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개천에서 용이란?

운산티앤씨 2019. 1. 23. 12:55




일전 잠깐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여전히 말도 많습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완전히 없어졌다느니, 금수저의 대물림이 공식화되었다느니.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나도 한 때 같은 생각이었지만 요즘 연일 지면을 뜨겁게 달구는 사법의 적폐라는 문구 뒤에 숨은, 유구한 검은 거래의 역사를 상상해 보면 오히려 만시지탄이라는 느낌입니다.

고시 낭인의 양산으로 인한 국가적인 인재의 닝비니 뭐니 등등은 다음 이야기될 내용에 비하면, 그야말로 본질을 감추고 저항을 줄이려는 고육지책이 아니었을까. 비록 사후에도 욕을 당하지만 이 일을 시도한 그에 대해서는 정말 최상의 존경을 표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혹자는 그를 두고 학벌 컴플렉스에 시달렸다고도 하는데 판관이 되지 못해 변호사나 개업했다는 표면적 이유만 들여다 보면 맞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주장은, 내가 보기엔 얼토당토 않는 중상모략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청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한 여자가 있지요. 명석한 여자는 남자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다바쳐 정성을 기울입니다. 그러나 사법 고시에 패스한 후 접근하는 돈 많고 권세 좋은 집안의 여자에게 홀라당 넘어 가죠.

여기에 한 다리 끼는 건, 버림 받는 싯점에 임신을 한다는 거죠. ㅋ 그리고 여잔 한부모 가정을 이끌어 가며 갖은 개고생을 다하다가 우연히 멋진 남자를 만납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늘 빠지지 않는 건,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연인을 뺏아간 여자의 오빠나 남동생이라는 거. ㅎㅎㅎ

이라하여 개족보 막장 드라마의 진수는 화려하게 펼쳐지며 정의는 승리한다는 카타르시스를 마구마구 퍼붓고 종료하죠. 이 레파토리를 언제부터 봤느냐. 아마 티브이가 처음으로 이 땅에 모습을 드러내던 때부터였을 걸요?

재미난 사실은 그런 성공의 가도엔 외무 고시나, 행정고시나, CPA혹은 변리사 같은 자격증이나 합격증은 거의 끼질 못한다는 거죠. 왜? 끗빨이 사시를 합격한 검사나 판사와는 감히 견줄 수가 없거든요.

춘향전은 또 다른 형태의 신분 상승 카타르시스입니다. 그러나 감히 그 시대에서, 그것도 기생년의 딸이 장원급제한 인재의 배우자가 된다뇨? 그야말로 개가 웃일 일입니다. 그러나 이 웃고픈 스토리는 어이없게도 우리네 정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르로 자릴 잡았지요. 웃기죠? 수청 들라는 사또의 지엄한 명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모진 고문에 시달리는데 '어사 출도야~~' 간악한 사또와 간사한 이방, 형방 등등은 치도곤을 맞는 장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요? 정절의 강조? 정의의 승리? 난 도무지 뭔 개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려.

이것이 근대로 들어오면서 변질되기 시작하죠. 권력은 삼분되도록 시스템은 구성됩니다. 그러나 입법자들은 선거를 통한 임기제라는 거름망이 있고 행정은 필요에 의해 입법도, 법집행도 하지만 주체는 아닙니다. 그야말로 수족과도 같은 존재. 그리고 사법. 표면적으론 입법자가 만든 법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같지만 사실은 가장 무서운 존재들입니다. 사실 관계를 따지면 끝도 없을테니, 그리고 다들 아시니 짧게 요약하면 대통령도 잘못하면 그들에게 잡혀 포승줄에 묶이고 다른 그들이 내리는 판결에 따라 수십년 형도 언도 받고 징역살이를 해야 합니다.

그러니 개천의 용이란 결국 목표하는 낙하 지점은 이 분야로 한정될 수 밖에 없죠. 그러나 과연 그들이 가질 명예와 급여로만 계층이동이 가능할까요? 앞서 예에서 난 권력층으로 흡수되는 통속적인 드라마를 언급했습니다만 기실 다 그러지 않습니까?

촌구석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사법 고시를 패스하면 난리가 납니다. 장원급제 저리 가라죠. 플랭카드부터 이장, 읍장, 면장, 군수까지 아마 그 부모들에게 인사하러 왔을 겁니다. 그리곤 지인이든 피붙이든 마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죠. 뭐 하다 잘못되면 부탁해야지. ㅋ

가끔 신문지상에 보도는 되었지만 이내 사라지는 단골 기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고시 결과 발표 후 수면 아래 왕성하게 움직이는 메기같은 마담 뚜 이야기. 이 매파들은 돈 있는 자들, 권력 있는 자들의 부탁을 받고 그 집안에 들일 종마를 찾아 벌집 들쑤시듯 난리를 부렸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 돈과 권력들이 정상적으로 형성된 것이었나요? 혹은 정상적으로 형성이 되었다 하더라도 언제 모함으로, 계략으로 하루 아침에 거지로 길거리에 나 앉거나 영어의 몸이 될지도 모르는 살벌한 현실이 또한 버티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 않을까요?

만약 그런 사윗감을 찾는 이들의 아들이 이미 그런 자리에 있었다면 딸을 그런 식으로 내주진 않았을 겁니다. 이미 사냥개가 있는데 굳이 혈통도 좋지 않은 존재를 들일 필요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자식이 어디 마음대로 됩디까? 돈을 천장까지 쌓아놓고 열명의 선생을 붙여도 공부 싫다는 놈을 설득할 순 없죠.

우리 말엔 부자 삼대 못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애비만한 자식이 거의 없으니 결국 아무리 쌓아두었던 재산도 대를 거치며 사라진다. 즉 부의 순환구조를 가장 잘 설명하는 금언이죠.

그러나 소위 말하는 개천의 용들이 그런 순환을 막아버린 겁니다. 내 말이 틀렸나요? 길게 이야기하면 나도 어디서 칼 맞을지 모르니 이쯤하죠.

고 노대통령은 이런 본질적 현상을 가장 잘 꿰뚫어 보고 그것의 고리를 끊어 부의 세습을 막고 자연적인 순환을 도모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개천에서의 용? 판검사 급여가 받아봐야 1억 조금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퇴직하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고. 그런데 용이라니? 도대체 그를 통해 우린 무엇을 얻으려 했고 그런 용들을 사위로 삼아 방패막이로 활용하고자 했던 이들이 지키려 했던 것들이 무엇이었을까요?

이젠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분노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학벌 컴플렉스 같은 개소리는 이번 명절 고향산천가서 백골된 무덤 앞에서 둍퉁소로 마음껏 불거나 말거나.

한 해 1천명 가까운 법률 전문가의 양산이 부정적인 측면만 있을까요? 그 많은 이들이 법정에만 서야 한다고 생각하니 문제인 겁니다. 이들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경쟁하지 않는 조직은 고인 물과 같아 썩기 마련입니다. 왜 말도 되지 않을 계층 이동이란 소리로 하늘을 가리려는지. 사법 고시 존폐 논란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하며 그것을 부활하겠다고 설치는 놈이야말로 만고의 역적임을 깊이 인식하셔야 합니다.

정당하게 신분 상승하세요. 남들은 둍 빠지게 노력하는데 왜 새끼 하나 잘 둬 팔자 고치려 하나요? 이거야 말고 야마리가 존나리 까진 시츄에이션이 아닐까요?

다음 동영상 잘 보세요. 가사 내용이 참... 그리고 이후 붙은 건 대체 뭐여. 어이가 없어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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