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스피커에서 새로운 빛을 보다...
그러니까 그 행님하곤 인연이 참으로 희안하다니까. 열나리 오디오 팔고 사고 웬갖 엠병을 떨며 마누라하고 저기압 전선을 쌓던 중에 난데 없이 등장한 거지.
흠.. 알고 보니 불행한 황태자라고나 할까. 하여간 그릉 거 있어.
나야.. 모 체질상 끗빨 있고 던 넘치는 이들이랑은 담 쌓고 지내던 터라, 오다 가다 만난 손님 정도로만. 참고로 나에겐 재벌 아니라 재벌 할애비도 손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뭐 바라지 마라.
그러나 세상사 어디 마음대로 되던가. 나도 궁지에 몰렸고 어디에도 손 내밀 곳이 없어진 게다. 이럴 수가, 나에게 이런 일이. 대가리 털나고 단 한번도 남에게 머리 숙여본 적 없고 부탁한 적 없던 내가 고립무원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라니.
하지만 원캉 인간 관계를 조옷까치 엮어 오다 보니 막상 부탁할 곳도 없고 설사 있다 해도 존심이 허락을해야 말이지. 나 이런 개 조까튼 시츄에이션을 봤나. 그동안 받아뒀던 명함들을 뒤져 보니 쓸만한 건 하나뚜 음꼬 보험회사니 뭐니. 혹시나 싶어 전화나 한번 넣어 보았다.
헐.. 오라네. 그 이후 이야긴 했으니 생략.
여기서 만난 M 부장은 내 동갑이다. 행님이 맹글었던 회사의 창업 맴버로 들어와서 25년 째 따라 다니고 있다고.
ㅎ~~ 내 입장에선 그야말로 천연기념물인 셈이다. 진즉부터 난 반골이었다고 일전 말한 바 있다. 그렇다고 반역을 꾀할 정도로 악하진 않지만, 이런 충성따윈 돼지발에 진주처럼 어울리지 않걸랑. 하여 또 이르길, 난 내 위에 상전 둔 적 음꼬, 앞으로도 음따.
하여간. 희안하게도 난 사회생활을 하면서 갑장을 만난 적이 거의 없다. 그러니 반가울 수밖에. 하여 저녁에 몇번 만나 술도 한잔하고, 또 때론 행님에 대한 불만도 토로하고. 그러나 이 친구는 일송정 푸른 솔일세. 내가 뭐라하든 행님 편이더만. 야.. 잘났다, 시발로마. 이후엔 입을 다물었지.
그리고 5년이 지나 다시 만났는데, 여전하더만. 이미 파토가 나서 폐가처럼 변해버린 공장 안을 떵개처럼 열심히 뛰어 다니고 있던데 안타깝지. 내가 겪었던 혹독한 계절이 저치에게 시나브로 닥칠텐데 대책은 있을까.
며칠 지난 어느 저녁 밥상머리, 난 술에 잔뜩 취해 물어보았다.
'해임. 그 친구 해임 따라 댕긴지 이제 삼십년인데 뭐 해줄거요?'
'내가 그렇잖아도 지게차 자격증 따라고 했어. 물류 회사 소개 시켜 준다고.'
'해임. 그런 데는 자격증 없어도 되는데요?'
그 정도 열정과 충성이었다면 그 친구 노후 대책 정돈 세워줘야 하는 거 아녀? 아닌 말로 다른 곳에 책임지고 취업을 시켜주든지, 또 아니면 한 몫 단단히 챙겨 주든지.
물론 행님도 할 말이 있겠지. 누가 따라 다니라 카더나. 그동안 누구 덕에 먹고 살았는데. 하지만 말이다, 이건 아니지. 강산이 세번 바뀌고도 남을 세월인데, 아무리 유급 충정이라도 변치 않음은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는가.
참, 새삼 또 느낀다. 내가 아무리 열을 주었다고 생각하면 뭐하나. 받은 상대가 1이라면 1인 것이지. 아마 그 두 사람 역시 같은 마음일 게다. 그 친구는 10의 충정을 바쳤다고 생각하지만 행님에겐 2나 3 정도에 지나지 않을 수 있고, 행님은 10의 온정을 베풀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친구는 이게 뭐냐고 속으로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참으로 개가튼 세월 속의 꿀꿀한 휴먼 릴레이션쓉이다.
비까증 지랄 맞게 내리니 오늘 장사는 접고 낮술이나 한잔 땡겨야 겠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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