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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창연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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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바구는 100 빠센뜨 실화 (失話)입니다.
새로 들어간 회사라 그런지 불편한 마음이 끊이질 않았다. 더더구나 때마침 불어닥친 금연 열풍에 휴게실 흡연 금지, 그리고 계단 흡연 금지. 그래도 소샬 포대기가 있지, 회사 뒷마당에서 막내 동생보다도 어린 핏덩이들과 동무할 순 없지 않는가? 더하여 공장 내에 사무실이 있다 보메, 은연 중에 현장직과 사무직간 세 과시도 있공.
걸어오는 싸움을 마다한 적 없는 토종 핏불 테리어였지만, 그래도 이젠 명색이 부장인데 구설수에 오르면 얼마나 쪽팔려? 하여 남들 없는 곳을 찾아헤멨지. 아항, 딱 좋은 자리가 하나 있더만. 제 1공장 옥상. 멀기도 하거니와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이 건물 끄트머리라 그런지 아무도 없더만.
나야... 말했다시피, 고위급이잖아? 따까리 과장눔에게 적당히 핑계 대고 스리슬쩍 핫바지 방귀 새듯 나가선 30분 정도 맑은 하늘 올려다 보며 커피 한잔 땡기고~~ 담배 3대 연빵으로 피우고~~ 간혹 오수도 즐기고~~ 핸드폰 있으니 뭔 일 있으면 즉각 문자로 알 수 있으니.
야.. 이거야. ㅎㅎ 왜 다들 부장하려고 지랄 엠병인지 알겠더만, 글고 지나간 시간 속에 꼴 같잖은 상사들의 므흣한 심정에 절로 싱크로 되는 기라. 머, 적당히 개기며 딸랑이 노릇 좀 하면 이사 정돈? 그리곤 5년 정도 지나 50대 초중반에 이르면, 알아서 기어 나와서리 쪼매한 점빵이나 열어 마누라랑 교대로 가게 보며 찌찌나 좀 만지면서, 히히 남은 여생 보내는 알흠다운 그림이 촤라락.
근데 어느 날 부터 나 보다 먼저 온 새끼가 보이는 거라. 사람이 몇 백명이나 되다 보니 언넘이 누군지 알게 뭐여. 새퀴래, 인사성은 졸라리 밝아서 볼 때마다 대구리 수구리는데 안받자니 글코. 어떤 땐 나보다 더 오래 개기니 이거야 내 평화가 무참히 깨져버리는 거라. 글타고 잘 모르는 놈에게 너 위디 부서여. 워딘데 여서 개기는 거샤 하기도 글코. 하여 다섯 번째 보던 날, 기어이 먼저 말을 걸고 말았네.
내가 묶는 기숙사 위층에 지도 몇년 째 있단다. 직급은 대리고, 내가 공장 라인 중 하나를 관리하고 있다나? 보일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하기사 아직 쫄따구인데 지깟 눔이 매일 오기는 글치. 만나지 2주가 지났나? 원래 우리 쌀람, 만나면 족보 캐기 먼저지. 그래야 기선 제압하니까. 힝.. 조뚜 나랑은 전혀 관계없는 대학에, 고향이라. 조실부모하고 이젠 일흔 다 되어가는 노모를 모시는 각총이란다. 마흔을 코앞에 두고선. ㅉㅉ 얼릉 장가 가야지 하니 노모를 같이 착한 색시를 여즉지 못 만났다나?
이 싸람아, 자네가 해야 할 효도를 마누라한테 바라믄 안되걸랑. 글고 어무이도 원치 않으실 끼구마이. 놈은 웃으며 힘들었던 소싯적 이야기를 늘어 놓으며, 어미가 얼마나 자신을 위해 고생했고 희생했는지를 말했다. 나중에 고개까지 주억거리며 울더만. 그려, 내가 니가 아닌데 우에 그 사정 다 알겠노.
그러나 놈에게 어디에도 하소연하지 못할 고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건 만난지 3주 째가 되던 날이었다.
'부장님, 저 좀 도와 주세요.'
'머?'
'0이사 아시죠?'
'어.'
