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명절 심히 유감

운산티앤씨 2019. 2. 6. 13:07



어릴 적 기억 속의 명절은 기대와 설렘, 그리고 맛난 음식 등 즐거움밖에 없었습니다만 요즘은 날이 갈수록 피곤하기만 합니다. 다 자란 놈들의 - 명절이거나 말거나 지들 놀기 바빠 - 깔딱 세배 후 돈 챙겨 튀는 모습에서 섭섭함이, 듣기 과히 아름답지 않은 추억을 꺼내시는 아른들의 농이 초래하는 폐부의 민망함이, 들어봐야 열만 팍팍 솟구치는 남의 집 재테크는 또 어떠하며, 더하여 보이지 않는 궁중 여인들의 (울 어메, 형수, 마눌) 암투가 사람을 돌게 만듭니다. ㅋ

명절 전날 삐리릭~~ 문자 날라오는 소리에 이런 날에도 주문이? 하는 반가움이 열어보니 뉭기리.

'이번 설엔 애들에게 세뱃돈 주지 맙시다.'

뭔가 또 틀어졌구만. 글쓴이의 형은 잘나기로 따지자면 대한민국 앞에서 몇 번째는 되죠. 본인 주장은 없으나, 그렇다고 딱히 타인의 과찬도 없는, 하여간 상대방을 그런 식으로 주눅 들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지요. 평생을 남에게 꿀리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왔지만 애비만한 자식이 없다고 했나. 두 아들눔이 그만큼 탁월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그건 본인 기준에서의 말이지, 그래도 다른 집 같았으면 엉덩이 토닥거려 줄 정도는 되는데.

여하튼 몇 푼 되지 않는 돈을 주지 않겠다 함은 필시 뭔가 과거 속의 원한 같은 피붙이 관계가 재발했다는 건데. 아, 가기도 전부터 고문 같은 침묵 속에 우걱우걱 쑤셔 넣어야 할 전이며 오징어튀김 등이 벌써부터 토악질을 자극하니.

드디어 명절, 딴엔 분위기 좀 풀어 보겠다고 이런저런 흰소릴 해댔지만 영 반응이 뜨뜻미지근. 존나리 노력한 보람도 없이 관객들의 썩소를 자아내게 한 개그맨의 심정이랄까, 여하튼 제.길.헐입니다. 차례대로 세배 다하고 이눔 차례가 되었는데 우잉? 방에서 나오질 않네요. 물론 그전엔 먼저 취직한 둘째가 만인의 환송을 뒤로 한 채 직장으로 향했습니다만.

음.. 이젠 안되겠다. 내 아무리 명절날 할 덕담이 없다손 치더라도 오늘은 기어이 할 말은 하고 가야겠다 싶어 녀석의 방문을 두드렸지요. 나이 서른이 넘은 녀석이 방문 걸어 잠그고 있는데 울화통보단 안타까움과 서글픔이 밀려옵니다.

이윽고 화가 다 풀렸는지 억지웃음을 지으며 머쓱해진 놈의 손을 붙잡고 조용한 곳으로 갔지요. 이런 땐 한 담배가 긴장 완화에 직빵입니다만 삼춘과 조카가 맞담배질할 정도로 콩가루 집안은 아니라 마른침 삼켜 가며 강론을 펼쳤습니다.

'너 올해 몇 살이지?'

'서른하나요.'

흐미.. 소시적 미쿡에 잠깐 갔다 오는 바람에 한 해를 구웠는데, 따지자면 또래보다 3년이 늦어진 대학원생인데다 아직도 졸업을 못하고 있네요. 놈의 변은 논문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라고 하는데? 솔직히 말했습니다.

난 네가 항문에 뜻이 있는지 혹은 취직이 우선인지, 아니면 사업 구상을 하는 건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가장 스트레스받을만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마. 폐일언하고 너 취직할 생각이 있다면 이제 포기해라. 인사를 해 본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는 게다. 네가 다니는 학교가 그리 지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3년이나 뒤처진 이유를 선발해서 물어볼 정도로 뛰어난 학교는 아니다. 지금 사람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어떤 인사 담당자가 너의 사정을 굳이 읽고 공감하겠느냐.

