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섹스 프레임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리고 오해를 피하자면 성별 프레임이라고 해야 겠지요. 즉 현 시국에서 활약하는 특정 남성군에 대한 여성들의 동경을 경멸의 대상으로 만들어 성향적으로 다소 소극적인 투표권자들 (여성들을 비롯하여)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고리짝 수법입니다.
처음엔 미투에 빌붙어 정체가 애매모호했는데 재판 중이거나 간신히 굴레에서 벗어난 두 도지사를 통해 어렴풋이, 그리고 이번에 터진 모 방송국 사장과 어제 투옥된 또 다른 도지사에선 보다 명확하게 보이더군요.
기사보단 댓글에 그 증거가 차고 넘칩니다. 특히 확연하게 정체를 드러낸 대목은 바로 방송국 사장에서 입니다. 도통 앞뒤도 맞지 않고 증거도 없는 진술을 다수로 엮어 처녀만 노리는 파렴치한으로 몰아 가더니 그 밑에서 '봐라. 이 인간이 바로 너희들이 그렇게 흠모하던 자의 실체다.'식으로.
난 크게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동전 장난으로 가뜩이나 갈곳 없어 방황하는 청춘들의 발길을 소폭이나마 부여 잡고 어차피 똥피도 아닌 1피로 전락해서 대책없이 사회에 쏟아질 중장년층의 마음을 어느 정도 과거로 회귀시키는데까진 성공했나 싶었는데, 그 부분에서 가장 큰 패착을 두어 판을 접어야 할 때가 다가오는데도, 이젠 탄핵으로 가야한다고 선동질하는 양이 영락없는 천둥벌거숭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조금 걱정도 했었는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번만큼은 마케터를 잘못 고용했고 올라오는 정보에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정세를 바로 보지 못하고 있나 봅니다.
우리 민족의 장점이자 단점 중 가장 큰 것은 새로운 물결에 거부감이 없으되 너무도 빨리 식상해 한다는 점일 겁니다. 즉 피로감을 빨리 느낀다는 뜻인데 이건 아마도 빨리빨리 문화에서 비롯된 것일 지도 모릅니다. 이는 세월호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습니다.
통계 수치를 조작하여 여론을 호도하는 수법도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 구석 구석에서 잠자코 있던 먹물들이 팩트를 들고 나오자 무척이나 당황하면서 이젠 도덕성 흠집내기로 돌파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내가 말하고픈 섹스 혹은 섹슈얼 프레임입니다.
하지만 이는 다음의 예를 읽어 보사면 얼마나 허황된 수작인지 아시게 됩니다.
여자 A는 잘생겼지만 돈 없는 남성 B와 돈 많은 C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그러나 결국 대단히 주체적이며, 주도적이면서도 정정당당하게 섹스 어필하는 B를, 돈 많은 C를 제치고, 선택합니다. 이미 기울어진 A의 마음을 돌이키려 C는 갖은 노력으로 환심을 시도하지만 역부족입니다. 결국 C는 B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니죠. 어떤 땐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대며 A 앞에서 B를 비난합니다.
연애해 보신 분이라면 답을 이미 아실겁니다. 아무리 발광해봤자 A는 C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비단 이것이 여성인 A에게서만 보이는 성적 특징일까요? 아닙니다. 남자도 마찬가지. 그건 왜 일까요?
난 그 이유를 우상 혹은 아이돌에 흠집을 내는 상대에 대한 분노의 방향 전환이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대상, 사랑하고 싶은 대상, 사랑하는 대상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고 그 여파로 나까지 상처를 받게 되지만 그 보상으로 혹은 대안으로 그런 흠집을 낸 상대를 택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외려 어떤 경우에는 증폭된 분노가 폭로한 이, C에게 쏠리는 경우를 우린 더욱 자주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래서 난 요즘 안도를 하고 이젠 다시는 과거의 망령들이 세를 잡는 일은 없다고 단정한 것이죠. 그리고 그외 이들은 수많은 패착을 돌아가며 저지르고 있더군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목포 땅투기 건인데 숟가락 잘못 얹었다가 다음을 기약할 수 없게 된 노회한 정치인도 있지요.