'힘듭니다.'
어디나 있는 일이지. 노친네에게 한번 찍히면, 한번 눈밖에 벗어나면 그날부터 곡소리 나지. 그러나 들으면 들을 수록 화가 났다. 이건 부당한 정도가 아니라 린치에 가까울 정도였더라고. 왕따는 기본이고 택도 없을 이유로 멀쩡한 보고서를 반려해선 야근을 밥 먹듯 시키고 말이지. 나 같았으면 진즉에 박치기를 날렸을텐데 놈은 용케도 참고 있었더만.
'바라. 니 그카다 화병으로 디지겠다이. 나도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 힘도 엄꼬. 내가 차라리 다른 곳을 소개해 줄테니 회사를 옮기는기 어떻겠노?'
그러고 싶지만 여건상 그럴 입장이 아니라네. 에라, 그럼 힘들 때 찾아와라. 소주나 한잔 땡기자. 놈은 알듯 모를듯 미소만 짓더군. 그리고 다음 날이었나? 그 녀석이 지내고 있다는 층에 볼 일이 있어 올라 갔는데 마침 방문이 열려 있더라고. 그리고 놈은 뭔가를 챙기더만.
'니 뭐하노? 와 짐을 챙기노?'
'부장님,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이젠 갈 때가 된 것 같아서요.'
'사표 썼나?'
'그럴 생각입니다.'
'이노마야... 갈 데는 정해놓고 그카나?'
'머.. 아직은.. 어떻게 되겠죠?'
울메나 가심이 아프든지. 나도 그런 때가 있었걸랑. 동시에 이 개만도 못한 이사넘에게 마그마 같은 분노가 뻗치더라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따까리를 불렀지.
'니 말이다. 00라인에 000대리 알제?'
근디 말이야, 이 시키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변하더라고.
'부장님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숨쿠지 말고 짜쓱아. 내가 글마 만나서 다 이야기 들었다 아이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 친구는 3년 전에 죽었어요.'
'헉.......................................... 이 쌔끼가 도랐나? 니 낮술 처뭇나? 좀전에 만났더만 이제 사표 쓰고 고향 간다 카던데?'
'어디서요?'
'3층 5호. 거가 글마 방이라메?'
'그 방엔 그 친구 일 이후로 3년 동안 아무도 기숙한 적 없는데요?'
순간 내 뒷골이 땡기면서 서늘한 느낌이 들더라고. 난 그 길로 과장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지.
'니 내 승질 알제? 지금부터 묻는 말에 하나라도 그짓말하몬 니 주디에 옥수수는 오늘 부로 빠이빠이다.'
흐미... 대리가 말한 건 모두 사실이었다. 지독한 괴롭힘. 왕따. 참을 수 없는 모욕 등등. 결국엔 3년 전 어느 날, 놈은 출근을 하지 않았고 연락도 되지 않아 공장장이 여기 저길 돌아다니다, 내 아지트에서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놈을 발견한 거지. 그런데 그 뒤가 영 개판이었다. 그 이사라는 놈의 만행은 전부터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회장 마누라 피붙이여서 누구도 손을 댈 수가 없었고 그런 일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입을 다물었단 거지. 게다가 회장이란 작자도 데릴사위라 허수아비였고.
물론 노동부에서도 조사를 나왔다더만. 그러나 다들 쉬쉬하는 바람에, 자살 이유는 어이 없게도 개인 신병 비관이라고 결론이 났다네? 그러니 산재 판정도 못받았지. 그리고 더 웃기는 건 그 녀석을 본 사람이 내가 처음이 아니라는 거야. 그리고 그 모습은 실로 처참해서 한번 본 놈은 전부 그날로 사표 내고 도망을 갔고. 그중 몇몇은 요즘도 정신병원을 다닌다네. 그제서야 난 알았지. 그 곳이 왜 항상 휑했는지를.
'야, 내가 봤을 땐 흉하지 않았어. 그러니 내가 몰랐지. (덜덜덜)'
지금이야 글로 적지만 그땐 바지에 오줌 쌀 뻔했다고. 죽은 자와 무려 3주나 이야기를 나누었다나. 난 과장에게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지. 왜냐고? 나도 병신될 게 뻔하니까.
