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My Vlog

공으로 세상 먹으려는 어린 새끼들

운산티앤씨 2018. 9. 25. 04:14

그제 마지막 글을 쓰고 난 후였습니다.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앰프 하나에 세정제를 뿌려 닦고 난 후 일어서려는데 몸이 조금 이상하더군요. 우선 사지에서 맥이 풀리더니, 그다음 뒷골이 땡기면서 앞이 빙빙 돌면서 콱 숨이 안 쉬어지던데.


니기미 뇌졸중과 심장마비가 같이 왔나? 그간 힘들었던 일들이 생각나며 그냥 눕고 싶더군요. 조금 더 버티면 이젠 갈 수도 있겠구나.

갑자기 철딱서니 없는 애들과 나 없인 장도리질 하나 못해 쩔쩔 매는 마누라 생각이 납니다. 아직은 아니구나. 심호흡하며 20여 분을 의자 잡고 버티었더니 증상들이 서서히 사라지더군요. 식은땀 닦아내고 앉아 검색해 보니... ㅎㅎ

뭐 지금 가더라도 그다지 미련도 없고 겁도 나지 않습니다. 갈 때 되었으니  데려가지 차사가 실수하는 건 전설에나 나올 만큼 진귀한 일이니까. 집으로 돌아와 세상 모르게 자는 가족들 얼굴 보고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오냐, 20년만 더 버티자.

오늘 아침부터 아들 눔이 뚱한 얼굴로 어미와 동생에게 짜증을 부리더군요. 하여 물어보니 입시 스트레스라. 그려, 그 정도면 이해하겠다 싶었고, 무사히 명절 보내고 귀가하여 일찍부터 잠을 청했는데 자는 내내 뭔가가 둥둥. 눈을 떠보니 게임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갑자기 잠이 화들짝 깨서 그간의 일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공부해라, 알아서 하겠다. 그리고 나날이 나아지는 성적을 보곤 그려, 알아서 해. 거참 시험 며칠 전에 벼락치기하는 눔 치곤 꽤 성적이 좋은 걸 보면 머린 나보다 좋은가베?

그 정도 성적이면 적어도 서울 몇몇 대학은 가야 하는 거 아니냐? 모르는 소리 말랍니다. 아예 오남리 고등학교는 서류 통과도 안된다. 못 믿어 하는 나에게 오려 이눔이 눈알까지 부라리며 지난해 진학 결과를 보여주니 진짜네? 그나마 잘 간 놈이 거시기 거시기 대학 몇 명 정도. 이도 수긍 했습니다.

촌이라 쌓을 스펙이 뭐가 있나. 전부 돈으로 쌓는다길래 세상이 불공평한 줄 알았고 그 파도에 내 아이들이 희생되는구나 싶어 거지발싸개 감도 안되는 지잡대 가려 하지 말고 중국으로 가라. 미국은 돈이 없어 솔직히 어렵다 하니 중국은 더럽네 어쩌네, 기어이 여기 대학을 가겠다. 오냐, 알았다.

다시 시계바늘 돌려 생각해 보니 아침에 눈 뜨면서 스마트 폰에 머리 처박고선 하교할 때까지 머리 드는 꼬라지 본 적이 없네요? 게다가 시험 며칠 앞두고선 바짝 공부하지만 그 외는 모니터 앞에 앉아 내내 게임만 했고.

며칠 전 하두 주변에서 조차 자사고, 외고 등등 빼면 좋은 대학 가기 힘들다길래 각 대학의 합격자 분포를 훑어보았는데 웅? 이건 좀 많이 다릅니다. 분명히 물 좋은 곳의 애들이 상위 클래스로 간 건 맞는데 그렇다고 해서 전부는 아니더란 말이지요. 그리고 문득 들은 말, 어디 고등학교는 정시만 준비하더라 어쩌고.

