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노안이 시작되더니 근래 들어선 모니터를 하루 종일 들여다 본 오후엔 글자도 잘 보이지 않는다. 가끔 신문에선 이 나이에 녹내장이 와서 실명한 이들의 사연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그외 여타 질병으로 깜깜이가 되었다가 광명을 찾았다는 납량특집, 서스펜스 및 쓰릴러 짬뽕 같은 이바구도 들리고.
눈알이 맛탱이가 가다 보니 시간은 없고, 급하게 적어내린 글들을 다음 날 퇴고하다 보면 가관이 아니다. 오타는 물론 동일 단어의 쓸데 없는 반복에 (하얀 백고무신, 역전 앞, 비장의 숨겨진 히든 카드 식이지), 작자인 나도 뭔 개소린지도 모를 정도라 나중엔 없던 난독증까지 생기겠더만.
아, 옛날이여. 일필휘지하여 A4 3-4장 분량의 창작물을 3-40분 만에 독타로 끝장 보던 시절이 엇그제 같건만. ㅜㅜ
그나저나 만약 내가 심봉사가 된다면 울 딸은 심청 수준 되려나? 허이고, 안감생심이구만. 그렇다면 저느므 마누라는 뭐가 될까? 물어보나 마나 뺑덕어멈이지. 아들놈은? 원래부터 타인이었잖소, 뭘 더 기대하겠소. 난데 읎이 이따구 생각이 들자 불현듯 글로나마 욕이라도 해줘야겠단 생각이 마구마구 들면서 지난 30년을 개같이 살아온 내 인생이 억울하고 또 분하기만 허다.
어디 이뿐이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던 그 개둍까튼 회사는 어떻고. 그간 욕이라는 욕은 몽조리 옮겨 씹어댔지만, 여즉지 분이 풀리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으니 그게 바로 메롱인 눈알과 무좀으로 곰발바닥처럼 변해버린 내 두 발이다.
지미 떠그럴 들어가던 날부터 해외영업 담당 사장눔과 심검으로 대결을 펼치니 회장이야 깝깝했을테고, 하여 또 다시 가족을 버리고 지방으로 좌천 비스무리하게 갔는데. 하, 뉘미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 꼭대기에 방 배정이 되고 곧바로 조옷뺑이가 시작되었다.
이거 뭐, 영어라면 기겁을 하는 듣보잡 애들과 'I are' 수준의, Be 동사 구분 능력 결핍증에 걸린 대졸자들로 꽉 차 있는데 솔직히 이긋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얼마나 개판인지 알겠더구만. 여하튼 가는 날부터 공장의 영어는 도맡아 했는데 날이 갈 수록 도를 더하더니 나중엔 신제품 사용설명서까지 만들라고 하더라고. 그때 연구소장이란 개너므 자식은 페이지 수만 많으면 장땡인 줄 알고 일본 원서를 번역기 돌린 대학교재를 베껴 메뉴얼이며 기술문서를 만들었더라고. 뉘미 시바르... 어쩌누? 일단 불 붙으면 꺼질 때까증 활활 태워야 하는 성미라. 날밤까며 구글링해서 전자공학 공부 다시 했네. 이게 바로 눈알이 메롱된 원인이고.
발바닥은... 지방 공장에 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중국교포, 중국인, 베트남인, 캄보디아 등등 다국적군으로 구성이 되거든. 문젠 이런 개같은 기숙사 구조때문에 항상 신발이 뒤바뀌고 공용 사워장이라 언제든 정체 모를 각국의 향토병에 걸릴 우려가 있다는 거쥐.
하여간 평생 발바닥에 땀 한 번 나지 않았던 만큼 애기 발바닥 수준을 자랑하던 나였건만 3-4개월 쯤 지나자 깝데기가 홀라당 벗어지기 시작하는 거라. 딱히 간지럽진 않아서뤼 그러려니. 그러나 겨울이 되자 난리가 난 게다. 한여름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발가락, 발바닥, 손이 갈라지더니 점차 독수리 발톱처럼 손발톱이 꼬부라지는 게 아닌가. 하여 이너넷을 뒤져보니 조갑증이니 뭐니. 무좀이더만.