그러나 그날 밤이었어. 놈이 꿈에 나오더만.
'부장님. 너무 억울해요.'
'고마 가라. 우리가 대적할 상대가 아이더라.'
'잘 알아요. 전 가요. 어머니도 같이..'
'니 무신 말이고?'
'엄마가 많이 아팠어요. 어제 절 찾아 오셨어요.'
그 이후의 기억은 없지만 밤새 괴성을 지르며 깨어나질 못했나봐. 결국 새벽녘 잠이 깬 옆 방 외쿡인이 방문을 열면서 내 악몽도 끝났다고. 어찌나 무섭든지, 고마 오한이 들며 일어나질 못하겠더라고. 결국 그날 오전은 병원 핑계를 대고 쉬었지. 그러나 꿈 속의 대화가 잊혀지질 않더군. 해서 과장을 불러 그노마 집 전번을 알아내서 전화를 했다.
'여보시오.'
'안녕하세요? 전 000이가 다녔던 회사에 근무하는 0부장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요? 그쪽이 우리한테 볼 일은 없을텐데?'
가시가 돋힌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겠지. 그런데 댁은 느귀? 모친의 남동생, 그 친구와 그 어미의 유일한 혈육.
'누님은 어제 오후에 별세하셨소. 금쪽 같은 아들 먼저 보내고 많이 아팠제. 그래도 모진 생명이라 3년을 버티더만 어제 아침이 이젠 가야겠다 하시더라고.'
사실 이 회사에 입사한 건 지금 사장때문이야. 어쩌다 만난 사회 선배 정도였는데 알고 보이 집안이 빵빵해. 그러나 젊은 시절 껌 좀 씹다 보니 집안 어른들 눈밖에 벗어났지. 그리 흥청망청 헛세월 보내는 꼬라지를 참다 못한 회장이 회사를 맡긴거지. 그러나 그 이사란 놈이 독사처럼 도사리고 앉아 사사건건 시비를 거니 본인도 힘들었던 모양이야. 그래서 호위무사겸 측근으로 날 끌어 들인 거지. 하지만 그래봤자지 뭐. 워낙 막후 실세의 후원이 든든해서 행님 들어오고 실권을 내려놓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거고, 잔돈 하나 나가는 것두 이 새끼 손을 거쳐야 하더만.
어디나 글치만 명령 계통이 흐트러지면 조직이 공중분해는 시간 문제걸랑. 그래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옛말이 생긴거지. 하지만 내가 나설 자리도 아니잖아? 또 나선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그랴, 잊자. 대신 발인 전에 절이나 올려야 겠다 생각하고선 또 하루를 휴가내서 그 녀석 집으로 향했지.
맴이 졸라리 착잡하더만. 그간 놈이 겪었을 마음 고생, 지 어미에 대한 죄송함, 그렇게 까지 사람을 몰아붙인 놈에 대한 증오, 생때 같은 자식 잃고 수년은 썩어 문드러졌을 그 어미의 속내까지. 참 곱게도 세월 보낸 얼굴이 담긴 사진이었지만 웬지 모르게 두려웠어. 마치 날 노려보는 것 같았지. 왜 내 아들 복수를 안했냐고 따지는 듯.
절을 하고 동생이란 양반과 주거니 받거니 소주를 마시다 보니 벌써 자정을 넘겼더라고. 상주 있는데 나까지 눈 뜨고 있을 필요 있겠냐 싶었지.
'부장님...'
'헉....'
'부장님. 너무 억울해요. 너무...'
그놈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흐미... 독한 농약때문에 새카맣게 타들어간 입술, 그리고 그 주변에 흘러내린 피, 그리고 초점 없이 퀭한 눈알까지, 아주 사람 잡겠더만. 그 길로 차를 몰고선 회사로 돌아오는데 뒷 좌석에 누가 앉아있는 듯한데다 도저히 미러를 보고 싶지가 않더라고. 보면 그눔이 보일까봐 말이지. 그러니 오는 도중에 몇번이고 추월하는 뒷차에서 쌍라이트 켜고 질알을 해댔고.