난 요즘 애들이 취직한답시고 휴학에, 해외 어학연수로 재학 시기를 엿가락처럼 늘이는 모습이 마땅치 않다. 그건 정말 취업을 작정한 이들에겐 하등의 도움도 되지 않는,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입장 바꿔 네가 인사담당자이고 네 앞에 기백장의 지원 서류가 있다고 하자. 너라면 너와 비슷한 사정으로 3년이나 늦어진 애들 이력서를 다 읽어 보고 점수를 주겠느냐?

일단 수긍하는 눈치입니다.

그렇다면 네가 난관을 겪고 있다는 논문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그걸 통과해서 취직에 도움이 되거나 항문에 뜻을 두어 스트레스받을만한 가치가 있다면 모르되, 그게 아니라면 때려치워라. 시간이 곧 돈임을 모르겠느냐. 그리고 이제라도 취직을 하겠다면 너의 논을 왕창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미 네가 염두에 두고 있는 고액 연봉의 좋은 자리엔 네가 제때 지원을 했었어도 강자들이 즐비한데 이제 와서 경쟁이라니? 그건 언어도단이고 어불성설이다.

마지막으로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삼춘이 살며 가장 후회하는 일이 딱 두 가지가 있는데 혹시 짐작하겠느냐? 할 리가 없지. ㅋ

첫 번째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이고 두 번째는 너의 아빠 소개로 중국에서 돌아와 재취업을 한 게다. 이 대목에서 놈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그래. 그 덕에 많은 세월 동안 안정되고 평화롭게 산 건 인정한다. 그리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응당 받아야 할 대가라고 알고 있고. 하지만 그 두 번의 선택 속에 낀 공백기, 그리고 마지막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난 후 내가 겪은 고초는 넌 상상도 못할 게다. 취직? 돈 벌어 가족 부양하기엔 그만한 것이 없을진 몰라도 너라는 개인의 발전을 위해선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들 대기업이나 공사 같은 곳에 취업하면 퇴직할 때 먹고 살거리 하나쯤은 갖고 나오겠거니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토끼 대가리에 유니콘의 뿔나기를 기다리는 꼬라지다. 어떤 미친 사장이 갓 들어온 신입이든 오래된 부장이든 퇴직 후를 생각해서 재취업이나 사업적인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을 해주냐. 더더구나 같은 업종에서 경쟁자를 스스로 양성하는 양인데, 이런 기대야말로 쓸개 빠진 빠가야로의 아다마가 아니겠냐.

그리고. 니 동생이 현재 생산 관리를 맡았다고 하더라 만은 그게 지가 퇴직할 즈음에 지 사업거리로 될 수 있다고는 보지 마라. 그 과정 전체를 알아도, 특허를 냈어도 해당 시장에 진입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고 외려 그 회사 사장의 협잡에 더 빨리 무너질 수 있다.

하니 지금부터라도 사업 거릴 찾아보기 바란다. 이렇게만 이야기고 종 치면 그야말로 개소리 중의 익스트림 상 개소리가 아니겠습니까?

남자라면 사업을 해야 해. 너도 사업해야지?

무슨 사업이오?

그건 니가 찾아야지.

돈이 어디 있어요?

돈만 있다고 사업 잘 된다는 보장은 없거든.

그럼 아이디어 좀 주세요.

그것도 네가 찾아야지.

이런 식이니 욕만 존나리 얻어 처먹는 게죠.

하여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의 개략적인 얼개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내가 타고 왔던 1톤 트럭으로 할 수 있는 사업거리도. 푸드 트럭이냐고? 이런 미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입니다.

그제서야 녀석은 표정이 풀리며 뭔가를 생각하는 눈치입니다. 그리고 언제 시간 나면 가게로 와라. 다 보여주마 하고선 전쟁 같은 명절의 종지부를 찍었네요.

여러분, 명절은 평온하셨습니까? ㅋ

https://youtu.be/c5B8HRA09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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