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향후 몇년에 대한 소박한 전망

운산티앤씨 2018. 7. 9. 15:02


I Will Survive - Gloria Gaynor (1978)


마케팅 원론 강의를 듣다가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머잖아 유통이 제조를 지배할 것이다. 이게 벌써 1984년이었는데 세월 참 빠릅니다.

과연 그 말대로 거대한 유통 공룡들이 제조업체 위에 군림해서 입맛대로 요리를 하는가 싶더니 급기야 노 브랜드 혹은 PB 상품으로 진열대 앞을 차지하며 유통과 제조가 결합한 연합체가 탄생하나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돈을 앞세우고 유통을 장악했다 하더라도 닥쳐올 미래까진 뜻대로 되진 않은 모양입니다. 이미 익히 아는 대형 유통체인들과 마트들이 나자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젠 영국에서 나온 기사인데 동네 소매점들이 도산하기 시작했답니다. 가뜩이나 대형 마트들과의 경쟁으로 힘든 판국에 온라인 매장들이 남은 자리와 대형마트의 영역까지 밀고 들어오니 그런 모양입니다.

얼마 전 읽은 기사에선 잭 웰치의 뒤를 이은 GM의 새로운 수장이 워렌 버핏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더니 왈, 제조로 다시 돌아가라. 그간 GM은 금융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젠 GM을 그렇게 만든 원흉으로 잭 웰치를 지목하고 있지요.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신화를 창조했던 그가 그렇게 전락하다니. 하지만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당장의 수익만 바로 보고 좇은 결과에 다들 희희낙낙했고 그의 수완이 곧 교과서인양 환호했지만 무자비한 기업 사냥의 그늘엔 무수한 근로자들이 흘린 피가 흥건했고, 이는 곧 소비의 실종으로 이어졌으니 작금에 이르러 공도 있다는 주장은 무의미합니다. 한마디로 수십년 앞을 내다보고 기업을 운영할 재목이 아니란 최종 결론이니까요.

그렇다면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 타오바오등과 그외 수많은 온라인 유통 업체들이 모든 걸 석권하고 경제를 좌우할가요?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들의 중추는 과거의 정의에서 나온 물류가 아닌 현대적 개념의 물류입니다. 그리고 이 현대적 물류는 소비자와 직결되는 온라인 시스템과 실제 제품의 이동을 담당하는 고전적 물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지금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에서 이 물류를 점령해가는 중입니다만 그러한 플랫폼은 더이상 그들의 전유물이 될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생산자들이 이 물류에 뛰들지 못했던 이유는 생산에 모든 걸 집중해야 하는 상황과 비교적 인터넷에 친숙하지 못한 경영진들때문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자기 세상을 구축한 신세대들이 들어올 것이고 그들의 눈에는 아무 이유 없이 거대 온라인 유통업자들에게 고스란히 이익을 갖다 바치는 상황들이 논리적으로 보이진 않을테니까요.

신세대 제조업 경영자들은 소비자와 직결되는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독립된 물류망을 이용해서 이들 유통업체들과 경쟁하게 될 것입니다. 아마 어떤 분들은 이미 온라인 유통에서 물류까지 잡으리라 하실지 모르겠는데 그들이 장악하는 건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화에 한해서 입니다. 나머진 여전히 전문 물류업체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물류업체들은 유통 그 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상황이고요.

한편 시스템 구축 측면에서, 지나간 시간 속의 회사들은 전산망 하나를 갖추자면 별도 전산실과 인력에 어머어마한 서버까지 갖추어야 했지만 요즘은 모든 요소들이 외주이고 개발과 관리까지 도맡아 합니다. 즉 제조업을 통해 얻어진 수익 중 일부만 재투자해도 과거의 몇십배 역량을 가지는 신경망 구축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첨단을 걸어도 인간이 삶을 영휘하기 위해 필요한 재화는 있어야 하며 그 수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세상이 참 공평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정의의 실현따위가 아닙니다. 어느 한쪽이 과도하게 혹은 과대하게 점유하거나 성장하면 반드시 이를 눌러 균형을 잡는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하며, 결국 그건 자각하지 못한 개인들로 부터나오기 때문입니다.

내 글에서 노동자적인 시각에서 경영을 비판하는 냄새가 짙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전혀 아닙니다. 내가 비난하는 건 파이를 카워 나눌 줄 모르는 놀부 같은 자들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세상은, 경쟁을 두려워 하고 안주하려는 세력들이 너무 많습니다. 수많은 경영자들이 기실은 회사를 위해 삶의 대다수 시간과 노고를 바치는 근로자들을 아끼고 있음을 잘 압니다. 하지만 그들은 현 상황을 잘 모르거나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 권력을 잡은 자들의, 그들 만의 세상을 지속시키기 위해 모든 시스템을 부조리하고 불합리하고 바꾸고 온갖 반칙을 일삼는, 그런 수작들에 화가 나는 겁니다. 그리고 그러한 수작들은 머잖아 공멸로 이끌게 됨을 잘 알면서도 끈을 놓지 않으려는 무식한 고집 역시 그러하고요.

인건비때문에 기업 운영이 어렵거나 가게 운영이 안된다면 업종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서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이가 1시간에 1만 원도 못받는데도, 거기서 고작 1-2천원 올랐다고 경영이 어렵다면 돈이 새는 곳은 딴 곳이거나 한계 업종으로 변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래 일한다고 일 잘하는 것도 아니요, 오래 일한다고 생산성이 높아지지도 않습니다. 포괄 임금 시스템으로 만든 공짜 야근이 회사를 좀먹고 있지 않는지 돌이켜 봐야 할 겁니다.

즉 열심히 일한 이에게 정당한 댓가가 주어져야 진정한 생산성이 나오는 법이고 모든 혁신과 발전은 같이 일하는 이들로 부터 나온다는 사실만 명심한다면 지금의 변화가 결코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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