이후 거진 매일 놈이 꿈에 나와선 우는 거야. 아, 돌아 버리겠다. 이러다가 나까진 병원 가든지 자살하든지. 하는 수 없이 사장을 찾아갔지. 그리곤 그간 일을 소상하게 말했어.'
'알아. 하지만 나도 힘 없다는 건 너도 잘 알잖냐.'
'형님. 나야 그만두면 목구멍 풀칠이 걱정이지만 형님은 그럴 일 없잖소?'
'그래서 어쩌자고? 사표 쓰라고 하면 그놈이 순순히 물러날 것 같아? 우리만 피 보는 거야.'
'그라모 공론화를 시켜야지요.'
'어떻게? 그 사실을 본사에서 모를 것 같냐? 그런데도 죽은 애만 억울하게 끝을 맺은 거 아냐? 그리고 너 보약 좀 먹어야 겠다. 왜 그딴 게 보여?'
사장까지 짐짓 모른 체로 일관하니 난들 방법이 있나. 그러나 이대로는 끝낼 수가 없었어. 우선 내가 죽게 생겼거든.
기업하는 이들은 미신따위 믿지 않는다고들 생각하지. 합리적이어야 성공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의외로 미신에 집착하는 이들이 많아. 예를 들면 공장 터를 어느 방향으로 해야 돈이 잘 들어온다든지, 지신에게 빌어야 복이 생긴다든지. 그래서 공장 준공식이 끝나고 몰래 숨어 돼지 대가리 놓고 절을 하잖아?
그 즈음부터 회사에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기더만. 갑자기 정전이 되서 라인이 멈추는 바람에 수억 깨지고. 한전에서도 나왔지만 그네들 잘못은 없었어. 그렇다고 누전이나 다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거참. 게다가 수시로 애들이 다치는 거라. 교통사고, 술 마시고 싸움박질, 일하다가 의견 맞지 않아 치고박고.
물론 그 모든 사고가 그녀석과 관련되었다고 보긴 어렵지. 하지만 전말을 알고 있는 나로썬 무관하다는 시각으로만 볼 순 없었지. 그리고 밤마다 소릴 질러대는 나때문에 옆방 애들 불만이 자꾸 생기더니 급기야 공장장 면담까지 했지. 도대체 왜 그러냐고? 밤에 잠을 못자니 애들이 일하다가 다치는 거 아니냐고 말이지. 환장하겠더만. 결국 내가 손을 써야 했어.
'행님, 도저히 안되겠심더.'
'또 왜?'
'내가 총대 멜테니 행님은 뒤나 좀 봐주소.'
'어떻게?'
별 특별한 내용 없는 계획이었지. 적당한 날을 잡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놈에게 시비를 걸고 박아 버린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내가 아는 사실을 모두가 듣게끔 떠들고. 다음 날 분명히 본사에서 조사를 나올테니 전말을 털어놓자. 그럼 뭔가 조치가 있지 않겠냐.
'너 그럼 잘려.'
'어차피 행님 보이 더는 못다니겠다 싶고, 내가 떠난다 해서 그 녀석이 더이상 꿈에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엄꼬. 행님은 그대로 버티구랴. 행님이야 잘못 보여 어쩌지 못한다지만 다 큰 애들이 둘이 있잖소? 지 아무리 수작 부려봐야 장자는 무시 몬하지. 몇년 후에 갸들이 실권 잡으면 그간 설움도 다 풀어지겠지요.'
'넌 이후 계획은 있냐?'
'내가 언제 그런 거 따지든가요? 머 잘 되겠지.'
'헐....'
그리곤 간부 회식 날이 잡혔어. 난 부러 그 이사 앞에 자릴 잡았지. 그넘도 나와 사장과의 관계를 아는 터라, 뭐라 말은 않더만. 술이 오가고 돼지가 날아 다니며 주흥이 한참 오를 때 난 시작했어.
'어이, 0이사님. 내가 말이요. 요즘 영 이상한 일들이 많이 생겼어요.'
'무슨 일이요?'
