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골목마다 보이는 웃고픈 광경. 박스와 폐지 수거해서 연명하시는 어르신들입니다. 얼마 전, 이들보단 연배가 어리지만 어떤 아지메 둘이 기십만 원짜리 스피커가 든 택배물을 들고 가서 난리가 났지요.
가게 오픈 전엔 안타깝기만 했었는데 요즘은 경계 대상입니다. 처음엔 가게 앞 데크 위에 두었더니 낮이고 밤이고 마구 집어가십니다. 하여 하루는 포장용이니 갖고 가지 마세요 붙여 두었는데, 며칠을 망설였냐 봅니다. 어느 날 아침 출근하니 박스만 집어 가고 스티로폼과 비닐은 몽땅 데크 위에 쏟아두고 갔더만요.
처음으로 입에서 욕이 나왔습니다. 멀리서 보이길래 고래고래 소릴 질렀지요. '잡히면 뒈지는 거야?'
그리곤 택배 사고가 터졌고, 난 더이상은 죄시해선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아참, 그 직전에 피넛 스티로품이라고, 마치 과자처럼 생긴 스티로폼이 있습니다. 이거 정말 골 때립니다. 정전기에도 잘 들러 붙는데다 가벼워 바람불 때 쏟아지면 낭패죠. 제법 큰 택배를 받았는데 하필.
수거하시는 분들도 박스 모양 따집니다. 테이프 적고 깔끔하게 만든 대형에 두터운 박스야 말로 횡재한다는 기분 아닐까. 여하튼 그 박스가 아주 탐나게 생겼지요. 오죽하면 지나가던 이들이 가져가면 안돼냐. 안되거든요. 내가 포장해야 하거든요. 그러나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아랫 동네 술집 주인이 찾아왓습니다.
'이거 사장님거 아닌가요?'
'헉...'
나가 보니 이 비러먹을 인간이 박스만 들고 냅따 튀면서 스티로폼을 골목 안에 쏟아버린 거죠. 참... 겨울 삭풍에 눈빨 날리듯, 이건 빗자루로 쓸리지도 않습니다. 한바탕 회오리 바람이 부니 이젠 하늘로 날라 다니네? ㅜㅜ 그러다가 모여든 곳이 가게 옆 화단인데. 돌과 흙사이에 끼어 빠지지도 않고. 생각다 못해 부탄가스로 화염 방사기를 만들어 태우기로 했습니다.
뉘미... 갑자기 바람이 휙 부니 불길이 얼굴로, 뭔가 빠지직하는데 좃땠다 싶어 얼릉 끄고 거울을 보니 눈썹이 홀라당 탔네요.
와.. 이쯤되면 아무리 연배가 많더라도 참기 어렵죠. 택배 사건이 헤결된 후 문앞, 화장실 앞에 'CCTV 촬영 중' 붙이고 포장용이니 갖고 가지 말라고 경고문을 정성스레 붙였지요. 한동안 조용합디다.
ㅋ... 그제 저녁에 결국 사달이 났습니다. 한잔 술에 취해 흥겹게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뒤통수가 '싸' 하더라고요. 하여 냅따 나갔더니.
이 비러먹을 영감이 술에 취해 헤롱거리며 구르마에 박스를 실고 열나게 도망가고 있더만요.
'네 이눔, 게 섰거라~~'
ㅎㅎㅎㅎ. 가고난 자리는 난장판입니다. 스티로폼에 비닐에 종이까지. 골목을 완전 난지도로 만들었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분은 이걸로 생계를 이어가시는 분이 아니걸랑요. 지난 번 도둑 잡으로 갔을 때 사는 집을 보니 대지 100평에 건평 4-50평은 될법한 주택을 소유하고 있더라고요.
나 역시 길을 가다 누가 버려둔 오디오를 보면 그냥 지나가지 않죠. 돈으로 보입니다. 그들 중 일부도 그러하겠지요? 그러나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가 살자고 남이야 어찌되건 상관 않고 이러시는 건 정말...
다른 이야기지만 예전 대리와 화물 할 때 겪은 일입니다. 현금이 수중에 들어오니 눈에 뵈는 게 없더군요. 대리할 땐 발이 공중을 떠 다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동이 틀 때까지 뛰어다니다가 쓸개 날렸습니다. 화물할 땐 눈앞에 메롱할 때까지 차를 몰다가 대형사고를 낼뻔한 적도 있고.
집사람도 얼마 전 알바 삼아 나가던 편의점 일을 할 땐 정신을 못차리더군요. 나중엔 하루 종일 일을 하더니 월말에 얼마를 벌었노라 자랑을 합디다. 전 직장 다닐 때 반도 안되는 돈인데도 몸으로 뛰어 현금을 만드니 이성이 마비되는 거죠. 참다 못해 하루는 불러 소릴 질렀습니다. 맨정신엔 당할 수 없으니 술을 가득 마시고. ㅋㅋ
요즘은 가게 일을 돕지만 여전히 미련을 못버립니다. 남는 시간에 편의점 나가면 시간당 얼마니 하루에 얼마 벌고.
돈내기라고 하죠. 일한만큼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 앞으론 이런 일들이 어려운 이들의 몫으로 점점 더 많이 돌아 올 겁니다. 결국 폐지 수거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일찍 일어나서 늦게까지 구르마 끌고 다니면 돈이 더 들어오는 구조. 매일 마주치는데 술을 드시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폐지 팔아 소주 마셔 몸 버리고, 일할 나이가 아닌데도 중노동해서 또 상하고.
나도 마찬가지죠. 상품을 자주, 많이 올리면 매출과 직결됩니다. 그러다 보니 퇴근 무렵엔 모니터 화면이 뿌옇게 보이죠. 끝나면 스트레스 받으니 소주 한잔. 멈추질 못합니다.
이러다간 또 골로 가겠다 싶어 자제는 하지만. 오늘 못하면 내일은 어쩌나 싶은 마음에 꾸역꾸역.
비록 좁은 세상이지만 따빡다박 급여를 받던 시절이 호시절이구나 싶지만... 살기 만만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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