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개너므 시키와의 추억

운산티앤씨 2018. 12. 10. 22:56




술이 인류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자면 핵폭탄 500,000개 이상의 위력과 맞먹을 것이다. 지 아무리 영웅인들. 빌런인들 혹은 경국지색의 여인들이라고 술만큼 인류 역사상 골고루 개판을 친 요소는 없으니까.

언즉, 술 처마시고 제대로 된 인간이라곤 찾아 보기 힘들 정도이니 그넘의 술이야 말로 개인사를 넘어 인류사까지 바꾼 변수의 최정점이라 할 밖에,

모.. 글타고 내가 여기서 세계사를 바꾼 거사들까진 언급할 필요는 없고.

내 친구들 중 상당수는 술만 마시면 개로 돌변하는 애들이 많다. 자랑은 결코 아니되, 그 씨바랄너므 시키들이 나으 개인적 역사의 한켠을 차지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팩트거등.

편하게 이름 말고 개 1, 개 2로 호칭하자고.

개 1은 원래 잘 몰랐던 개넘이다. 그런데 이 개 1이 나으 주목을 받은 건 2학년 때 누구나 가야 하는 병영집체교육때문이다. 아직도 생각만 하면 이가 갈리는, 이 개. 좇.  밥 같은 징집 아닌 징집은 초록색 옷 입기 전의 대상자들 중 가방 끈 긴 넘들에겐 통과 의례였지.

딴엔 군대 냄새 맡게 해준답시고 외부 연락을 다 끊으니 밖에 있는 여인네들 속이 오죽하랴. 하여 줄창나게 애인들 편지가 답지했는데. 뉘미, 허구헌날 술에 당구로 때우다 보니 그 잘난 미모 (?)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오마니 편지 한장도 오지 않았다. 반면 이 개1에겐 저녁마다 여성 팬들으 편지가 설사처럼 쏟아져 내렸다.

거참... 훗날 내 물어 보았네. 도대체 비결이 뭐냐고? 개 1왈,
'자지 크면 돼.'

10섹휘. 분명 내가 획안했걸랑.

병영 다녀온 후 우린 졸라리 친해져선 점심때부터, 요즘 말로 콜? 오키!로 변했는데.

그 이후론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치고 다녔다. 툭하면 삐뽀 삐뽀에 자다 깨면 파출소. 나야 끌려가면 쥐죽은 듯 눈치만 보았지만 그넘은 꼴에 시대적 사명을 띄었다고 생각했는지 틈만 나면 파출소 안을 뒤집어 놓았다. 한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초저녁 술에 쩔어 자고 있는 날 찾는 다급한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뭐가 싶어 나가 보니 숙이 아지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빨랑 전화 받으라고 난리다. 뭐여 하고 수화기를 드니 파출소. ㅋ

이 기회를 빌어 그 당시 왕씨부라리 1파에 근무하셨던 소장님 이하 젼경님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가관이다. 쥐약을 처먹은 괭이마냥 길길이 날뛰며 경찰 책상 위에서 질알을 하는데..

'이 파쑈의 주구들아. 니들 오늘 다 뒈졌어!!'

더 웃기는 건 수갑을 뒤로 찬 채 질알을 하더라고. 월메나 욲껴. 손을 뒤로 한 채 파리새끼 마냥 팔딱거리니.

히히히... 경찰에선 이미 뒷조사를 끝내고 걍 술취한 취객 중 1인으로 단정지었나 보더라고. 만약 임모시기 같은 눔이었으면 벌써 끌려갔지.

'어이, 학상. 친구 델꼬 고마 가라. 머리 아푸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가 끊이질 않았지만 수습 전화는 내가 다 받았다. 구랴, 소 팔아 서울 온 놈이 무슨 염치로 땅끝 마을로 전화해서 도와 달라 할까. 끗빨 좋은 내가 수습해야지, 개끗발이지만. 그러나 세상이 마냥 만만하나. 기어이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여느 때처럼 술에 꼴아 자고 있는 날 후배가 흔들어 깨우더라고.

