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세상/오디오 세상

팔 물건이 없다니?

운산티앤씨 2018. 12. 1. 11:58




오디오 샵을 운영하거나 개인적으로 판매하는 분들 중엔 같은 물건을 반복해서 올리다가 욕을 듣는 경우가 많다.

난 그런 적은 없다. 어디서 갖고 오기에 그렇게나 다양하냐는 핀잔을 들었을 지언정. 자세히 보시면 같은 물건 반복해서 올리지 않는다. 회전율이 좋아서일까? 아니다. 이미 가게 안은 쌓인 오디오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팔리면 좋고 안팔려도 그만. 실제 5년 만에 팔린 물건도 꽤 있다. 하지만 나도 한계에 봉착하기 시작했다. 한 바퀴 다 돈 것이다. ㅜㅜ

이런 현실을 느낄때마다 난감하고 절망적이다. 돈이 어디 있어 물건을 사며 또 있다 한들 어디에 쌓아두나.

하여 나온 궁여지책이 구매대행이다. 재고 부담없이 존나게 팔 수 있다. 재고가 필요 없으니 자금도 부담되지 않는다. 대신 위험부담은 좀 있는 편이고 손보단 대가리 쓸 일이 많아져서 스트레스 강도는 높아졌지만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그 다음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일종의 컨설팅이다. 글 보시는 분들은 불편하시겠지만 오디오 빠꼼씨들, 절라 사람 피곤하게 한다. 그들과의 신경전을 여기서 언급하자면 지면이 부족하고 연재물로 열거해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초심자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고, 사실 작금의 산산조작으로 (즉 세트보단 단품 위조로 시장이 재편된) 쪼개진 시장판은 그런 빠꼼이들만 신나지, 초심자들에겐 마치 늪처럼 느껴 지리라. 게다가 웬넘의 사기가 그리 횡행하는지. 돈 받고 잠수 타는 것만이 사기가 아님은 다들 잘 아시렸다?

옳거니, 가진 물건으로 조합을 꾸며 보자. 말빨이야 청산유수이니 코에 걸면 코걸이 주장이 장땡인 이 곳에서 양심적으로 엮어 보면 초심자들도 선택의 갈등으로 힘들어 하지 않아도 되고, 난 1타 2피 혹은 4피까지도 노릴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닌가.

예를 들면 텔레풍켄 RS 205 리시버와 3조의 스피커 세트가 있다 가정하자. 조합은 1 x 3이 되겠지? 만약 여기에 리시버 하나를 더 추가하면? 2 x 3 =6이 되나? 수학적인 무능력자라...

앰프 1. 2 & 스피커 가 나 다
앰프 1 스피커 가/앰프 1 스피커 나/앰프 1/앰프 1 스피커 다 = 3개의 조합
앰프 2 스피커 가/앰프 2 스피커 나/앰프 2/앰프 2 스피커 다 = 3개의 조합

하지만 여기엔 또 요술을 부릴 수 있다. 스피커를 2조로 구성해 보는 것이다. 또 턴테이블을 끼우면? 시디피를 끼우면? ㅋㅋㅋㅋ

생각해 보니 향후 30년은 이 정도 재고만으로도 질알해도 되겠다 싶다.

또 생각해 낸 건 바늘 장사다. 예전 모시던 회장님이 유일하게 주신 꿀팁은 하드 웨어 장사를 하지 말란 것이다. 그렇다고 소프트 웨어? 물론 아니지. 그 분 말씀은 기계를 만들어 팔려 하지 말고 그 기계가 필요로 하는 소모품을 팔라는 것이었다.

논리는 무척 간단하다. 기계는 한번 팔면 재구매까지의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 기계를 구동함에 드는 소모품은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니 마진이 적더라도 재고부담이 낮고 회전율이 좋은 아이템이라고 말이다.

턴테이블 하나 팔아 얼마를 남기겠나? 원가에 수리비에 수리하는데 드는 시간과 품을 생각하면 대리운전이 낫다. 하지만 바늘은 누구나 필요하지만 문젠 판매하는 놈이 없다는 것이지. 청계천에 가야 있고 그나마도 다 갖고 있지도 않다.

그리고 대가리 속엔 다음엔 이걸, 또 저걸하는 생각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문젠 내 몸이 하나라는 것이다. 더하여 시시때때로 개소리 나불거려 카페 손님 끌어 들여야지.

출근해서 택배하고 손님 응대하다 보면 점심 거르기가 다반사. 좀 쉬려 하면 담배 사러 오지, 그렇게 정신 없이 글 쓰며 난리 피우다 보면 저녁 건너 뛴 9시다. 그러니 매일 술을 마시는 것이고. 한잔 때리고 취하지 않으면 그 많은 종류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가 없다.

때론 이러다가 내가 미쳐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된다. 그렇게 관심 없던 마누라까지 은근 걱정. 판을 너무 크게 벌린다는 건데 내가 없으면 누가 하냐는 거지.

걱정은 무슨... 혹시 어느 날 골로 가면 남은 오디오야 업자 불러 땡처리하고 가게 보증금 빼고 야부리로 하던 아이템들은 그날로 접으면 그만이거든.

대강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 계획적이다. 땡처리하며 나온 돈은 장례비 정돈 될 터이고 조금 남은 빚 청산에도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나 없으면 누군가 알아서 깨우쳐 이어갈테니 손님들에게 피해 줄 일도 없다. 그야말로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깔끔할 것이다.

혹시 오디오를 업으로 하고싶은 분이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명쾌한 답은 아니지만 힌트는 주고 있으니 말이다.


The Beatles - Don't Let Me D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