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니조또 물래?

운산티앤씨 2018. 7. 10. 23:53





NAUL(나얼) _ Memory Of The Wind(바람기억) MV




혹시 고무 바퀴 달린 기차 보셨습니까? 우레탄 바닥을 지날 땐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스윽.......

'니조또 물래?'
'헉? 놀랬잖아, 이 사람아. 기척이라도 하고 좀 들어와.'
'모 하길래 놀래? 니조또 물래?'
'아니 이 여자가 미쳤나? 서방한테 그따위 욕지거리야.'
'잘 들어봐 니조또 몰라? 니조또 물래?'

흠.. 동향이라 사투리는 양해 좀 하시고. 리조토. 듣도 보도 못한 뭔 이태리 음식을 인터넷에서 펌질해서 만들었나 본데, 기어이 날 마루타로 만들 작정인가 봅니다. 보나 마나 나 먼저 먹여 이상 반응 없으면 아들 주겠다는 심뽀겠지요.

아니 이 아줌씨가 요즘 들어 날 풀숲 개똥 아래로 보질 않나, 늦게 들어가서 배고파 뭘 집어먹을라 치면 아들 줄 거라고 먹지 말라고 자다 일어나 소릴 지르지 않나. 이런 닝기리 조뚜. 언제부터 우리 집 퍼스트 프라이어리티가 내가 아니냐 이 말이지.

어제 저녁엔 인근 서식자 한 분이 튜너 사러 오셨다가 무리를 하셨네요. 흠, 웨스턴 진공관이라니. 또 댁에 가셔서 마음에 드신다고 바로 현찰을 들고 오셨습니다. 캬... 이게 얼마 만에 보는 현금이냐. 기분이 째져서 한 건 했다 문자 치니 왈,

'손 대지 마. 소주 마시지 마. 내일 일찍 나와야 하니까.'

오자마자 지폐 통을 확 잡아채더니 양쪽 주머니에 수북이 현찰 집어넣고선, 문 단속 잘하라고 지 혼자 가버립니다.

늦은 밤 아들눔 도서관에서 돌아오면 강아지보다 빠르게 튀어나와선, 먹기 싫다는 눔 잡아 앉혀 놓고 갖은 진수성찬 차려 반찬 집어주는데 도대체 누가 서방인지. 난 들어가면 기척도 없거나, 장딴지 득득 긁으며 나와선 한다는 소리가 밤늦게 먹으면 살찌고 고혈압 오니 그냥 자라.

와... 이거 완전 간땡이가 붓다 못해 배 밖에서 축구를 하는 거 맞죠?

우리 오마니, 어지간히 별나야 말이지요. 오죽하면 형과 동생은 내가 아픈 손가락이라나. 큰 아들과 딸에게 용돈 받아 내 바자마 사주다가 들키고선 원성을 만 바가지로 듣고서도 멈추질 않으십니다. ㅋㅋㅋ

백날 용돈 줘봐야 꿍쳐 놨다 이런저런 핑계로 기어이 내 호주머니에 찔러주시는데 아부지 역시 퍽이나 아니꼬우실 터. 그런 모습 보며 날 마마보이니 시월드에 나와도 아깝지 않을 시오마시라 비웃을 땐 언제고, 이젠 아들 눔 여친까지 심사를 합니다.

'글케 아들이 좋나? 내 보면서도? 딸래미한테 나중에 원망 듣는다. 고마해라.'

자기도 모르겠답니다. 혹시 개고생만 시킨 내가 미워 처녀적 품었던 희망사항들이 아들 눔한테 투영되는 걸까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난 그리 애 먹인 게 없는데. 기집질을 했나 술 먹고 때려 부수기를 했나. 손찌검을 하나. 번 돈 다 갖다 바쳐, 딴짓 않고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생각하며 불철주야 똥개처럼 꼬랑지 흔들고 다니거늘.

저 인간을 믿다간 아무래도 늘그막에  밥 한술이나 지대루 얻어먹겠냐 싶어 졸혼을 선언했더만 이건 사다코를 능가하는 공포로 날 잡아 앉힙니다.

흠.. 다들 청혼할 때 어떠셨습니까? 손에 물 묻히지 않고 호강시켜 준다고 하셨던가요? 나도 그랬나 봅니다. 그러나 손에 물은 당연지사고 저 나이 될 때까증 돈을 벌게 만들었으니, 그 속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원망스럽겠지요. 뒤늦게 찾아온 중년의 우울증과 화병을 난 못 본 체, 아니 알지만 끼어들기 싫어 병원에 가라고만 했으니까.

요즘 젊은이들은 이해를 못 할 수도 있지만, 우리 때까진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였습니다. 나라고 해서 호강 시켜 주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만은, 세상사 생각대로 된다면야 슬픔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을 터.

니조또 물래에 담긴 의미가 갑자기 나타난 기발한 농담이었을까나. 그렇게 해서라도 나에 대한 원망을 조금이라도 표현하고 알아줬으면 하는 그 마음을 내 어찌 모르겠습니까.

오늘따라 넙떡하니 벌어진 등짝이 왜 그리도 초라해 보이는지. 하루 종일 뺑이 치다 와선 장부 들여다보고 잔소릴 늘어놓는데 밉긴커녕 안아주고 싶더만요. ㅋ

내가 만약 시간만 되돌릴 수 있다면 결혼 따윈 하지도 않았을 테지만 되지도 않은 잡소리이니, 이왕에 퍼질러 놓은 건 수습하고 가야겠지요. 

우짜다 나 같은 자를 만나 저리 늙어 갔을꼬?  백날 잘해 줘봐야 지 기집 만나면 에미는 헌신짝처럼 버릴 텐데, 그리고 그렇게 미워하던 울 오메의 길을 걷고 있을 텐데. 우야둥둥 그 꼬라지 나기 전에 돈이라도 마구 벌어주었으면.  

볼 때마다 불쌍하기만 합니다. 이게 젊은 날 이해하지 못했던 정이라는 요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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