당시 부친께서도 군에서 얻은 악성 무좀때문에 그 연세에도 고생을 하셨고 어디서 들으셨는지 몰라도 식초에 정로환을 첨가해 발을 담그면 무좀이 박멸된다며 권하시지 않는가. 하여 그 고약한 식초와 뒤섞인 정로환 냄새를 참아가며 수개월을 투자해도 종내 낫지가 않던 차에 에라 엿이나 쳐먹어라 하고 그만 둔 게지.
이후 자유롭게 쓰레빠와 딸딸이만 신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 호시절로 이어졌고, 바깥 세상 구경하는 스물 형제들이 시나브로 낫겠거니 했지만, 떠그랄 낫기는 커녕 해가 갈 수록 도가 심해져서 종내엔 일주일에 한번은 칼로 살로 파고 들어간 발톱을 뜯어내야 하는 지경이라. 매번 이 질왈을 할 때마다 그 개같은 놈들을 위해 희생한 내가 한심하고 열불이 나더라고.
결국 보다 못한 뺑덕에미가 먹는 무좀약을 처방해서 갖고 왔더라고. 그런데 2주간 복용하되 술은 절대 금물이라나? 간암 걸린다나? 아뉘 그따구 망발을 입에 올리며 쪼개지는 조놈의 입꼬리는 뭐시여? 하여 술 안시면 뭔 낙이여 하고 반발하려다가 내 오래 오래 살아 남아 비럭방에 똥칠하는 꼬라지도 보여줄 겸, 그렇잖아도 당나발 불던 소주병 꼬라지가 뭇마땅하여 그러구마 했지.
흠.. 술을 마시지 않으니 정신이 맑고 정신이 맑아지니 일도 잘 빠지고. 하여 요즘은 10시 정각에 칼퇴하는데... 날이 춥다 보니 샤워하기가 영 마땅찮아. 하여 1주일에 한번만 샤워하기로 작정하고 자기 전엔 양치와 세수만 하고 자는 거지. 그런데 말입니다....
이 비러먹을 개새끼 두마리가 눕기만 하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와선 내 발가락을 얌냠짭짭하더구마이. 그리고선 다시 내 입을 핥으려 하고. 아무리 내 발이지만 드럽잖여. 하여 처음엔 발길질로 패대기를 쳤건만 이 썅누므 시키들이 포기를 안하네? 이게 무슨 육포도 아니고.
그런데 가만 있어 보자. 차츰 적응 되니 이거 발바닥을 할타 주는 느낌이 대단히 묘허다. 뭐랄까. 하~~ 아는 분들은 알껴. 그리고선 요넘들이 각방으로 흩어져 가족들 얼굴에 그 혓바닥을 대는 모양인데. 뺑덕에미는 '오구 오구', 애들은 하거나 말거나.
오호~~~ 요거 봐라. ㅎㅎㅎ 요렇게 엿을 먹여도 되는구만. 하여 다음날 부턴 들어오면 세수하고 난후 연레행사처럼 하던 발가락 사이 때빼기도 중단했지. 이 개새끼들이 아주 환장을 하더라고. 흐믓한 표정으로 두넘의 보드라운 혓바닥을 느끼며 누워 있는데...
'엄마. 아빠 봐. 강아지들 발 핧게 하고 있어. 드러워~~'
뺑덕에미가 기겁하며 튀어나오며 강아지들 냅따 걷어차고선 곧바로 화장실로 쫓겨났지 뭐. 그 다음은.. 매일 발 썻어야 밥을 주네. 그리고 항상 옆에서 개를 감시하며 잘 땐 데리고 들어가고 나만 마루에 자고 있지 머.
내 발맛이 어떻더냐. 요 뺑덕에미야.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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