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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드라 (이건 갱상도 사투리) 대단한 일도 아니건만 1, 2, 3편까지 니. 적고 나서 보면 얼굴 화끈거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만, 탁 깨놓고 이야기해서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닌데 왜 떠드냐? 아 그래도 여기 와서 건져가는 게 뭐라도 있어야죠. 아무리 거지같은 인생담이라도 배울 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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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는 결국 다음과 같이 마무리되었다.
기지배 -> 하루 종일 존뺑이 치는 부서로 유배됨.
나 -> 아무리 일 잘해도 특진은 향후 2년간 없다는 구두 경고 맞고 깨갱.
개너므 부장 시키 -> 구두 경고 및 개쪽 당함.
참.. 이걸 보자니 없는 아가미가 답답하고 부레가 터질 노릇이었다. 아니 똥 뀐 놈은 따로 있는데 왜 피해자와 역성든 내가 조리를 당해야 하느냐고.
아마 그때부터 분노는 나의 힘이란 생각이 내 머릿속에 자릴 잡았던 것 같다. 당시 여지곤들 사이에선 미친놈, 겁대가리 상실한 무개념 혹은 진짜 마초 정도로 인식되었던 모양인데 그도 그럴 것이 온통 분노만 가득 차니 저녁만 되면 술 퍼마시고, 또 마시고 동 트는 새벽녘이 되어선 회사 근방 사우나에서 퍼질러 자다가 출근하곤 했다.
체질이 희한해서인지 술이 다 깨다가 오전 10시쯤 되면 다시 열이 올랐다. 결국 부장을 보고 살살 웃으면 사우나 갔다 와라... 그리곤 점심때 해장술로 소주 한 병. 그래도 시킨 일은 어김없이 데드라인보다 더 빨리, 정확하게 가져오니 부장도 혼내기도 뭐 하고... 하지만 그 시커먼 속엔 무서운 계획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리를 달고 몇 달이 지났을까, 난데없이 XX경영이 화두가 되더니 전사적으로 시행하느니 어쩌느니. 당시 대기업들 사이에선 유행병이었다. 일종의 정신무장 운동이었고 대약진 운동이자 천리마 행군으로 칭해도 차이 없을 게다.
자... 정신 무장하자면 흐트러진 기강부터 잡아야겠고 그걸 하자면 감사는 빠질 수 없는 조미료인 셈이다. 결국 전사를 감사하는 막강한 부서가 만들어지면서 차출이 시작되었다.
'너 거기 가라.'
'싫은데요.'
'가라면 가지, 뭔 말이 많아? 가서 그놈들 혼 내줘.'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리고 내심 이 기회에 공도 세우고 분도 좀 풀고. 결국 2년간 임대 후 원대복귀하자는 부장의 꼬드김에 넘어가고 말았는데.
말이 좋아 상태 파악이지, 원래 감사란 실무자들에겐 저승사자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랜덤 샘플링으로 찍어내고 그것이 전체를 대표할 순 없다고 설레발을 쳐도 특정 부서에 대한 지적질이 많다면 오너가 가만히 있겠는가?
한편 신설 부서의 대빵은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소위 말하는 경원시하는 인물이었다. 워낙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그러나 오너가 유일하게 신임하는 작자였다. 하여간 이 사람은 평생을 분노를 품으며 살아온 이처럼 순간순간 주변이 넋을 놓을 정도로 폭발하는 화약고였다. 원래 난 그가 고른 인재상이 아니었고 그가 뽑은 차. 과장들 역시 그의 성향 못지않게 고약했다.
그 틈바구니에서 대리 나부랭이가 버티기란 여간 힘들지 않았지만 그들도 겨우 통과한 교육과정을 수석으로 합격하자 그때부터 대우가 달라졌다.
옳거니, 비급은 다 연마했겠다. 손에 전설의 보검도 쥐었겠다, 이제부터 베기만 하면 되는구나. 첫 감사를 나가는 날, 친정부터 아작을 내버렸다. 부장이 나중에 따로 불러 대체 왜 이러냐고 할 정도로 초토화를 시킨 게다. 하지만 당시 나에겐 친정이고 나발이고 전부 박살 내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이 되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부장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야, 칼을 쥐었으면 원수를 갚아야지, 인마...'
그다음은 바로 그 개너므 부장시키가 관장하는 2개 부서 차례였다. 어떻게 소식을 듣고선 계집애까지 찾아왔다. 눈물까지 질질 흘리며 억울하다고, 너무 힘들다고 말이다.
난 단단히 결심하고선 초반부터 조져대기 시작해서 하루 더 연장까지 선언하고야 말았다. 그 지적질이 도합 100여 가지가 넘는데, 대부분 결재라인을 거치지 않은 작위적인 하극상들이었다. 어느 오너가 그걸 보고 가만두겠는가. 결국 그 부서는 연초 인사에서 대가리부터 말단까지 개피를 보고야 말았고 결국 난 부장의 비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냈다. 물론 여기엔 계집애에 대한 사과도 당연히 포함되었고.
하지만 그건 정말 그릇된 복수심이었고 훗날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이전 글에서 그룹의 생사를 결정할 사안을 두고 두 세력이 바야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고 했는데. 결국 나의 칼질은 보수진영에 치명타를 안겨주었고 그것을 기회로 득세한 신진세력은 역사가 입증한 실패한 경영방식을 도입하는데 앞장섰다.
결국 그룹은 IMF를 맞아 공중분해되었고 나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몇 해 동안 피 말리는 고생을 겪어야 했다. 물론 내 행동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따지고 보면 단초를 제공했음은 분명하다. 난 이후 신진세력이 주는 정보에 근거해서 보수진영의 부패와 악행을 처단하는데 앞장섰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시간 낭비이고 허탈하기만 한 화풀이였나. 난 그로 인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적들을 양산했고 그들은 내 인생의 고비마다 결정적인 딴지를 걸었으나, 그 덕을 본 신진세력 중 누구도 보상한 바 없다.
난 그냥 사나운 사냥개였고 조폭의 돌격대장이었으며 평생을 후회하고 눈물 흘릴 일을 저지르고 만 게다.
스타워즈에선 대단히 초딩틱한 이야기를 한다. 바로 선한 포스와 다크 포스 이다. 분노를 에너지로 삼은 다크 포스는 일시적으론 강할지 몰라도 언젠가는 그것을 수단으로 삼은 이까지 파멸시키고 만다는 건데,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진실이다.
분노를 에너지로 삼아선 아니 되며 주어진 칼은 사람을 살리는데 사용해야 한다. 즉 활검이어야 영웅이고 사검은 무림의 공적이 되는 법이다.
누군가 나의 싸대기를 날리면 반대편을 내밀라는 어느 경전의 한 구절은 대대로 세간의 찬성을 얻지 못했으나, 당시의 나를 반추해 보면 정말 하나도 틀린 부분이 없는 명언이라고 단언한다.
화가 나는가? 참아라. 패주고 싶은가? 악수를 청해라. 죽이고 싶은가? 그냥 먼 산 바라보고 웃어라. 복수만큼 부질없는 짓은 없으며 그것은 결국 자신을 향한 칼끝이 될 게다.
그래서 난 더 이상 취업을 하지 않는 게다. 그날, 그 점쟁이가 본 내 관상은 정확했다. 나를 망치고 타인까지 해하는 아주 위험한 상이었으니 그가 피한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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