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에휴...

운산티앤씨 2018. 7. 24. 00:22

--------------------

산울림 -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1986)

어떤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 발생 시점에 같이 있어도 전모를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후대가 평가하리라 하지만 그 후대들조차 자기 이익에 따라 하나의 사실을 달리 해석함에야. 수십년도 아닌, 수백년 전을 논함 자체가 언어도단이고 어불성설일 수 있으나.

정도전, 남이 장군, 이순신, 조광조, 정약용까지. 지난 5백년 동안 언뜻 기억나는 몇몇을 반추해 보아도, 그리고 내 기억 속 깊숙이 숨어 있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 많은 현인들이 앞날을 내다보고 개혁을 주창했지만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간신들의 모함에, 정쟁에 휘말려 생을 마감하거나 죽어 지냈다.

힘만 세도 아기 장사니 날개가 있니 황당한 구실을 갖다 대고선 피지도 않은 꽃을 꺽지를 않나. 아무리 잘나도 개백정 자식이어서 혹은 불가촉천민이라.  솔직히 인도의 카스트 제도보다 더 혹독한 계급 사회가 존재하니.

그러다 보니 정작 현인도 아닌 혹세무민하는 무당들이 득세하고 무리들을 기망하니, 도대체 터가 잘못된 건지, 아니면 애당초 인간성이 돼먹잖은 건지.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단 속담을 세계 도처를 떠다니며 번역해서 알려주고 간을 보았지만 어느 나라에서건 나오는 반응은 한결 같았다. 사촌이 잘되면 좋은 건데 왜 배가 아프냐고.

내 목적을 위해서라면 전체가 다 뒈져도 무방하다는 심뽀는 세계사를 샅샅이 훓어도 비근한 예조차 나오지 않는다.

오늘 난, 간악하기 짝이 없는 간신의 거짓 눈물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지눔이 일을 벌여서 구덩이로 몰아넣고 죽게 만들고선 죽기 직전의 그를 앞에 두고 자칭 같은 노선을 걸었다고 어깨를 만졌다는 대목에선 기겁을 하겠다. 이런 천하의 벼락 맞을 종자가 다 있나? 인간이 저따위니 실성한 애조차 아구창을 날리지.

그러나 말이다. 정말 모질이 시키는 죽은 놈 아닌가. 시궁창에 굴러도 살아 있어야 만회를 하지, 죽고 나면 무슨 소용 있나? 예전처럼 망나니 칼 아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나 말이다. 정작 욕먹을 놈들은 따로 있다. 옆에서 구경한 놈. 이넘들이야 말로 이자겸, 유자광보다 더 악질이다. 옷 바꿔 입었다고 모를 줄 알았더냐. 무당이 양복 입었다고 그 천박함이 숨겨 지더냐.

두고 봐라. 언젠간 그 간악한 얼골과 옷에 불벼락이 떨어질게다. 에라이, 나쁜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