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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이 온 게 아마 내가 상병을 갓 달았을 때 일 겁니다. 출신도 법ㅈ대, 생긴 것도 법대생 같아 보입니다. 이력서를 주욱 훑어보니 이번에 들어온 가방끈 긴 애들 중 제일 낫구먼. 낙점을 하고선 중대장에게 후임으로 쓰겠다 하니 알아서 하랍니다. 역시 박대위님은 무신경해서 넘 좋아. 하...
그런데 요 녀석 온 지 며칠 되지 않아 헤헤거리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좋아. 동기들은 뙤약볕 아래 충정봉 들고 왕복 800미터 연병장을 오리처럼 꽥꽥 거리는데.
혹시 아실랑가 모르겠지만 방위병도 티타임이 있습니다. 거하게 아침 점호 때리고 나선 밤새 다들 무고하신가... 중대원들이야 피엑스 앞 자판기 커피지만 명색이 기동 타격대를 이끄는 선임 상병께서 그런 잡스러운 하층민과 어울려 커피를 마신다는 건 실로 품격에 어울리지 않습죠.
'캬.. 이 새끼 커피 하난 존나 잘 끓이네? 니 나중엔 커피샵이나 하나 차리라.'
놈이 없을 땐 내가 차를 내 오지만 중대장은 그다지 맛이 없다고 타박입니다. 그리고선 김양을 찾습니다. 씨버랄, 주는 대로 처마시지 까탈스럽긴.
들어온 지 6개월 정도 되었나 봅니다.
그날따라 우리 김이병께선 일병으로 진급한 후라 쪼까 모가지가 뻑뻑해지셨나 봅니다. 여느 때처럼 중대장이 간부들을 끌고 와선 사무실을 너구리 굴로 만들며 김양을 찾습니다.
잡혀온 김양, 못마땅한 표정입니다만, 위치에 섰다 이거지, 지가 무슨 용가리 통뼈도 아니고.
'야, 이 새낀 도대체 뭘 넣길래 커피가 이렇게 입에 달라붙어? 죽이네. 앞으로 자주 와야겠어.'
썅칼이란 별칭이 붙은 작전과 김대위. 기생오라비 스타일에 얼마나 대대장 앞에선 살살거리는지, 툭하면 방위병을 쥐잡듯 두들겨 패는 악당 중의 악당.
한참을 노닥거리다가 느지막이 회의한다고 나가네요.
'야, 넌 진짜 커피에 히로뽕 타나? 난 그맛이 그맛이던데.'
'히히. 선배님, 비밀 지키실 거죠?'
'먼데 임마, 말해봐.'
'사실 그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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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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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탈 때 내가 침을 살짝 뱉어준다 아임니꺼?'
'뭐라?'
그다음은 보지 않아도 짐작 가실 겝니다.
'야, 박일병, 최상병. 그 새끼 팔 다리 꽉 잡아.'
'꿰에엑~~~~'
그날 오후 내내 사무실 뒤편에선 구슬픈 돼지 멱따는 소리가 이어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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