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새날은 밝았으되...

운산티앤씨 2018. 2. 1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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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스타(G-Masta) 신처용가(feat UMC, 이강희) (가사 첨부)




녀석과 이야기를 나눈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마 고 1이 되면서부터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입을 다물더니 도통 내 말은 귓등으로 흘려 버리고 어디서 이상한 선배나 학교에서 떠도는 풍문 따위를 듣고 와선 지 에미에게 살짝 하곤 또 나에겐 침묵.

난 그게 큰 문제라곤 생각하진 않는다. 왜? 나도 그 나이 때 나도 모를 분노와 반항으로 부모님들을 대하고 그 타는 속을 못 본 체 엇나갔으니까. 하지만 오래 가진 않았다. 철이 들면서 그들이 나에 쏟은 노력과 희생이 조금씩 눈에 보였고, 비록 고운 단어들로 수놓지 않았던 그 독설들이 결코 나에게 해가 되진 않았음을 조금씩 알았기 때문이다.

나도 부모다. 내 어찌 자식에게 해 될 말을 하겠으며 그들이 원하는 걸 100% 까진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러니 언젠간 그 닫힌 입이 열리겠거니 했을 뿐, 결코 초조해하지 않았다.

결국 따로 국밥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오전 노친네들을 모시러 가니 이미 맏이네 아이들이 와서 세배를 하고 갔다나. 더 묻지 않았다. 알아서 뭘 어쩔 것인가? 그건 맏이와 두 분의 문제이지 내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오겠다던 동생마저 차가 막히니 어쩌네 하더니 배가 갑자기 아프다나? 이거 참 좋은 변명이다. 머리 아프다 보단 훨 낫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배가 아프니 못 움직일밖에. 역시나 하고 또 역시 궁금해하지 않았다.

명절이라도 식당들이 문을 닫지 않은 지가 벌써 몇 해 전부터다. 그만큼 개코나 짜증만 나고 힘든 명절 피해 외식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방증이겠거니.

술 마실 이는 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좋다. 언제나 혼자 마신 술이니까. 몇 잔 들이켠 술에 이미 불콰해진 내 얼굴을 보더니 노친네들이 혀를 찬다. 나이 좀 생각하라고.

이때 녀석이 느닷없이 와선 진로 문제를 뜬금포로 날리는데. 본인 희망도 좀 듣고 어딜 지원하냐 등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갑자기 요즘 말 많은 학종에 대해 비난을 하는가 싶더니 정시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흠.. 이건 내가 지눔과 최초 진학 문제를 이야기할 때 속사포로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과 같이 썩어 들어간 진학 시스템을 질타할 때 내세운 논리인데? 

아마 학종으론 갈 곳이 마땅찮으니 실력으로 붙었으면 하는 모양인데, 난 일언지하에 아니라고 답했다. 일전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었지만 좋은 대학을 가서 인생이 만사형통이라면 모르되 이젠 그런 시대가 아니다. 창의적인 인재 어쩌구 코딩이 나팔거리니 겨우 걸음마 뗀 애들에게 코딩 가르친다고 지랄하는 미친 부모들의 치맛바람 역시 앞으로의 대세도 아니다.

진짜 대세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그것은 방정식이나 풀고 문맥에 맞는 영어의 관용적 표현, 부사 따윌 찾아 찍는 게 아니고, 글쓴이도 이해 못할 난해한 시에 지멋대로의 해석을 붙이고선 그것이 정답이라고 강요하여 사고를 고착화하는 국어도 아닌 게다.

그것은 바로 애들이 자신들 앞에 펼쳐졌거나 펼쳐질 세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속에 들어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생존기술이고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별 대응과 처신인 게다. 그런 기술들은 앞서 말한 공부법으론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부딪히고 깎이면서 스스로 체득하거나 아니면 선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만의 노하우로 소화해 내든가.

