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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질왈을 떤 지도 어언 10년. 자화자찬식으로 '나보다 오디오 많이 접한 넘 있음 나와 보라 그래' 라고 허풍스레 떠들지만 사실입니다. 물론 오디오 평론가나 나보다 크게 판을 벌인 도매업자들 중엔 '이 새끼, 까분다.' 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진즉에 국내가 아닌 해외롤 눈을 돌린 탓에 그 종류에 있어서 만큼은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가성비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가성비/價性比, 가격 대비 성능이라고도 이해가 되고 Cost-effectiveness라고 영어로 표현이 되는데 우리가 아는 가성비는 전자, 즉 가격 대비 성능이지 후자인 비용 효율성과는 다소 거리가 멉니다. Cost-effectiveness, 즉 비용 효울성은 투입 대비 산출 극대화란 희망사항과 일맥상통하는데 이는 기계적인 측면보단 전술적인 측면, 즉 Tactical한 면에서의 이해라고 봐야 하죠.
예를 들자면 이런 겁니다. 1개 대대를 투입해서 전면전을 벌여 고지를 탈환하는 것보단 첩자 하나를 심어두고 소규모 특공대를 보내 직진을 교란시키고 결국 마지막에 본진을 투입해서 최소의 희생으로 승리를 이끌어 낸다. 군사전문가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만.
여하튼 역지사지란 단어를 생각해 보죠. 가성비의 경우에 이 사자성어의 대입은 마치 금상첨화인 상황에 설상가상이란 사자성어를 인용하는 것처럼 어색합니다. 또 한편으론 이 세상엔 공짜 점심은 없다란 경구도 미리 상정해 두죠.
역지사지, 만약 이 글을 보는 귀하가 제조업을 운영한다면 원가 이상의 성능을 가진 제품을 원가 수준이나 이하로 시장에 내놓을 수가 있습니까? 사회적 기업 가치를 내세우는 작자들 조차도 최소한의 조직 운영경비는 빠져야 팝니다. 이런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가성비라니. 실로 기가 차고 코가 막히며 어이가 상실될 뿐이죠.
다시, 공짜 점심. 누군가 당신에게 이유없는 호의를 베푼다? 물론 첫인상이 너무 좋아 그런 호의를 베풀고 싶을 수도 있죠. 하지만 거개는 당장 혹은 당장은 아니라도 계산하기 곤란한 미래의 댓가를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즉 최소한 '내가 이리 해주는 건, 너 말이야. 내가 어려울 때 내 편이 되어 줘야 해' 라는 겁니다.
만약 이를 시장에 대입한다면? 우선 시선 끌기용, 미끼 상품용으로 고객의 시선을 잡아 두고 본 물건을 파는 전략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우린 숱하게 당하고 있죠. 대형 마트에 가면 오늘의 특가 상품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약삭빠른 자라면 그런 할인 품목만 골라 살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어쩔 수 없이 제 값을 치르고야 맙니다. 우린 모르지만 판매자는 이거 더하고 저거 빼고 어쩌고 저쩌고하면 분명 남는 장사죠. 그게 안되면 문 닫습니다.
어딜 가나 가성비로 사람들을 현혹하다 보니 이젠 나에게 까지 가성비 좋은 중고를 골라 달라네요? 처음엔 진지하게 응대했지만 갈 수록 짜증이 짜장처럼 범벅이 되고 결국엔 간단하게 이리 답합니다.
' 사장님. 사장님 같으면 손해 보고 물건 파시겠습니까? 그게 가당한 요구라고 생각하세요?'
다소 뾰족하지만 다들 동의하죠.
한때 차이슨이란 청소기가 유행했죠. 그리고 어떤 면에선 가성비라고 해도 될 법한 성능적인 우월함도 있었고. 그래서 가상비입니까? 그리 팔아도 남으니까 파는 거지, 지들이 무슨 슈바이쳐라고. 왜 저렴한지 생각해 보세요. 디자인을 비롯한 연구개발비가 없습니다. 남이 땀흘려 만든 창작품을 도적질한 거죠. 그리고 투입되는 원재료비와 인건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합니다. 50만 원 1대 팔아 20만 원 남기는 방법도 있지만 20만 원/5만 원 이윤으로 10대 팔면 50만 원 남기는 방법이 더 낫죠?
