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내 아이들에게..

운산티앤씨 2018. 7. 4. 13:36



어제 아들녀석이 갑자기 부산하게 화장실을 들락날락.

'얌마. 풀방구리 쥐 드나드냐? 공부 하기 싫음 게임이나 혀. ㅋㅋㅋ'

요즘 이리 장난을 겁니다. 그넘의 공부, 나도 지긋지긋해 마지않던 공부 소리 하지 않으려고 말입니다.

'놔둬. 모레 시험이래. 그래서 그런가봐.'
'시험인데 왜 화장실에서 난리여? ㅋㅋㅋ'
'워낙 매운 거 좋아하는데다 스테레스 받아 그런 가봐.'

그리고 보니 툭하면 속이 쓰리다, 배 아프다는 모습을 본 바라, 문자로 불러냈습니다.

'얌마, 시험 못보면 어때? 걍 대강 봐. 니가 좋은 대학 못가도 넌 내 아들이야. ㅋㅋㅋ'
'그건 아빠 생각이지.'
'이 자식이? 좋은 대학 나온다고 훌륭한 사람 되더냐? 그냥 힘 닿는 만큼, 마음 편하게 하고 나머진 결과에 맡겨. ㅋㅋㅋ'
'이번에 1등하고 싶다고. 졸업하기 전에 해야 한다고.'
'(저게 뭔 꿍꿍이가 있나 보네..)'
그만 웃음이 쑥 들어가고 말더군요.

어려서 부터 남에게 지는 걸 죽어라 싫어하고 지보다 잘난 놈과 경쟁하면 기를 쓰고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애비. 에미와는 전혀 다른 성격. 그리 하라 알려주거나 가르치지 않아도 날이 갈수록 불거지는 저 지뢀 마즌 성격의 유전자는 대체 누가 준걸까? 아마도 세대를 건너 뛰어 나오는 법이니, 분명 나나 집사람의 윗대가 제공자임은 분명하겠습니다.

자식 자랑은 아니고...

그제 모 언론의 지난 수년간 입사자를 통계내어 보니 소위 말하는 SKY출신이 거의 독식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그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면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외우고 배워, 잘된 모습이 고작 있는 자들의 나발수라. 대신 주둥이 놀려주고 받아먹는, 남들 보다 조금 나은 개밥때문에 어려서 부터 그 난리를 쳤냐 싶네요.

조국 수호란 경건하고 막중한 책무를 진다는 사명감으로 들어간 최고의 군사교육기관 출신들은, 시중 잡배나 아니 그보다 못한 흥신소 직원도 더러워서 하지 않을 짓이나 하다 콩밥을 줄줄이 달고 살 처지고.

만인이 지켜야법을 만드는 자도, 이를 엄격히 집행하고 벌을 쥐야할 자들도 하나같이 1등만 먹던 수재들일 터인데, 하나 같이 권력과 야합했다가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전락하고.

대통령도 잘못하면 감빵가는 세상에서, 법을 만들지도 않은 자리에 앉아 고작 법전 따라 망치 두들기고 수갑 채우는 판관들이 하는 짓이라니.

그렇죠? 오늘, 우리를 슬프게 하는 모든 일은 오래 전에 우리가 모욕하고 무시하던 꼴찌들이 아닌, 우리가 그렇게 칭찬하며 다들 본 받으라고 하던 모범생과 1등들이었음에 경악을 실로 금치 못하겠습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진 모르지만, 로스쿨은 노무현 정권 하에서 강력하게 추진하였고 2009년에 도입, 그리고 2017년에 사시 폐지라는 단계를 거쳐 현재 유일한 법조인 배출 창구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말 많은 사시는 도대체 어떤 부작용을 가졌길래  왜 그리 했을까. 본인도 개천의 용이면서 왜 없는 집 자식들이 날개를 달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막았을까.

사시가 끝나고 사법연수원에 아이들이 들어가면 소위 말하는 뚜쟁이들의 낚시가 시작된다고 들었습니다. 그 뚜쟁이들 뒤엔 정치계 거물과 돈 있는 자들이 있었고, 즉 그들의 가진 것들을 수호할 방패론 사위만한 게 없었을 겝니다. 오래 전엔 없는 집 아들과 있는 집안 여식간의 결합이었지만 폐지 전까진 있는 자들끼리의 집합으로 변했지요.

내 생각엔 그는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한게 아닌가. 결국 초기엔 부작용이 있지만 소수 독점되는 구조만 무너뜨리면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필요한 만큼 법조인이 배출되면 국민들도 법률적인 혜택도 볼 수 있고 권력과 야합하는 법조인은 줄어들 것이다. 이런 생각이 아니었을까요?

앞서 언급한 언론도 마찬가지. 수석이면 장학금에 특채라는 영광까지. 그들이 영리해서만은 아닐 겁니다. 그들이 가진 대학 타이틀을 이용하잔 거죠. 같은 대학 출신 법조인과 정치인들의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고 그걸 이용해서 여론을 장악한다. 대충 이런 시나리오.

혹시 이 글 보시는 분들 중에서 1등 못해, SKY에 못가서 밥 굶는 분 계시는지요? 거길 못 나와서 있는 놈들 밑에서 개만도 못한 삶을 사신다고 생각하시나요? 절대 그렇지 않을 겁니다.

버는 방법에선 다소 3D한 색채는 있을지언정 애들 키우고 늙어 먹고 살기엔 그럭저럭 괜찮을 겁니다. 골프 치고 해외 나가 노는 노후만 기대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파지는 주으며 연명할 정도는 아닐 겁니다.

남 위에 올라 호령하던 이들의 진면목을 보고도 1등을 외치십니까? 고작해야 사냥개 노릇이니 차라리 모르고 풀이나 뜯으며 평화롭게 노니는 초식동물이 더 나아 보이지 않습니까?

아들에게 던질 질문입니다.

왜 1등을 하고 싶으냐?
1등해서 좋은 대학 가면?
거길 졸업하면 뭐 할거냐?
훌륭한 사람의 정의는 너에게 무엇이냐?

그리고 만약 지금 욕먹는 저 모습들이 있는 길을 택한다면, 막진 않겠지만 열화와 같은 성원은 못보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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