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My Vlog

똥줄 타지? 받아들여라...

운산티앤씨 2018. 9. 22. 15:17
오전에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한참을 웃었다. 무슨 국학연구소? 이런 것들도 나랏돈 받아 운영되나? 여하튼 인용되었으니...

말인즉, 홍동백서니 뭐니 제사상에 올리는 제수 음식들은 허례허식이다. 추석의 차례는 차를 올리는 의식에 불과하다.

이 십새끼들이 존나 웃기는 건 왜 이제 와서 개소리로 설레발치고 있냐는 거다. 수십 년 동안 아가리 처닫고 있다가 알흠다운 미풍양속의 사회가 붕괴되는 꼬락서닐 보니 다급한가? 추석과 설을 없애자는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실제 고향 가는 이들보다 해외나 나들이 가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여기에 여자들의 반란도 만만찮지. 시댁 가기 싫다, 시부모 모시기 싫다, 친정에 갈래, 나아가선 시집가기 싫다로 이어지니 똥줄이 탈만도 하겠다.

마눌이 아침에 선언하더만. 이번엔 친정 가겠다고. 그리고 추석엔 집에서 쉬겠다고. 그리하라 하고선 모친께 전달. 당연히 난리지. 그래서? 이번 주 뵙고 왔는데 딱히 그날 꼭 가야 할 이유가 있나? 그렇게 주억거리면서도 다들 자식새끼들 오는데 두 양반만 덩그러니 있게 하자니 거시기 하네.

어라? 가만 보자. 큰 아들이 찾아오잖아? 굳이 나까지 그 좁아터진 방구석에서 배가 터지게 먹고 자다 올 일은 또 뭐야?

하여 타협점을 던지길 우리 집 근처에서 고기나 구워 먹고 가쇼. 허나 이번엔 형수가 꼬장이네? 그 돈이면 집에서 다 같이 먹고도 남는다? 이런... 물가를 몰라도 너무 모르네. 그게 더 싸다 해도 한사코 다 오란다.

아놔... 하여 이번엔 형에게 문자를 날렸다.

'나 돈 없다. 명절 아래 누가 오디오 사냐? 각자 지내자.'

흐미... 우리 가족 각자에게 용돈까지 줘가며 오라네. 결국 그 돈 모아 전이라도 부쳐 오라는 뜻이렸다? 하여 나에게 배당된 용돈을 마누라에게 상납하고 겨우 당일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으니.  

살기 팍팍해도 내일이 보인다면 다들 모여 웃음이라도 지을게다. 문젠 내일이 보이지 않는 땅바닥인데 같은 처지에 만나면 뭔 없던 동지애라도 생기느냐 말이다.

나눠주긴 싫고 예전처럼 말 잘 드는 강아지들로만 이 사회가 가득 차서 지들 뜻대로 굴러갔으면 좋겠지? 

대세는 이미 기울었고 돌이킬 수 없다. 받아들여라. 이제 와서 차라도 한잔하며 조상을 기리자는 헛소린 그만 좀 하고.

명절 직후 이혼율이 두 배가 된단다.

이젠 남자들도 수긍할 때가 되었다. 왜 여자들이 나이를 먹어가며 여자도 남자도 아닌 중성으로 변해가는지,  그 핵심은 아직도 우리가 버리지 못한 효와 예의 문화 탓임을.

요즘 딸애를 꼬시고 있다. 너 결혼해봐야 이 사회 안 바뀐다? 그러니 아빠가 먹여 살릴 테니 그냥 우리랑 살자. 존나게 키워 남의 집 부엌데기나 시키자고 너 만든 거 아니라고 말이다. 그런 면에선 마눌에게도 허벌나게 미안허다.

Boz Live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