하... 종합해 보니 신문에서 떠들었던 만큼 유전무전 무전유죄의 세상도 아니네 싶습니다. 학종이니 자소서니 전부 세상 쉽게 살아가려는 눔들의 장난질이구나.

일전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만 6개월 바짝 공부해서 내가 대학을 갔다는 일화. 욕먹을까 봐 부풀렸지 사실은 3개월이었습니다. 하지만 3개월 동안 정말 피를 토할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국어와 영어 교과서 5종인가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다 외웠으니까.

그리고 두산 종합 대백과 사전이 유일한 내 독서였다는 말은 중2 때부터 고3까지 물경 5년간 쥐고 틈만 나면 읽었다는 뜻이었고 통독 회수로 따지면 7-8번은 넘을 겁니다. 그러니 역사와 세계사, 정치 경제, 윤리 따윈 공부하지 않아도 되었던 거죠.

오늘 낸 결론은 저 녀석이 지원한 대학을 다 떨어져도 당연한 거구나 입니다. 지원한 대학 면면을 보니 하나 빼곤 전부 학종, 자소서, 면접으로 결판을 내는 곳이니 돈으로 도배를 한 놈들의 것과 야부리로 풀칠한 놈이 어찌 경쟁이 되겠습니까?

그나마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정시, 내가 이리 공부해라 해도 들은 척도 않고 안된다만 외쳤는데 지금 시작해봤자 나가리.

또다시 시계를 5년 전으로 돌려 보니, 쓸만한 대학 출신들이라 믿고 뽑아 들였더니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쓸 수 있는 간단한 기안 하나조차 헤매질 않나, 영문 메일 하나 써오라고 하면 3박 4일. 결국엔 내가 전부 다시 작성해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 그러니까 평등, 공평 분배란 구호 아래 법의 틈새를 비집고 놀고먹으려는 심뽀들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가게 하나를 차리더라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달려들기보단 알바 뽑아 사장 소리만 듣고 싶고, 밤잠 안 자고 레시피 개발해서 내 손맛으로 음식 내놓기보단 프랜차이즈 차려 또 알바 뽑아 난 놀러 다니고.

봉사란 건 자발적이고 마음에서 우러나야 진솔한 이야기가 나오는 법이죠. 못된 주인 만나 죽도록 얻어터진 개새끼 곁눈질하다, 눈물 나게 사연 적는 애들 글은 보았어도 똥오줌 치워줄 자식 하나 없어 양로원에서 죽어가는 자들을 돌보며 느낀 삶에 대한 철학을 쓴 글을 본 적이 없네요?

정말 흥미가 가서 하는 동호회, 동아리 활동은 전문가 수준이죠. 하지만 별로 관심 없는데 대학 가기 위해서라면?
이에 반해 외국의 경우를 보면 많이 다릅니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 정말 타인을 위하는 마음으로 봉사를 하는, 샛별 같은 NGO의 수장들은 하나같이 어린 학생이거나 갓 사회에 나온 젊은 애들이죠. 그에 반해 우린 수상쩍은 종교단체들이고.

아무리 좋은 제도인들 뭐 하나? 귤이 어딜 가면 탱자가 된다더니 전인 교육의 기치 아래 도입한 교육 시스템은 얍삽하게 세상을 공으로 먹으려는 애들과 책임감 없이 세금만 축내는 교육 공무원들만 양산했구나.

50여 년 세월 동안 충분히 체득한 건 땀과 열정, 그리고 피 토하며 날밤 깠던 고민 앞에선 어떤 고난인들 스쳐 지가는 미풍 깜도 안된다는 겁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적이 안심도 됩니다. 왜? 이따위 분위기에서 지금처럼만 한다면 적어도 밥은 굶지 않겠구나 싶거든요.

정년 5년 더 연장합니다. 75세까지... ㅜㅜ
호랑이 눈알을 하고 샌드백이 터질때까지 두들기던 열정을 다시 주먹에 감으며...






Survivor - Eye Of The Tiger (Rocky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