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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생 소설을 자꾸 인용하는 건 내가 유일하게 읽어 본 국내 소설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검은 각반들의 행패에 견디다 못한 일반병들의 반란과 돌변하는 순간, 야수가 되어 버리는 인간의 본성을 재미나게 그리고 있다.
난 소위 말하는 똥 방위 출신이다. 워낙 짝짝이 눈이라 (좌우 부동시) 군 면제도 가능했지만 집안 사정상, 그리고 취업을 위해 신검장에서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뽀록은 나고. 사정을 설명하니 잘 지내란 담당의의 따사로운 조언과 함께 보충역으로 판정받았다.
훈련소 이야기야 지겹도록 들었으니 더 널어놓아 봐야 개소리일 뿐. 난 X산 시내 예비군 훈련을 담당하는 대대로 갔지만 소원했던 동사무소가 아닌, 기동타격대로 배치받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가방끈 긴 애들이 별로 없어서인지 행정 보직을 받았는데.
여기서 웃기는 건, 난 훈련소, 사단, 연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대까지 오면서 매번 행정병 대상으로 눈도장을 찍었지만 매번 물을 먹었다. 흠... 빽이 무섭긴 무섭더구먼. 그리하여 최종 낙찰 본 곳이 중대 행정병.
당시 그 부대는 무슨 큰 사고를 치고 해체된 근처 사단의 특공대 출신 검은 각반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덩치도 산만한 놈들이 인상조차 험악한데다 하나같이 무술 유단자라. 도시 눈 한번 맞추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정말 참기 힘든 건 이유 없는 갈굼이었다.
난 똥 방위18개월의 첫 기수였지만 그 이전은 전부 12개월이었고 일부는 6개월. 금방 들어온 놈이 시나브로 나갈 때가 되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만은 이들의 만행은 도를 넘었다. 나야 육사 출신 대대장과 맞서는 3사관 출신 중대장이 뒤에 버티고 있으니 함부로 못했지만 나머지 내무반 애들은 그야말로 밥이었다.
출근만 하면 누가 어제 같이 보초 서다가 맞았다더라. 이건 약과고 심지어는 심각한 성추행까지 벌어졌다. 뭔지 궁금한가? 이쁘장한 애들과 보초를 서다가 느닷없이 오럴섹스를 강요한다든지, 아니면 애널 섹스를 강요한다든지. 그걸 개간이라고 했는데 들어나 봤나?
미치지 않고서야 그걸, 더구나 같은 남자에게 어떻게 요구하나. 게다가 한 번은 다들 보는 내무반 안에서 퉁퉁한 애를 밑에 깔고선 발정 난 수캐처럼 질알을 하다가 사정을 했다니 말 다한 거 아닌가.
날이 갈수록 놈들의 행패와 수탈 (예를 들어 150명을 집합시켜 100원씩 뜯는 방법이다.)이 이어졌다. 참아 넘기기엔 도가 지나쳤다. 그때부터 난 검은 각반들이 싫고 짜증 난 게다.
어디에나 고문관은 있기 마련이지만 그게 그들이 그러고 싶어 그런 건가. 지능이 모자라든지 아니면 사회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함에 서툴든지. 하나같이 착하고 남을 해할 줄 모르는데, 유달리 대대장 따까리 하는 십새가 그렇게 애들을 괴롭힌단다. 이건 아마 이전 글에 썼을 게다.
하여간 난 한번 걸리기만 해라란 심정으로 기다렸고 이윽고 놈은 걸려들었다. 저녁을 먹고 퇴근하려는데 난데없이 부르더니 경례를 하지 않았다나? 사실 그넘보다 내가 먼저 입대했건만.
조용히 식당 뒤로 불러내선 익히고 닦은 무술로 반쯤 죽여 놨다. 사실 얻어터져도 난 그넘이 보고를 못할 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방위병한테 맞았다고 하면 작살났을 게 분명하니까. 하지만 그걸 본 목격자가 있었으니.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난 다시 식당으로 들어갔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 밥을 우걱거리며 아가리에 처넣는 검정 각반들이 눈을 흘기고 있었는데, 잘못하다간 뼈도 못 추리겠다 싶어 바로 날랐고 다음 날 무단결근을 하고선 모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모친은 교사를 하셨고 그 반엔 그 사단을 담당하는 보안사 대장의 아들이 있었다. 진즉부터 모친은 그 양반에게 줄을 댄다 했지만 난 극렬 반대했다. 그게 공짜인가. 분명히 봉투 들고 가야 하는데 난 너무 싫었다.
하지만 사태가 그쯤 되자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난 자초지종을 전부 이야기했고 그건 그대로 보안사로 흘러 들어갔나 보다. 훗날 전해 듣기론 대대장이 보안사로 불려가서 쪼인트 까이고 (여기까진 풍문) 검은 각반 몇 명이 영창을 갔다. (이건 팩트)
사태는 그렇게 마무리되었지만 난 제대할 때까지 수도 없이 검은 각반들과 그들의 지령을 받은 모지리 국방색들과 으르릉대야 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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