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I have lived in China Chapter 1-3

운산티앤씨 2018. 4. 2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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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난 친중국이 아니었고 아니다. 그냥 사업의 기회가 무한한, 마치 미국 서부시대를 연상케 하는, 그런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면들을 좋게 본다. 따라서 짱깨니 뭐니 그런 욕설은 내 입장에서 볼 땐 등신 짓이나 마찬가지다. 왜 한 번도 중국을 접해보지 않은 이들이 그런 쓸데없이 욕설을 해서 관계를 악화시키는지.

하여간 중국에 첫걸음을 내디딘 대부분은 특유의 향신료 냄새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씨앙차이, 즉 향채는 대부분의 한국인이 쉽게 적응 못하는 냄새이기도 하다. 어딜 가든 이 냄새가 따라다녔지만 난 이상하게도 거부 반응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그 냄새와 맛을 즐기는 수준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우 뒷골목엔 주거를 겸하게 만들어진 오피스텔도 아니요, 아파트도 아닌 기묘한 건물들이 많다. 친구의 회사도 같은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도착해서 보니 책상과 컴퓨터 한 대만 덩그러니 중앙 홀에 놓여 있고 방들이 원형으로 둘러싼 형태였다. 그러나 난 바로 들어갈 수 없었는데 무슨 일인지 여자애가 도통 이유를 말해주질 않아, 결국 민박집에서 며칠을 머물기로 했다.

중국의 민박, 대부분 조선족이 운영하는 민박집들은 한인들의 숱한 사연과 눈물들이 며칠을 두고 새롭게 쌓이고 무정하게 흘러가는 곳이다. 당시 등소평이 문을 활짝 열어젖힌 덕에 수많은 한국인들이 돈 싸 들고 들어갔다가 피를 보고 쫓겨나듯 귀국하거나 혹은 쫄딱 망해서만 거리 한 귀퉁이에서 유리걸식하기 시작했던 때였으니까.

아침에 눈을 떠서 식사하러 나오는데 기묘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적어도 오십은 넘었을 중년 아저씨들과 스물 갓 넘은 아가씨들이 같은 방에서 나오는데 하나같이 잠옷 아니면 내복에 바지만 대충 걸치고.

남녀가 유별한데, 저것들 혹시 그렇고 그런 사이? 그러나 다들 경비 절감이 목적이라는데 내가 바보도 아니고, 국을 왜 떠서 먹여주고 김치를 발라주냐고? 사장하고 여직원 사이가 그런 거야?

딴엔 우리 식사지만 냄새는 중국. 어쨌든 난 상관없었지만 유달리 적응 못하는 분들도 많았다. 아예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까지 꺼내놓고 드시는데, 난 예전부터 해외 출장이나 여행이든 왜 김치와 김, 그리고 고추장에 햇반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나가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죽으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다들 잘 먹고 잘 사는데 까탈스럽기는.

여기서 에피소드 하나.

나의 첫 출장지는 독일 브레멘이었다. 그곳에 가게 된 이유는 인근의 브레머 하벤이란 항구에서 승선하기 위해서였다. 참치잡이 이런 거 말고, 대형 컨테이너선 말이다. 그걸 타고 유럽 돌고 수에즈 운하 관통해서 싱가포르, 홍콩, 대만, 부산으로 돌아오는 정기항로. 여기에 관해선 나중에 시간 나면 따로 이야기하겠다.

브레멘엔 회사의 현지법인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출장 가는 이들은 법인장부터 줄줄이 딸린 식구들 먹거릴 챙겨야 했다. 하지만 난 그런 건 전혀 몰랐고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인사치레 정도나 하지 뭔 얼어 죽을. 하여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공항에 갔다.

웅? 난데없이 예비군이라 뭔 신고를 해야 출국할 수 있다나? 아놔, 그런 건 회사에서 좀 챙겨 줘야지 생전 처음 해외 가는 이에게 맡기다니. 열이 꼭지를 뚫을 정도로 화가 났지만 방법이 없었다. 결국 난 다음 날 비행기로 출국하기로 하고 돌아 나오려는데, 같이 가기로 한 선임 대리가 출국장으로 들어가다 말고 다시 나오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얼마나 짐이 많았는지 개인 한도를 초과해서 핸드 캐리로 들어가려다 보안요원한테 걸렸나 보다. 가방 하나를 주며 갖고 오라는데 이게 뭐여. 어지간히 힘쓰는 나도 겨우 들어 올릴 정도였다.

