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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저녁 10시경 라디오에서 나오던 무슨 첩보극의 배경 음악같았는데. 티브이가 없던 시절도 아니었건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다소 유치했던 성우들의 오버액션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찌직거리는 잡음에 형편없는 음질이었건만 스산한 바람만 불면 문득 생각나는 건 나도 농땡이 그만 부리고 널어놓은 낫가리 줏어 담을 나이가 되었다는 뜻이리라.
아마 그때, 그리고 출근길의 2호선 전철의 뚜껑을 열면 콩나물 대가리가 수북이 담긴 나무통이 생각날 것이다. 저녁 내내 퍼마신 술이 덜깨서 입에서 똥술 냄새가 숨을 쉴 때마다 뿜어져 나왔고 주변 가득 압착하는 걸과 워먼들의 낯짝은 그야말로 똥 씹은 표정이었는데.
간혹 도저히 참질 못해 중간에 내려 쓰레기통에 간밤 뭘 먹었는지도 확인해야 했고 또는 바지를 똥꼬에 끼워 번개처럼 공중 화장실로 내달렸던 기억이. 한번은 휴지가 없는 거라. 뉘미....
'저 죄송하지만 휴지 좀 빌려 주시겠습니까?'
'다 썼는데요. 죄송해요.'
아.. 존슨되었구나. 손으로 대충 막고 물러 씻어야 하나 하는 순간에 밑으로 휴지 뭉치가 들어왔다.
'ㅎㅎㅎ 나도 그런 때가 있었지요. 남으면 잘 올려 두셔.'
참으로 알흠다운 온정이 살아 숨쉬던 시절이었다.
시청 앞 2호선 지하철 역에서 쌈쑹으로 나가는 길목엔 음반 가게가 있었는데. 주로 귀에 참 감기는 음악만 집중적으로 들려 주었다. 그때 속아서 산 시디가 무려 300여 장은 되지 싶다. 그 중 절반은 비몽사몽 간에. ㅎㅎㅎ
그런데 중국 갔다 오니 아부지께서 걸리적거려서 쓰레기장에 다 버리셨다네. 아깝냐고? 아깝긴.. 전부 컴필레에이션에 지금도 2천원 주면 살 수 있는 음반들인데.
살며 한 약속을 지금 내 앞에 쌓는다면 세좆대왕 릉 크기만 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 중 지켰던 약속만 따로 쌓는다면 오늘 아침 갈긴 똥무더기의 두배 정도될 것이다.
나름 정의롭고 약속지켜는 성격이라 평을 들어도 돌아보면 이 꼬라지니, 도대체 입에 거짓말을 달고 사는 놈들은 어떻겠나.
하지만 그래서 내가 살아 남을 수 있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삶은 원래 거짓으로 가득 찬 쇼이니 그 역할에만 충실하다면 그럭저럭 평탄하게 산다.
심각하지 마시오.
조금만 떨어지면 심각할 일은 없소이다.
즉 가까이 있어 심각한 거요.
원래부터 가진 것이 없었으니 잃은 바도 없잖소?
그러니 심각하지 마소.
요즘 사람들은 너무 심각해서 탈이요.
심각하면 멋지지 않소. 심각하면 따분하오.
심각하다고 값을 잘 쳐주지도 않거늘,
심각하면 알아준다고 착각하니
정말 세상이 심각해 지는 것이오.
잘 생각해 보소.
지금 웃어야 할 일들이 심각한지.
그러니 심각하지 말고 심각한 척 하소.
심각은 Serious요. 살며 그런 위중하고 위태로운 일이 얼마나 있다고?
그러니 사실은 전혀, 아니 심각한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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