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함에 세심했던 나의 마음에~~ 구창모가 부른 희나리였나?
'야, 까나리 좀 찾아봐라.'
'까니리 액젓 할 때 그 까나리?'
흠... 이 생선은 유분이 많아 사람이 먹진 못해도 사료용으로 쓰인다는군요. 듣자 하니 광어나 도다리 양식장에 투입된다는데 그걸 먹은 생선들의 발육 속도가 남다르답니다. 해서 그간 전량 중국에서 수입을 했나 본데, 친구넘이 그걸 보고 한 다릴 끼고자 했던 게지요.
이미 쏘가리에 데인 나와 웨이는 마냥 불안했습니다. 또다시 10시간 이상을 버스에 갇혀 지내며 웬갖 더러운 꼴을 다 봐야 하나 싶어서지요. 이번엔 당할 수 없어. 대체 그 까나리 어디 가야 있냐. 청도 근방 황도라는 곳에서 나온다는데 거긴 지가 이미 하고 있으니 다른 곳을 뚫어보라.
하지만 또 당할 순 없죠. 꼬치꼬치 캐물으니 실토를 합니다. 황도에서 가져왔는데 고기 반 물 반이라나? 무슨 뜻이냐 하면 일일이 생선 대가리 수를 셀 수 없으니 무게로 계산을 하는데 중국인들이 상자에 넣고 추운 곳에서 물을 졸라 뿌린답니다.
그럼 바로 얼겠지요? 즉 생선 무게에 얼어붙은 물 무게를 더하니, 수입해서 녹이면 물 다 빠져나가고 계약 무게의 30%가 없더라나? 그래서 좀 더 정직한 애들과 거래하고 싶단 건데.
이건 재활용도 마찬가지. 길거리에서 폐지 모으시는 분들이 박스지를 갖고 오면 아무렇게나 야적합니다. 장마철이나 봄비 많은 땐 땡잡은 거지요. 박스지가 물을 좀 많이 빨아당기는지요. 비가 오지 않을 땐 지하수 끌어다가 물을 줍니다. ㅎㅎㅎ
알았다 이눔아. 이번엔 왕사장네 동네부터 휘젓기 시작했습니다. 연운항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깐휘라는 작은 어항이 하나 있습니다. 왕서방이 잘 안다니 일단 그곳부터.
그려, 이번엔 기차 타고 가자. 돌아가더라도 숨은 쉬겠지. 중국 기차엔 일반 좌석 외엔 침대칸이 있습니다. 고급은 루안와, 싸구려는 잉와. 하지만 가격이 무려 300위엔이나 하다 보니, 비행기는 650위엔 정도? 14시간 개고생하느니 10만 원 내고 2시간 안에 가는 것이 옳지만 중국에서 사시다 보면 비싸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들지요.
이런 것두 다 경험이지, 그래 가보자. 소주 인구가 당시 5백만 정도였습니다. 흠... 기차역에 가니 머리 머리, 그 까만 머리의 물결이 골을 휘젓습니다. 나중에 상해에서 비슷한 풍경을 보았지만 소주는 그나마 양반. 끝도 없이 이어진 줄을 기다리자니, 게다가 이미 표는 매진. 헐... 웨이눔이 어딜 가더니 또 어떤 놈팽이와 한참을 떠듭니다. 그리고선 표를 구했다네요. 암표상이죠.
그런데 어라? 좌석 배정이 안되어있네요? 입석인 거죠. 14시간 서서 가보신 분 있나요? 처음엔 차창 보며 시간 때우지만 나중엔 서서 잡니다. 게다가 하나같이 해바라기씨는 왜 그리 먹어대는지. 8시간 정도 가니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하여 끼니도 때울 겸 식당칸에 가서 잔뜩 시키고선 5-6시간 보냈나 봅니다.
중국 기차 안에선 역무원들이 요상한 물건들을 팔더군요. 정체 모를 의료기기나 호랑이 연고 따위. 토우통, 상쯔통, 뭐든 다 듣는다니 사야죠. 아직 다 못 바르고 남았습니다. ㅎㅎ
왕서방은 서주 사범대를 나와 건축판에서 돈을 벌어 재활용에 뛰어든 친구입니다. 나와 비슷한 연배였는데 정직하고 의리도 있지만 웨이 말론 무척 탐욕스럽다고 하네요. 그리고 동업 관계인 장서방은, 그냥 화분입니다. 하는 일없이 왕서방 공장에서 죽치고 있다는데, 그래도 친구랍시고 월급 꼬박 꼬박 준답니다.
