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중국 역사 드라마 주원장의 한 장면이다. 몇년 전부터 IP TV에 중국 관련 채널이 몇개 생기더니 주구장창 틀어대는 레파토리 중 하나. 워낙 긴데다 대강 아는 내용이라, 게다가 볼 시간도 여의치 않아 건너 뛰며 보다 최종회에서 난 그만 크게 웃어 버렸다.
늙어 임종을 눈 앞에 둔 주원장은 추운 겨울 날 궁의 뜰에 앉아 햇볕을 쬐며 졸고 있었다. (혹은 무슨 제사를 지냈든가? 하여튼) 문득 과거를 회상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아쉽게도 해는 기울어지고 있었다. 하여 말하길
'저 태양이란 놈에게 멈추라고 하라.'
이를 들은 환관이 크게 소리친다.
'태양아, 가지 말라 하신다~~'
그리고 그 어명은 밑으로 밑으로 이어지는데. 먹던 음식이 목구녕에 걸려 사래가 든 난 떼굴떼굴 구르며 기침과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저런 십새끼도 디질 땐 똑 같구만. 지 아무리 잘난 체 해봐야 죽으려고 사는 존재가 생물인데 말이지.'
아마 이때부터 나의 개똥철학이 이론적인 얼개를 갖추지 않았나 싶다. ㅎㅎ
요즘 들어 몇가지 증상들이 날 힘들게 한다. 육체적으론 우선 통풍이다. 역시 3년 전 갑자기 찾아오더니 거의 6개월 주기로 엄지 발가락 주변이 퉁퉁 부어 올라 날 곤족으로 만드는데 환장하겠다. 걷지도 못할 빨갛게 부어 밤이고 낮이고 잠도 못자게 괴롭게 한다. 다행히 소염 진통제를 알아 최근에 비교적 단시간에 이 고통을 끝낼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눈도 맛이 가기 시작했다. 안경을 벗으면 난시, 착용하면 노인성 원시로 개고생이다. 술을 많이 마신 날은 더 심해져 어떤 땐 모니터 화면을 코 앞에 대야 보일 정도. 내 글에서 유난히 오타가 많이 나오는데 이와 관련이 있다.
동작이 점점 슬로우 모션화 되고 있다. 이는 머리 속이 빠르게 돌지 못함에도 기인한다. 멀티로 대가리가 굴러가던 젊을 때완 달리, 뭔가 생각을 하면 동시 패스가 어렵고 앞뒤 재야 할 건 뭐가 이리 많노? 결정이 늦어지니 몸도 따라 굼뜨고, 가뜩이나 저하되는 반사성 운동 신경까지 굼벵이 절로 가라 할 정도다.
가끔 지난 글을 보면 도대체 이게 뭔 소리지 하는 단어도 나오고. 뜯어 고치다가 이젠 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대단한 문장이라고. 고작해야 걸어오며 싸지른 삼류 인생의 피똥인데, 더럽게 뭘 뒤져 보냐는 거지. 그러니 혹시 계실 독자도 그러려니 하기 바란다.
운동하고 싶은 마음은, 살을 빼고 싶은 욕구는 하늘을 찌를 듯한데 때가 오면 갖가지 핑계 찾기 바쁘다. 스트레스 받아서 짜증나서, 퇴행성 관절염에 좋지 않으니 소식으로 해결하자, 또는 가만 있는 가족들에게 시비 걸어 술 마실 궁리를 한다든지. 만약 내가 지금 백미터를 뛴다 치자. 아마 보는 이들이 웃을 것이다. 걷는 겨, 뛰는겨 하면서 말이다.
세상 보는 시각이 존나 삐딱하고 시니컬하며 비판적이되 현실 참여는 1도 없다. 참여할 시간에 한마디라도 더 지껄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얍삽한 생각이 날 지배한다. 예전엔 행동하지 않을 바엔 구구로 아가리나 처닫고 있으란 욕을 했는데 이젠 내가 그 대상이 되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나이가 드니 참으로 피곤하고 불편하며 기분 드럽다. 하지만 처음 언급한 개새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그는 인생무상의 끝에서 가진 권력과 부를 아쉬워 했지만 난 그 끝에 다가설 수록 선명한 의식과 왕성한 체력을 갖고 싶은 게다. 아프지 않고 어느 날, 잠자듯 곱게 가는 것. 그리고 그 순간까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 이런 것들이 바로 내 희망 사항이다.
하여 오늘부터 운동을 하겠다 다짐을 했지만, 글쎄? 퇴근 때가 되면 의지를 확인할 수 있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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