'뭐가 들은 거요?'
'김치하고 고추장, 된장 머 이런 거지.'

정말 씨발스럽게 짜증 났다. 이걸 뭐 하러 싸갖고 가냐고, 아니 또 갖고 오란 개새들은 뭐고? 하지만 그게 나에겐 전화위복이었고 그 일로 인해 난 국적기 즉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얼마나 바가지를 씌우는지도 알았다.

KLM, 네덜란드 항공으로 끊었는데 마침 암스테르담 거처 브레멘으로 가는 항로였다. 2시간 더 걸리지만 비용은 정말 50%도 안되는 수준. 게다가 탑승하니 얼마나 넓은지, 거대한 점보 제트기 안에 1/3도 승객이 차지 않은 게다. 게다가 당시엔 흡연도 가능했고 눈만 마주치면 컵라면이니 간식에 술을 가져다주는데 먹고 자고 싸고. 사람이 없으니 누워서 담배 피우다 지루하면 창가로 갔다가. 12시간이 금방 가더구먼.

도착해서 살짝 빠져나가 암스테르담 구경이나 좀 하다 갈까 싶어 전화를 걸었더니 닝기리 마중을 나온다네? 별로 안 고마운데 말이다. 하여 브레멘 향 비행기를 타려는데 1차 대전 수준의 복엽기가? 양쪽으로 프로펠러가 달린 소형 비행기였다. 아니 2차 대전이 언제 끝났는데. 게다가 비행기가 작다 보니 짐은 핸드캐리만 되는 거라.

이때부터 사단이 나기 시작했다. 하필 조종사 뒷좌석이라 좁아터진 복도를 지나가자니 그 대형 가방이 문제였다. 게다가 내 자리 전까지 승객들의 짐칸이 좁아 일부 짐들은 복도까지 점령 중. 간장, 고추장, 된장에 막장까지 들어 있는 그 무거운 가방을 무릎 위로 들고 지나가자니, 그 스산한 날씨에도 땀은 콩죽같이 흘러내리고.

이 남자 머리 툭, 저 여자 뒤통수 퉁. 'I am sorry'를 연발하며 간신히 자리에 도착해서 복도에 짐을 두자니 승무원이 짐칸에 넣으란다.

이 무슨??? 너무 커서 기내 서비스가 못해서 그렇다는데, 하필 조종사 뒷좌석 수납칸은 왜 그리 크다냐. 얼굴이 벌게져 더듬거리며 그럼 내가 서서 갈 테니 짐을 그냥 자리에 두면 안 되냐고? 뉘미 얼마나 말 같잖은 개소리인지. 주변에서 킥킥대는 웃음소리가 다 들리네. 비행기가 버스도 아니고.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어라? 배치기로 그 무거운 가방을 가슴팍까지 들어 올려 힘껏 밀어 넣는데 이게 왜 안 들어가?

아.................................................. 솔직히 말해 울고 싶었다.

아마 중간에 된장독인지 톡 튀어나온 게 걸려서 그런 모양인데 이번에 승무원까지 나서서 같이 밀어도 꿈쩍도 안 하다가 급기야 힘이 빠진 내 팔에서 한쪽이 미끄러지면서 옆자리 할배 정수리를 찍어버리는 게 아닌가.

씨부랄, 이 개새끼란 욕설이 절로 튀어나왔다. 역시 욕은 만국 공용어임은 분명하다. 갑자기 주변이 싸해지며 다들 딴 델 쳐다보는데 ㅜㅜ.

그 비러먹을 가방 때문에 비행기가 출발을 못하자 결국 독일 장정 둘이 나섰다. 오호 2미터에 육박하는 장신들이 나서니 껌이지 뭐. 그런데 참 족 같은 일은 연달아 오는 법이라.

잔쯕 쓰셔 박은 가방을 이리 저리 밀어대다 보니 결국엔 지퍼가 터져 안에 내용물이 쏟아진 게다. 얼핏 봐도 열 축은 될법한 오징어부터 쏟아지는데 승무원도. 다른 승객들도 그리고 거들던 장정들까지 기겁을 한다.

"Oh, shit, Oh, my god! What is this?"

여기저기서 코를 쥐며 인상을 쓰는데 바로 이런 걸 두고 좃 되는 거라고 하는 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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