아마 이 이야기를 마누라가 들으면 또 꿈같은 소릴 한다고 잔소리하겠지만 난 이제 더 이상 공부로 출세한다는 공식 따위를 믿지 않는다. 그게 맞는다면 내 주변에 그렇게 좋은 대학을 나와서, 나를 비롯해서, 그 잘 나가던 성공가도에서 이탈해 힘들어하는 수많은, 볼썽 사나운 꼬락서니를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조금은 부작용이 있겠지만 대학은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더 심하게 재능 넘치고 끼 넘치는 애들을 그들의 적성에 맞는 학과로 받아들이고 가이드하며, 또 그 이전의 교육 시스템도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물론 여기 쓴 글을 다 말해준 건 아니지만 시나브로 그 녀석도 이 글을 보게 되리라. 왜냐하면 여긴 가족들에게 이미 오픈한 내 사무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녀석에게 굳이 여기 대학 아니더라도, 혹은 못 가더라도 서러울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건 어쩌면 너에게 세상으로 나갈 기회와 발판을 만들어 주는 계기 될 테니 안되더라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일부 독자들에겐 대단히 죄송하지만, 난 놈에게 지잡대나 듣보잡대, 서울 근처 대학에나 가서 대강 4년 보내고 군대 갔다 와서 취직 준비하거나 공무원 준비나 할 양이라면 걍 사업이나 하든지 내 일이나 도우라고 했다. 그게 너나 가족들에겐 훨씬 이로운 일이라고. 그리고 한술 더 뜨서 남들 부러워하는 대학 갈 능력이 되더라도 니가 원하지 않으면 갈 필요 없다고.

결혼? 그건 지금 나눌 이야기는 아니지만 앞으로도 필수는 아니다. 참한 색싯감, 미인 만나서 사랑 나누고 가족 이뤄본들 뭐가 달라지나. 니 인생의 짐만 늘어나고 나중엔 너란 존재는 없을 게다. 아마 내 나이쯤 되었을 때 반 미치지 않거나 우울증 안 걸리면 다행이다. 가건 말건 알아서 하고 갔다 해도 무한 책임질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다.

사람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 다들 말들도 많다만 대부분 그 유약함과 나약함을 질타하더라.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들이 약해서가 아니다. 정해진 능력과 한계를 넘치는 관계들이 억지춘향으로 입히고 얹어 준 터무니없는 짐들이 그들을 깔아뭉갠 거다. 굳이 지지 않아도 될 책임을 강요하고 준수하라고 압박한 이들이 정작 가해자이고 살인자들인데 왜 피해자인 이들이 비난받아야 하는가?

그래서 난 애들에게 적당히 살라고 말해주려고 한다. 최선을 다해라?조까는 소리 고마 해라. 안되면 되게 해라? 이런 소릴 지껄이는 인간이  내 앞에 있다면 면상을 부숴버리고 싶을 게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로다? 그래서? 어쩌라고? 거길 왜 올라가야 하나? 올라가고 싶은 놈만 올라 가등가 말등가.

대강 살며 내 하는 일에 만족하고 때론 부족해서 쩔쩔매고 때론 다투고 그러다가 웃고. 그렇게 늙어가면서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살다 가면 성공한 인생이다. 너 가고 너를 누가 뭐라 하는지 니가 알겠냐? 웬갖 개소리를 씨부리든지 나불거리든지, 니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고 살면 그게 바로 니 인생 찾아가는 길이다.

대학? 자화자찬은 아니지만 내가 오디오에 대해 나불댈 땐 미국에서 박사 딴 이도 고개 숙여야 한다. 전자공학 전공하고 오디오를 직접 만든 이도 내가 하는 말을 무시할 순 없다. 아무리 그들이 뒤지고 찾아도 난 언제나 그들이 모르는 사실들을 직접 겪으며 알아 가고 있으니까. 그건 책엔 절대 나와 있지 않거든.

이게 진짜 내 아들과 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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