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아놔.. 비리머글 청계천

운산티앤씨 2018. 5. 20. 10:21




----------------



Chantal Chamberland - What a Difference a Day Made




멋진 야경 사진에 시니컬하고 다소 섹시하기까지 한 재즈를 틀어 놓으니 칭찬할 줄 알았다면 큰 오해십니다, 그려...

복개천을 원 상태로 되돌려 놓기 전, 그러니까 동대문구에서 종로 진입하자면 청계 말미에서 고가를 타고 지나야 했는데, 고가 옆으로, 그리고 아래로 보이는 건물들은 오래전 개발 당시의 모습에서 그닥 변화가 없었던 터라 그때도 그리 아름답진 않았던 기억이 빛바랜 사진처럼 가물거립니다.

상권은 아무 데나 생기는 세력이 아닙니다. 수요와 공급이 아삼륙으로 맞으면서 인구 유입과 거주가 끊임없이 흐르는 곳에 생기는 법, 이를 인위적으로 조성하자면 먼저 도로를 내고 기반 시설을 갖춘 다음, 사람이 올만한 각종 유인을 제공해도 상권이 활성화되기까지 도대체 몇 년이 세월이 걸릴지 모르는 프로젝트이거늘.

청계천 일대는 조선 시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의 장구하고도 고단했던 우리의 경제사가 만들어낸 유물이자 살아 있던 거대한 상권이었습니다. 살아 있으니 덩치가 커지고 그만큼 기반 시설도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분명히. 그러나 우린 있는 그대로에서의 개선이 아닌 파괴를 선택했지요.

고가 다리 아래는 슬럼화되니 보기 흉하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를 일입니다. 원래 그늘 아래가 다 그런 거 아닌가요? 이 동네가 그리 성장한 이유 중엔 그 고가를 중심으로 수많은 인구의 유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하여간 뭐 대단치도 않은 이유를 들어, 그러니까 도시 미관이 어떠니 저떠니, 도심을 숨 쉬게 하고 서울을 정화하잔 말 같잖은 구호가 나오더니 급기야 그걸 걷어내고 난리를 피웁디다. 그리고 걷어낸 자리에서 오래전 다리 흔적 몇 개가 나오니 이건 뭐고 여기론 뭐가 지나다녔고, 기가 막히는 건 복원한 유물 꼬라지입니다. 의미도 없고 규모도 없고, 돌 쪼가리 몇 개 건져 비스무리한 무더기랑 얼기설기. 

시민들에게 돌려 주자던 공원은 주말 나들이 때만 잠깐 반짝, 그리고 주 중엔 몇십 미터에 한두 어명. 그렇게 많을 거라던 외쿡인들 전부 오데 갔어요?

가뜩이나 좁아터졌던 길을 1/3으로 죽여놓은데다 인도에 자전거 전용 도로까지 만들었으니 편도 2차선은 이젠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게다가 1차선은 근방 상가나 방문객의 주차장으로 점유당했으니, 주차장에 주차하라고? 노, 거기 주차시설 없어요~~, 누가 짐이라도 내리고자 이중으로 정차라도 하면 500미터 가는데 30분.

처음엔 축제 분위기에 여기저기 난리도 아니었지만 인위적으로 접근성을 파괴한 결과, 요즘은 아마 주말도 파리 날리는 곳이 많을걸요? 그리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또 다른 주범, 노점상들을 모아 근처 수용시설에 분산시켰는데 하시는 말씀마다 예전의 1/3도 안된다,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요즘 동네마다 경기 살린답시고 벼룩시장 열지만 오는 이도 없습니다. 전통도 없고 특색도 없고, 그야말로 생활쓰레기 내다 파는데 뭐 볼게 있다고 옵니까? 와봐야 술판에 고성방가. 하두 볼게 없으니 이젠 다른 나라 벼룩 난전에 달러 써가며 구경하고 물건 사 오고.

그렇다고 해서 이면 구역들이 난전들의 이동으로 살아났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애초 유입될 구멍을 틀어막았는데 누가 뒷골목으로 가겠습니까? 불안하다메? 그리고 추가 개발은, 이권 다툼으로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비라도 한번 몰아치면 범람하는 더러운 물에 쓰레기까지 유입되어 청소하느라 개고생, (이건 정화가 안됩니다. 왜냐? 도로 위의 먼지가 흽쓸려 들어가기 때문에, 생확 혹은 공장 오수가 아닙니다요. ㅋㅋㅋ) 여름엔 깔따구 득시글 거려, 날파리에 모기 날아다녀, 돈은 돈대로 하염없이 쏟아부어도 그렇게 정돈되고 이쁜 상권은 커녕 있던 상권마저 아작을 냈다는 결론입니다.

결국 돈을 번 자들은 인근 아파트에 더 흉물스럽게 올라간 고층 아파트 입주자들이겠지만 그들도 기대한 만큼 청아한 공기도 없고 귀갓길이 더 복잡해진 상황이 반가울 리 있겠습니까?

거대 토목 공사를 하자면 다양한 팩터들을 모아 평가하고 시뮬레이션해선 그로 인한 효과 혹은 결과가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언제까지 미칠 것이냐라는 관찰과 치밀한 검토 결과에 바탕을 둔 장대한 계획이 우선이거늘, 포퓰리즘에 빠진 한 정치인의 아둔한 판단과 역시 현명하지 못한 선택 때문에 결국엔 수많은 이들이 여즉지 개피를 보면서도 이게 왜 이리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시니 없는 아가미가 답답하고 부레가 터질 지경입니다.

조선시대 유물만 유물인지, 지금의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면 유물이고 보존할 가치가 생기는 법인데... 상해나 런던, 파리를 이따위로 개발하던가요? 참나... 개인적으로 너무 불편해서 떠들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