없다. 만들 수 있다란 문장이 주는 의미는 이상형을, 가장 강한 성적 욕구를 끌어낼 수 있는 얼굴과 몸을 창조할 수 있음이며 언제든 버리고 떠나도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가장, 아버지, 남친, 애인의 자리에서 느낄 중압감이 완전히 사라짐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힘들게 개척해온 여자의 입장은 어떨까? 남성 섹스 돌이 현생 인류의 남성을 대체할 수 있는가? 절대 아니다. 고작해야 대물을 가진 도구나 무조건적으로 충성하는 개 같은 로봇만이 있을 뿐이다.

여기까지가 내 상상의 한계이다. 그 너머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나불거려봐야 자격 없는 자의 개나발이고 풀어놓은 썰에 대한 책임만 남을 테니. 하지만 독자들께선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 보기 바란다. 남자가 떠난 후 어떤 사회가 올 것이며, 지금의 관계들은 어떤 변화를 겪을 지를 말이다.

우야둥둥 눈 감기 전에 그런 세상을 꼭 봤으면 하는 바램이...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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