일단 숙소부터 정하자 해서 인근 류관 (여관)에 여장을 푸는데 '헐'입니다. 하루 50원에 두 명 재워준대서 오냐 했지만 웨이가 기다리랍니다. 특이하게 일단 방부터 보고 야징을 거는데, 나도 같이 올라가 봤지요.
야..... 이것 참, 다리가 아파 침대에 앉으니 먼지가 폴폴 올라옵니다. 베개도 마찬가지. 문 연 이래 청소한 번 한 적 없어 보입니다. 난 그냥 있자 했지만 웨이 눔이 드럽다고 난리네요? 그러면서 내가 완전 중국인이 되었다고 혀를 내 두릅니다.
하여 근처 따주디엔 (대주점, 호텔 정도)으로 가선 또 30분 이상을 떠들더군요. 웨이 녀석과 다니면 편한 건 여행 가이드 라이선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외국인이다, 바가지 씌우면 우릴 어떻게 보겠느냐 식으로 설득하면 500원 하던 방값이 100원으로 내려가는 매직을 부립니다. 고궁 입장료도 마찬가지.
짐을 풀고 로비에서 왕과 장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헉.... 장이 갑자기
'어이'하더니 담배를 맞은편에 앉은 나에게 휙 집어던지지 뭡니까? 놀란 날 웨이가 쳐다보면서 웃습니다. 여긴 다들 그리한다고. 그럼 나도 담배 던지냐, 이새꺄 하니 그래도 된답니다. 나 참, 격의 없음을 그리 표현하다니.
중국 동네 식당 가보셨나요? 참으로 드럽습니다. 아마 어지간하면 다 튀어나올걸요? 음식이 나오기 전에 비닐을 덮어주지만 그 아래 식탁 만지면 끈적거립니다. 그리고 컵... 도대체 씻었는지, 가끔 고춧가루도 묻어있고. 첨엔 기겁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대충 닦아 먹고 마시죠.
그러나 그런 나도 찬진즈 (냅킨) 만큼은 쓰지 않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재활용인데 그게 아마 화장실 용이랑 섞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똥 묻은 종이를 씻어 쓴다고 보심 돼요. ㅋㅋㅋ
연운항에서 깐위까진 1시간 정도 걸립니다. 도착하니 왕서방이 동네 친구들 다 불러놨네요. 한국인은 처음 본답니다. ㅡ ㅡ ;; 중국엔 아직 이런 곳이 많습니다. 그중 한 명이 난데 없이 창을 시작하는데, 웨이 말론 환영의 시조를 즉석에서 지어 부른다네요.
머나먼 곳에서 객이 찾아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니 이 또한 즐거움이 아닌가?
갖가지 꽃이 만개하고 태양과 달은 유난히 밝으니 이는 필시 귀인이 왔음이라.
이리 살면 어떻고 저리 살면 또 어떤가? 좋은 이 만나 세상을 논하니 대장부의 협기가 가득하노라.
니미 까나리 찾으러 갔는데 뭔 개소리여..
하여간 대강 그런 뜻이랍니다. 기억하냐고요? 당연합죠. 졸지에 영웅문 주연을 한 것 같았으니까.
흐미... 남방 지역과는 달리 북방지역은 권주가 흔합니다. 안 마시면 기분 나쁘다? 누가 그런 개소릴. 안 마셔도 됩니다. 주량껏 마시면 되죠. 하지만 집에서 홀짝거리던 빼갈에 맛 들인 난 글라스도 마다했습지요. 에라 먹고나 죽자 싶어 3잔을 거푸 마시니 뉘미 땅이 왜 움직입니까?
결국 첫날은 이야기도 제대로 못하고 웨이 등 신세를 졌습니다.
'세상 이야기 > 즐거운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이뇬의 우경화 (0) | 2018.06.26 |
---|---|
거참 자식 새끼... (0) | 2018.06.26 |
나의 꿈, 나의 욕망 (0) | 2018.06.22 |
인류 진화의 종점 (0) | 2018.06.19 |
Ziggy Ziggy in Manila - 2 (0) | 2018.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