'형. 클 났어요. 나가 보세여.'
'뭐가? 인마.'

허걱.. 이 미친 눔이 학교 유도부원 OB와 시비가 붙은 게 아닌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이들. 개중엔 금메달도 있더라고. 뉘미 어쩌누?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그눔 멱살을 잡아 방으로 끌고 와선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이 새끼, 듣는 둥 마는 둥. 말하다 지친 난 다시 잠이 들었는데 뭔가 또 시끄럽다.

나가보니 이 눔이 다시 그눔들을 찾아내선 다시 깝쭉대고 있지 않는가. 헐... 급기야 덩치와 대가리로 불리하다 싶었는지 옆에 사과상자를 발로 밟더니 깨진 나무 조까리를 집어 들더라고. 그 장면이 '싸움의 기술'의 한 장면과 오버랩되는 건 먼 훗날이지.

뒤에서 보는 나도 욱낀데 그넘들이야 말할 것 없지. 그런데 한눔이 다세대 지하 옆을 뒤지더니 뭘 꺼내는데 이게 전봇대라. 니미럴, 그 길로 넘과 난 사X동으로 졸라 튀었지 뭐. 안 디질라면.

가다 보니 그 경찰들이 서 있고 우린 도움을 요청했지. 왈...

'너들 무서버 하는 애들도 있나? 걱정 마래이. 여긴 너그들 나와바리잖여. 깨득깨득..'
'ㅜㅜ....'

지은 죄가 있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 없다.

그후 놈은 대기업에 취업해서 중국으로 갔고 (이게 미스테리지), 그리고 지금으로 부터 13년 전, 잠깐 만났다.

그리고 2주 전...

많이 아프다네. 제수씨에게 물어보니 위암 말기고 암세포가 주변으로 퍼져 어쩔 수가 없단다. 난 할 말이 없었다. 내 몸의 1/3으로 쪼그라 들어 간신히 숨만 쉬는 넘에게 할 말이란?

'작작 좀 처마시지. 씨벨눔아.'
'그러게 말여. 넌 마이 마시지 말그래이.'
'질알하지 말고 어여 일어나.'
'그래. 나중에 보자.'

구랴, 나중에 보자. 씨밸눔아. 그냥 말 없이 뒈지지 이제사 나타나 꼴 사나운 모먕새를 보이고 질알이냐.

어제 아침부터 마눌이랑 한바탕했다.

'니 내 꺼먼 양복 우쨌노?'
'와? 머할라꼬?'
'니는 시시콜콜히 다 알라카노? 묻는 말에 대답만 하지.'
'신경질을 내고 난리얌.'

쫑알대며 사라지는 마눌을 보며 한숨만 나오네.

두려워 마라.
그 순간은 네 삶의 찰나에 지나지 않고 그 찰나의 고통은 네가 겪은 지난 고난에 비할 바 아니다.

그리고 네가 남길 흔적들을 걱정하지 마라.
난 죽은 그 누구도 돌아와서 그 흔적을 다시 정리했다 들은 바 없다.
삶을 되돌이킬 수 없었듯이 네가 지금 갈 그 길 역시 마찬가지다.

억울해 할 것도 없다.
잘났든 못났든 누구나, 심지어 신조차 맞아야 하는 끝이다.
이제까지 누릴 것 다 누렸고 남은 건 아름다운 아쉬움으로 가져 가면 된다.

이리 생각하자고.

너에게 최후는 네 눈에만 보이지만
나에게 너의 최후는 내가 눈을 감는 순간이라고.
모든 세상만사가 그러하지 않나?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자가 사라지는 순간이 끝이라고.
아니지. 그건 진정한 영원이 아니겠나.

허나 우리가 언제 그런 개똥철학자였나?
우린 가는 순간까지만 최선을 다하면 충분한 삶이잖나?

고마 가라. 씨발로마. 양복 다 다려놨다. ㅠㅜ


Bee Gees - Massachusetts (1967) HD 0815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