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잡학사전

개같은 날의 오후?

운산티앤씨 2020. 6. 2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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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당최 개가 뭔 지를 지었길래 표현마다 개같은..이 붙을까? 좌우당간 나도 제목에 끌여다 붙여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

작년부터 재수에 옴이 붙었는지, 비러처먹을 자식때문에 동대문 경찰서 2번, 광주 경찰서를 2번이나 불려 다녔다. 물론 이건 피의자가 아니니 쵸큼은 다르겠지만 우야둥둥 경찰서에서 오라고 하면 기분 팍 쳐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난 달에 남양주 경찰서를 2번이나. 에효. 이 건은 피의자로 갔걸랑. 뭐냐고? 핵교 때려친 어린 누무시키가 신분증 사기 때려 담배를 카드로 긁었는데 지 에미란 인간이 신고를 한 거지. 요즘 그런 경우 구제 방법이 있다지만 CCTV가 있나, 증인이 있나, 꼼딱없이 용꼬로 걸렸는데. 그런데 왜 2번이냐고?

그게 말이지...

담배로 진술서 적고 난 후 어찌나 열이 받는지. 그러던 와중에 이넘을 다시 길에서 만난거라. 또 담배를 물고 있길래 냅따 뛰어가선 담배 내놔라 하고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붙잡고 있었거등.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힘이 좀 쎈 편입니다요. 대그빡 소똥 벗겨진 이후로 팔씨름 붙어 진 적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내 손아귀에 한번 잡햐서 빠져나간 넘이 없다니까. 헤헤.

딴엔 도망가려고 허둥댔지만 어림도 없지. 결국 내가 끄는대로 바람에 날리는 파리새끼 모양 휘둘리다가 이 녀석이 먼저 경찰을 부른거지. 멱살 잡고 위협했다나? ㅋ 위협은 혼자 느낀거고 난 멱살 잡은 적이 없으니까. 여튼 법이 피해자 편이라 우째? 가서 또 진술해야지. 다행히 이 건은 경찰 선에서 끝났나 보더라고.

하지만 담배 판 건 빼박이니 벌금은 불가피하고. 하여 이너넷으로 탄원서를 넣었지. 사정이 둍같으니 좀 봐달라고. 그런데 검사 양반이 그걸 늦게 본 모양이야. 강력범이 줄어들고 잡범이 늘어나는 세태라 그럴 만도 하지. 그리고선 직접 전화를 ㅎㅎ 이런 황송할 때가 다 있나. 요는 못봐서 미안하다. 보니 억울한 면이 있는 것같은데 약식기소 담당 판사에게 탄원서 넣어보고 안되면 정식 재판 청구해라.

해서 또 탄원서를 썼지. 그런데 말이야, 쓰는 와중에 왜 이리 기분이 첩첩하대냐. 얼굴도 모르는 상대에게 반성문이라니.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잘못했다 소리 한번 지대루 한 적 없구만. 쩌비... 그런데 감감 무소식이여. 그대로 확정 판결. 아뉘 토황소격문을 능가한다는 내 문장력도 별무소용인가. 오기가 치밀어 결국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는 거 아냐.

흠.. 이제부터 본론인데. 재판 날짜 잡혔으니 나와라. 안나오면 구속영장 발부한다? 워메, 머 이런 살벌한 통지문이 다 있다냐? ㅎㅎ 그날부터 내내 불안한 거야. 혹시 그날 까먹고 안가면 구속되는데, 마누라부터 아그덜까지 주욱 일러 알람 울리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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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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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30분까지 출정이라 서둘러 갔는데 아놔, 의정부 지법은 청사 다시 지어라. 쥐좉퉁소만한 주차장에 민원인이 만땅. 결국 사비로 주차하고 밖에서 담배 물고 기다리는데 벌써부터 개그가 시작되네. 뭐 되도 않은 사건에 사돈에 팔촌까지 출동해서 니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아귀다툼을 벌이질 않나, 한쪽에선 변호사와 피의자가 도상 훈련을 하질 않나. ㅋㅋㅋ 아, 이거 재미 있겠다 싶어 20분 일찍 들어갔어.

흠... 역시 티브이는 뻥이야. 이거 뭐 의자부터 전부 쌍팔년도 재고 활용인지. 게다가 여자 판사님인데 무쟈게 어리더만. 방년 33세. 아, 오늘 어쩐지 패가 영 안좋겠다 싶던 차에 순서대로 호명하면서 나가는데 쪽팔려 죽고 잡더만. 왜?

거긴 기본 벌금 300부터여. 내가 나설 자리가 아니더라고. 후훗~~

1번 타자.

스쿨존에서 불법 유턴하다 아해 허벅지를 범퍼로 충격해서 전치 2주 상해. 벌금 1,200만 원.

나도 참 드럽게 선택적 기억력이 좋거든. 방금 어따 둔 드라이버는 잊어도 어떤 사건은 사진처럼 남아 있다고.

판사왈,

'피고. 피고는 스쿨존 사건이라 제가 보기에는 죄질이 무척 좋지 않아요.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난게 다행일텐데 그래도 제 판단 받아보시겠어요?'

궤겡~~~

ㅎㅎㅎㅎ

2번 타자.

음주 운전으로 벌금 1,000만 원.

판사왈,

'피고. 피고께선 이게 억울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재범이세요. 더 엄하게 다뤄야 한다고 전 생각하는데 피고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식 재판에서 벌금이 증액될 수도, 형량이 늘어날 수 있으니 잘 생각해 보세요.'

깨갱~~~

ㅋㅋㅋㅋ

3번 타자.

공무원인데 번호판을 가려 불법 주차하는 바람에 벌금 300만.

워메? 변호사까증. 그런데 이 친구의 경우는 남다르네. 벌금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승진에도 문제가 생긴다네? 그깟 승진 안할 수록 좋은 거 아녀? 하여튼 변호사덜이 하는 말들 있잖여.

'피고는 모범적인 가장으로 공무원 생활을 솔선수범했으며 초범에다 어쩌고 저쩌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다면 평생의 은혜로 알고 어쩌고 저꺼고 울먹울먹..'

ㅎㅎㅎㅎ. 그런데 말이지. 이번 건은 판사가 심각하게 받아 주더만. ????? 뭐지? 변호사때문인가? 지은 죄로 따지면 별반 차이 없는데. 여튼 이래나 저래나 조진 몸이나 삼세판을 보는 것 같더라고. '

4번 타자

음주 운전하다가 차가 전도되었다. 벌금 1천 만원

판사왈

'이 건은 그나마 다행인 줄 아세요. 타인 피해가 없고.. 제 판단 받아 보시겠어요?'

캐겡~~~

드뎌 내 차례.

'피고. 여기 피고보다 더 어려운 분들 많아요. 제가 보기엔 벌금이 적당한 것 같은데 억울하시면 제 판단 받으셔도 되지만 벌금이 늘어날 수도 있어요? 계속하시겠어요? 이런 경우엔 분납이나 사회봉사 있으니 참조하세요.'

'눼~~~'

아침부터 양복바지 다려 입고 머리 빗고 가선 방청석 먼지만 닦아주고 온 거지 뭐.

대한민국 말이야, 살긴 좋아 보여도 촘촘히 짜여진 법의 그물망때문에 미리미리 앞을 보지 않으면 언제라도 죄인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여.

띰띰하면 법정에나 가보셔. 재미난 꼬라지들 많아여.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