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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도박중독자였다. 젊은 시절 사형 직전에 풀려난 이후로 스릴에 중독되서 비슷한 느낌을 주던 도박에 몰두하게 된 것이었다. 여기에 첫 결혼에서 아내가 죽고 홀로 딸 하나를 길러야했을 뿐 아니라 형이 죽은 후 형수와 조카들까지 부양해야 했기에 도박에 더욱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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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빚에 쫒기던 그는 한 악덕 출판사와 한 달 안에 소설 한편을 완성시키지 못 하면 9년간 모든 저작권을 넘기는 위험한 계약을 하게된다. 이때 그는 친구로부터 안나라는 속기사를 소개 받는다.
안나는 뛰어난 수완으로 도스토옙스키를 도와 26일만에 노름꾼이라는 소설을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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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와 함께하며 사랑에 빠진 도스토옙스키는 청혼하려했으나 늙고 추레한 자신이 거절당할까 두려워 원고를 상의하려는 듯이 글을 하나 써서 안나에게 찾아간다. 그 내용은 늙고 병든 화가가 젊은 여성에게 청혼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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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이 화가를 사랑할 수 있겠소?" 도스토옙스키의 질문에 안나가 답했다.
"마음 착한 여인이라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이에 도스토옙스키가 다시 한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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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 여인이라고 상상해보시오. 그리고 내가 화가라면? 당신은 청혼에 어떻게 대답할 것 같소?"
"그렇다면 '저는 당신을 사랑한답니다. 그리고 평생을 사랑할거에요.'라고 대답하겠어요." 용기를 얻은 도스토옙스키는 안나에게 청혼했고 둘은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후일 안나는 그 수완을 십분 발휘해서 도스토옙스키의 도박 중독까지 뜯어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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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게시판에서 퍼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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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오죽했으면 일화로 소개될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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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 전 거래를 했던 분에게서 느닷없이 문자가 왔다. 요는 '보유하고 있는 기기를 전부 처분하고 싶다. 싸게 주겠다.' 하지만 내 기억으론 멀리 사는 분인데? 아니나 다를까, 강원도 사북이라는 거다. 오래 전이었는데 우째 기억을 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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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얼추 계산해도 300킬로는 족히 나오니 하루 장사는 못하겠으니 이게 답이 나오냐 하고선 거절했지. 그러나 재차 전화까지 와서 부탁하는데다, 갑자기 날도 좋은데 어디라도 놀러 가자던 마눌의 불만이 기억나자, 이걸로 퉁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번쩍거리는 카지노 구경도 하고 혹시 아냐, 나에게도 횡재가 떨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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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한 계산을 깔고 출발을 했다. 워메,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엔 껌이었던 300킬로가 왜 이리 머냐. 하지만 먼저 상상했던 카지노의 전경과 미지의 횡재에 대한 망상을 머리 속에 떠올리니 피곤도 곧 가시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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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도착한 사북은, 보자말자 시발이란 욕이 나올 정도로 휑했다. 이게 워야, 아니 카지노 어디 있노? 투덜거리며 약속한 장소에 도착해서 짐을 실고 물어봤다. 밖에선 잘 모른다나. 들어가 보면 아는데 절대 하지 마라. 하더라도 재미로 해야한다. 그리고 섬뜩한 말씀. 한달에 몇명씩 아파트나 호텔에서 툭툭 떨어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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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대낮에 경찰차가 그러도 자주 순찰 다니는 광경은 생경했다. 그리 멀지 않은 카지노에 도착한 난 다시 한번 실망했다. 입구는 뭔 과거 2편 동시 상영하던 극장 같고, 내부는 그야말로 쌍팔년도 전자 오락실 꼬라지였다. 게다가 금연이라니? 헐리우드 영화 속 카지노처럼 이브닝 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의 신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고 웬 쓰레빠들이 우글 거린다. 알고 보니 투숙하면서 도박하는 이들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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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닥거리는 테이블을 골라 뒤에서 훔쳐보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게다가 딜러들 표정은 그야말로 석상 그 자체.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게 아니네. 노란색 칩 하나에 적힌 금액이 10만 원이었는데 이게 몇씩 쌓이더만. 그리고 1-2분 사이에 게임 오버. 하루에 수십억 날린다더니 농담이 아니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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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찡꼬인지 뭔지 버튼 눌러 같은 그림 맞추는 기기 위엔 잭팟 상금으로 10억 조금 넘는 돈이 걸려 있고 그 아래에선 역시 다 죽은 표정의 군상들이 기계처럼 버튼을 눌러대고 있었다. 그러다 룰렛하는 곳에 들렀다. 한 젊은 친구가 판 전체를 덮다시피 칩을 걸고 있었는데 난 분명히 목격했다. 딜러와 매니저 같이 생긴 이들이 묘한 눈빛을 교환하는 걸. 그리고 나온 숫자는 그 친구의 칩이 걸린 그 많은 숫자들 중앙의, 돈을 걸지 않는 번호로 나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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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 미리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팔과 손을 뒤로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쭈욱 뻣더니 고개 숙이고 가더만. 족히 1-2천 정도되는 돈이 순식간에 사라졌는데 쓰레빠 끌고 왔으니 대체 얼마나 잃은 거냐. 가서 멱살이라도 잡고 정신 차리라고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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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돈이 있으니 도박하는 것이고 따지고 보면 그 돈도 남의 주머니를 턴 돈이지만 갑자기 열이 확 솟으며 마음 속으론 이미 그곳을 화염 방사기로 박살내고 있었네. 니미 시발, 이게 대체 뭐하는 거냐. 지역 경제 살린다더니 원주민들은 좀비처럼 변했고 어린 눔들 호주머니를 알궈 처먹는, 국가의 해괴망칙한 짓을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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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샌 번 돈을 일순간 착란으로 다 날리면 어떤 심정일진 겪지 않아도 알만하다. 얼마 전 코인에 올빨했다거 목 매단 이들도 같은 심정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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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임이라도 해볼까 하는 마눌을 뜯어 말려 나오면서 가래침을 뱉어줬다. 이런 씨버랄 곳은 확 불나서 없어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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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해서 돈벌라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살며 절대 근처에 둬선 안되는 곳이 바로 도박장이 아니겠나. 왜 이런 시궁창보다 못한 곳에서 한번 뿐인 삶을 작살내는지. 다신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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