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사냥

운산티앤씨 2018. 5. 9. 17:37


George Michael - You Have Been Loved

포식자가 무리를 이루고 있는 먹잇감을 사냥할 땐 항상 진열 혹은 대오를 흩뜨려 놓습니다. 이런 공격 유형은 육해공을 막론하고 동일하지요. 그리고 인간들의 전쟁도 마찬가지. 단단하게 대오를 이루고 있는 집단이나 군영에 대한 정면 공격은 피아 구분 없이, 그리고 승리에 관계없이 유혈이 낭자합니다. 하여 기습 공격이나 간세를 동원한 자중지란을 획책하는 수법은 고금을 통해 가장 유효한 공략법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를 지켜 보고 있자면, 알 수 없는 거대한 세력이 뭔가를 노리고 있나 싶을 정도로 분열과 혼란을 획책하고 있습니다.

최초 남자와 여자의 시덥잖은 논쟁에 김치녀와 한남이란 신조어가 등장해서 일단 둘로 나누었습니다. 분명히 시작은 김치녀란 단어부터입니다. 데이트에서 돈 내지 않고 얻어 먹기만 하는 얌체의 상으로 그려 다수를 격하시켰고 이에 대응하여 여자들은 한국 남자들이 가장 터부시하면서도 민감한 성기 사이즈로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연이어 사회 시스템의 부당함, 즉 군역에서의 면제와 군역을 다한 자와 다하지 못하는 자, 즉 여자와의 심각한 불균형을 취업이란 목구멍 문제로 연결하여 이슈화하는데 성공했고, 이젠 더불어 살아야 할 남녀 사이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여기에 더하여 시월드란 단어도 언제부터인지 등장하더니 어딜 가나 부당한 시댁의 행패에 고통받는 여성이란 프레임으로 짜서 핏줄 간 균열까지 노립니다. 더하여 난데없이 맘충이란 단어가 나와 이젠 아이들도 이유 없는 적대감의 범주에 포함시키는데 성공했군요.

빈부의 격차로 인한 없는 자들의 설움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조물주 위에 건물주, 모든 있는 자는 부패했거나 부패한 세력과 결탁한 하수인으로 그리면서, 사회 전체의 피로도를 엄청나게 가중시켜 이젠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도 없는 진공상태로 몰아 넣었습니다. 게다가 도저히 있을 법 하지도 않을 직장 내 군기 잡기와 갑질을 더욱 공포스럽게 치장하여 모든 상사는 사주의 개, 집사로 깔아뭉개며 신구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고.

물론 문제가 있는 사태를, 이런 논제로 덮어서는 아니 되겠지요. 하지만 부당과 부패, 부정의 제거와 방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뒤로 한 채, 한가지 사건을 전체의 문제로 진단하며, 마치 이 사회가 거대한 암덩어리에 짓눌려 금방이라도 폭삭해버릴 듯 공갈치며 우릴 갈라놓으려는 자들은 대체 누군일까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