즉 우리가 아는 가성비란 결국엔 교묘한 마케팅술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길게 써봐야 지루하기만 할테고, 그렇다면 가성비란 존재하지 않는 걸까? 마케팅 측면이 아닌 현실적인 몇가지 사례를 들어 가성비를 나열해 보죠.
1) 생활비에서 밑장 빼기식으로 비자금 만들어 기백만 원 짜리 오디오를 사선 방구석에 처박혀 얼라 붕알 쪼물딱식으로 노닥거리는 남편을 보면 평생 느끼지 못했던 살의가 듭니다. 살살 갈구기 시작하다가 급기야는 베수비오 화산처럼 분노를 폭발시키고 이혼 할래, 오디오 들고 나갈래 라는 최후 통첩을 내미는 사모님들. 처음엔 대들다가 나이 들어 밥상 차릴 생각에 서서히 지쳐가는 남편은 결국 백기를 듭니다. '그래, 처분할게.'
그러나 시장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좁디좁은 시장이라 금방 눈치 채죠. 가끔 대그빡 굴려 해외 이민 어쩌고 출장 어쩌고 하며 원가격에서 30% 후려쳐서 내놓지만 날라오는 문자는 반 이하라. 약도 오르는 차에 보고 사겠다 하여 초빙했건만 되도 않은 개뻐구기만 졸라 날리니 쌍욕 나와, 게다가 처음 보는 인간 집안에 들여 커피 가져와라. 과일 가져와라하며 마누라 분노 게이지만 앰플리파이어 해. 목구녕이 포도청인데 어쩌겠나? 니 알아서 해라.
하여 사모님은 근처 고물상 불러 기백 만원 짜리를 몇십에 넘기고 그 돈으로 사골국을 끓입니다. 그 여자가 미쳤다곤 하지 마세요. 요즘 골동품하며 느끼는 건데 사람마다 가치를 두는 척도가 다릅니다. 골동품 사시는 분들 눈엔 수십만 원짜리 앰프가 말이 안되고 오디오 하시는 분들 눈엔 몇만 원 씩 하는 고리짝 고물들이 마땅찮습니다. 빽이면 남대문이나 에르메스나. 오디오면 소리만 나면 되지 뭐가 더 필요해서 돈을 쳐바르고 질알이야. 내 말이 틀렸습니까?
2) 생전 오디오라면 환장을 하며 자식들에게 마눌에게 나 죽고 나면 그래도 장례비는 빠질 거다. 듣고 있을까요? 아마 속으로 이럴 겁니다. '오냐. 그때가 오면 내 이걸 재활용장에 내놓을테다.' 혹은 '뭔 소리래.' 과거엔 골목을 돌아다니며 오디오나 골동품 삽니다라고 확성기 불어댔지만 요즘은 고인 유품 정리하는 컨셉으로 바뀌었습니다. 뜸하게, 격하게 지내다 갑자기 돌아가신 홀아비. 자식들 눈에 그냥 치워야 할 쓰레기에 지나지 않죠.
3) 재고떨이와 밀어내기. 판매하는 입장에선 쌓이는 재고는 흑자도산의 공포 가중치입니다. 중고도 마찬가지. 버틸 때까지 버텨 보지만 결국엔 쌓이는 재고에 장사 없습니다. 판단을 해야 할 때가 옵니다. 재고 안고 자빠지느냐, 몇푼이라고 건져 새출발하느냐.
이젠 이해가 좀 되십니까? 가상비란 위 세가지 경우에 해당할 때 쓸 수 있는 단어라는 걸? 그러니 온전한 가격으로 내놓는 집에 가서 빡사리 날리지 말고 부지런히 발품을 파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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