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교육방송에서 진사황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지만 그가 이룬 대업은 보면 볼수록 대단하다는 찬탄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사후 불과 백년도 채 되지 않아 제국은 몰락했다. 진시황뿐인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가 이룬 세계 정복도 사후 한낱 꿈처럼 스러져 갔다. 물론 그 후 세상을 호령했던 나머지 제국들은 앞서 두 위인의 전철을 밟진 않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영원한 제국은 없다'가 아닐까.
오늘 신문에서 모 그룹 회장이 모든 걸 내려놓고 홀로 서기를 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퇴장했다. 퇴임사에서 그는 여러 주장을 내놓았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스스로가 발전의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묘한 대목이다. 정말 본인이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앞서 가는 자신을 따라 오지 못하는 직원들에 대한 질타인가. 용기 있게 퇴장하는 이에게 후자에 대한 의구심의 눈길은 줄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생각은 해 볼 수는 있다.
사실 10대 그룹 중 가장 조용했던 그룹이 이곳이었고, 또 조용했던 만큼 기사거리가 될 만한 발전이나 물의를 일으킨 바 없었고, 그의 말마따나 금수저의 책무를 다하며 현상 유지는 했으니 그리 비난 받을만하진 않다.
하지만 그의 용퇴가 주는 시그널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문정권 이래 줄기차게 얻어맞고 있는 재계. 그제는 심지어 종아리 매질로 끝날 일을 목을 조른다는 표현까지 등장했고 지금도 재계 죽이기 = 경제 죽이기란 기사가 연일 데스크를 장식하고 있지만 칼날은 날이 갈수록 광채를 번쩍이고 있다.
롯데, 한진, 삼성으로 옮기며 살기를 뿜어대던 칼 끝은 급기야 대표 언론인 조선일보를 향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전 내가 하는 일을 자식 중 하나에게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 뜻대로 될까? 다른 예를 들어 보자. 내가 의사이고 지금 잘 나가는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은퇴하면 당연히 누군가 물려 받았으면 생각을 할 것이고 그 대상은 역시 자식이다. 뜻대로 되는가? 자식이 의대를 가야 물려 줄 것이 아닌가?
한번은 이런 이야기도 햇다. 힘들게 쌓아올린 내 삶의 금자탑을 단지 일이 힘들다고, 수준 낮다고 버리지 말고 가업으로 삼자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와 선대의 생각이지 후대에서 받지 않겠다고 한다면 어쩔 것인가?
싫다는데, 혹은 능력이나 자질이 안되는데, 적성에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떠넘겼다고 치자. 얼마나 가겠나.
하지만 돈질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자식이 모자라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인재로 채우면 된다고 다들 생각했다.
그래서 진시황과 알렉산더 이외 제국들은 시들다가 잘난 후대가 나오면 다시 살아났지만 결국엔 다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이는 실로 무거운 의미를 가진다. 발전해야 할 조직체에서 무언가 걸림돌이 생기고 그로 인해 발전이 더뎌지면서 시간이 흐르면 이후 아무리 잘난 놈이 맡더라도 감당이 되질 않는다.
이하개 잘 되지 않는다면 하수구를 생각해 보자.
처음엔 괜찮다가 돌이 하나 박혔다. 이걸 모르고 계속 하수를 내리다 보면 그 돌에 휴지, 꽁초, 심지어 썩지도 않는 비닐까지 쌓이게 된다. 결국 역류가 발생하고 아무리 애를 써도 물은 내려가지 않게 된다.
최후의 수단은 전부 뒤집어 관을 교체하든지 아니면 비싼 비용을 들여 밀어내기를 하든지.
최상위 포식자이자 만물의 영장을 하수구에 비교해서 기분 나쁠지는 모르지만 사실이 그렇다.
결국 인간은 혈통과 적통으로 다스리는 체제가 더이상 완전하지 않음을 깨닫고 민주주의란 방식으로 가장 뛰어난 자가 무리를 이끌게 하였으나 이이런 발명 아닌 발명으로 과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수 있나?
무리 생활을 하는 짐승들을 보라. 가장 강하고 영리한 자가 후대를 잇는다. 이는 자연의 법칙이고 만물의 근본 원리인데 우린 그것을 인간이 창조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니 얼마나 가소로운가.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그리고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당대의 강자들 중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겠다고 선언했거나 실제 승계 작업을 하고 있는 곳이 있는가?
옛말에 부자 삼대 못간다 했다. 지금 우리네 재벌이 딱 삼대 째다. 그리고 그 세대는 이미 마흔 줄에 들어섰고.
하지만 그들을 둘러싼 경제 환경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폐 한장으로 선박을 건조하던 조선에서 시작된 몰락은 자동차를 거쳐 전방위로 위기를 회오리처럼 몰고 가고 있다.
가장 좋은 예를 들자면 현대의 수소차와 삼성의 바이오/전장 산업이다. 그리고 또 있지. 태양광.
개인적으론 이들 기업의 수장이 혈육이 아닌 실력과 능력, 그리고 자질로 오른 자였다면 결코 이런 선택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그들의 선대는 굴뚝 산업의 경계점 이전에서 이미 최후를 맞이 하고 있었으니 어찌 이런 대변혁을 감지했을까.
이젠 사회 정의고 나발이고를 떠나 우리가 살자면 우리의 명줄을 거머쥔 경제의 수장들이 용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거느린 수하 중 가장 강력한 자에게 물려 주고 본인은 대주주로써의 괴살만 향유하면 된다.
난 이것이 정부가 재계에 주고 있는 시그널이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그 시그널은 시작점은 임종석씨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한편 이재명씨의 경우, 전뭐시기가 안답시고 나불대던데 신경쓸 가치도 없는 개소리다. 지지율 몇 프로 떨어지는건 하루에도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지금 이재명 모르는 이가 있던가? 그렇게 욕하던 이들조차 그에게 동정표를 던지지 않는가.
누군가 20년 집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재명씨의 건은 털어 뭐가 나와도 죄될 게 없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지 않는가?
자한당이 왜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는지 생각해 보라. 이 세상은 다수가 이끌어 가지 않는다. 단지 상위 10%도 되지 않는 파워 엘리트가 이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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