무릇 남을 비난할 때 지적하는 손가락 외 나머진 본인을 향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나부터 깨끗하고서야 그런 행동에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는데도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이들이 감히.
그리고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웠던 실세들의 인식은 변하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현재 댓글로 열심히 킹크랩을 돌리는 자들은 그들처럼 거리로 나와 소리칠 용기와 동기도 없는, 영혼 부재의 좀비 같은 자들입니다. 오로지 지침에 따라 기계적인 행동만 하는 꼭두각시들이죠.
이들이 근래 들어 주장하는 바는 연약한 여성의 몸으로 난국에 뛰어 들어 정상에 올라 구국의 횃불로 나섰다가 모함에 빠져 나락으로 추락한 이를 복권시켜 주자는 것이죠. 이 한 문장에 그들의 인식이 전부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연약한 여자라는 성적인 프레임, 남북 대치만이 정상이어야 한다는 기괴한 세계관, 정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새로운 질서를 혼돈으로 보는 편향된 시각, 그리고 과거로 회귀하여 다시금 더러운 권력이 주는 추악한 달콤함에 빠져 편하게 살고자 하는 얍삽함이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마르코스의 와이프나 딸 혹은 아들이 정권에 도전한다고 하면 어떨까요? 아마 필리핀 국민성이 어떠니 저떠니. 과연 그 여자는 다를까요? 남의 눈에 든 들보는 보여도 내 눈에 가시는 보이지 않는 법.
애들 수백명이 산채로 수장되는데도 머리 만지기 바빴던 분이었습니다. 우린 그때 마치 마약에 취한 듯, 술에 취한 듯 좀비가 되어 그런 선택을 했고 그 잘못된 선택을 돌이키기 위해 월드 와이드 개망신을 자초한 거죠. 남의 눈이 뭐가 무섭냐 하지 마시고 그런 지도자를 선택한 우리를 보는 다른 나라 국민들을 상상해 보십시오. 난 지금도 손발가락이 오그라 드는 느낌입니다.
난 원래 지독한 보수였습니다. 학교에선 임모씨를 개씨발 빨갱이라 대놓고 욕했고, 젊은 시절 사회 생활을 할 땐 노조도 빨갱이, 사회를 분열시키는 암적 존재로 인식했지요.
말이 좀 엇나가지만 그 임모씨 정말 대단했습니다. 선동가라 해도 좋습니다만,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감히 나같은 범인은 흉내도 못낼 정도였고 연단에서 사자후를 토할 땐, 같은 남자라도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러니 당연히 여자들이 좋아하는 겁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조건 중에서 남성들이 인정하지 않는 가장 중차대한 덕목은 바로 섹스 어필입니다. 지금 보수에서 내세우는 자들 중엔 과연 섹스 어필하는 이들이 있기나 합니까? 말할 때마다 상스러운 표현과 입가에 침이 달려 있는 자, 기회주의자, 뜬금포만 날리는 과거의 우등생들만 득시글거립니다. 난 얼마 전 그 중 기회주의자가 단연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를 보고선 웃음도 나오지 않더군요.
같은 남자가 봐도 전혀 섹스 어필하지 않는데 어떻게 민심을 얻겠다는 거지요? 우리 일이라서 판단을 못하겠다면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을 보시면 됩니다. 섹스 어필하지 않는 이들이 있는지.
그러니 내가 등신을 뽑아서 대가리로 삽질한다고 표현한 겁니다. 시나브로 밑천 드러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즉 아무리 발광해봤자 말짱 도루묵입니다.
정히 다시금 정권을 잡고 싶다면 먼저 석고대죄하고 정당한 정책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대결하는 버릇을 들여야 할 겁니다. 혹시 여기서 섹스 어필이라는 덕목을 자지 크고, 얼굴 잘 생기고, 목소리 좋고로 연상하신다면 그런 분 역시 대가리가 삽입니다.
언제나 정.정.당.당 이게 바로 섹스 어필임을 모르시겠습니까? ㅉㅉ
이 분들 이젠 마흔 줄에 들어섰겠지요? 지금 만약 똑같이 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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