우리 싸람, 원래 돌려차기 시러해. 단도직입 좋아해.
'000 대리 알잖소?'
얼굴이 똥 씹은 표정으로 변하더만. 그러거나 말거나 난 계속 떠들었지. 그리고 요즘 공장에서 생기는 엿같은 일도. 내친 김에 행님 문제도 거론했어.
'근데 니가 뭔데 사장을 감시하고, 사장 결제한 걸 또 검사하냐? 너 뭐야. 시발로마.'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파장이 크다? 그리고 행님까지 물 먹일 수 있었지만 어차피 터지는 사고의 모든 책임은 사장인 행님 몫이잖아?
'아니 이 새끼가 보자 보자하니까 어디라고 함부로 나서? 너 몇살이야?'
'나이 따지지 말고. 앉아봐. 시발롬아. 그러니까 왜 애를 글케 괴롭히고 질알했어? 어이. 나도 더 다니고 싶은 생각 음꼬, 그간 쌓인 스텐레스나 좀 풀자. 너 인마, 그렇게 독하고 악하게 살면 누가 상 주더냐? 개놈아. 원래 왕의 피붙이들은 낙엽 한 장에도 몸을 사렸어. 왜? 자신때문에 왕조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고 자신도 다칠 수가 있거든. 너 좀 자제하며 살지 않으련?'
뭐가 날아 오더만. 아쭈, 술을 부어? 에라 엿먹어라 하면서 갓김치 놓인 플라스틱 사발로 대가리를 갈겨 버렸지. 머.. 이후는 안봐도 그림이잖아? 조사 받고 어쩌고.. 사표 이야기가 나오더만. 근디 조사 나온 놈이 또 웃기네. 이게 알고 봤더니 그 이사를 상당히 고깝게 보고 있더라고. 해서 자초지종, 전말을 다 떠벌렸지. 그리고 나도 더 다닐 생각 없다고.
으이구 나오는데 얼마나 속이 다 후련하든지. 경비실 지나 차를 세우고선 회사를 보며 오줌을 갈겼지. 지나가는 아즈메, 츠자들이 난리 난리. 보등가 말등가, 니들이 꼴리지 내가 꼴리나.
그만두고 집에서 쉬는데 과장한테 전화가 왔어. 이사눔은 다른 계열사로 전보 조치 되었다나.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마누라 성화가 장난 아니네. 뭐 먹고 살거냐고. 그래서 대리를 시작한 거여. 재주라곤 운전밖에 없으니까.
회사 그만 둔 날부터 그넘도 꿈에 나오지 않더만. 그리고 며칠 지났나? 또 나왔어.
'왜 또 왔어? 나로썬 최선을 다한거야.'
'고맙습니다.'
그리곤 휘리릭. 몇년 개고생했네. 대리하다 쓸개 터져 병원에 1달 동안 드러 누웠다가 퇴원 후 없는 돈 탈탈 털어 화물차 샀다 폭망하고. 뉘미, 원래 전설의 고향에선 원수를 갚아주면 복이 생긴다던데 다 개뻥이더라고. 그리고 그제였나? 그 행님에게서 전화가 왔어.
'잘 지내냐?'
'뭐 그럭저럭. 행님은 좀 어떻소?'
'큰아들이 이제 본사 출근해. 난 쉬기로 했어.'
'잘 됐구마. 허나 나 부를 생각 마셔. 다신 회사 안댕겨.'
'김칫국 마시지 마. 니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ㅎㅎㅎ 그런데 0이사 이야기 들었냐?
'내가 우째 아요.'
'지난 달 회사로 오다가 사고 나서 죽었어.'
'구랴? 잘 됐네. 다 인과응보 아니겠어?'
'그런데 말이야. 거 이상해. 술 마신 것도 아니고, 위험한 도로도 아닌데 그냥 맞은 편에서 오는 덤프 밑으로 들어간 거야.'
'행님. 날짜가 우찌 되요?'
'지난 달.. 보자.. 12일이네?'
내가 어찌 잊어 먹겠어? 그 날이 바로 그 녀석을 처음 만난 날인데. 혹시나 싶었지.그 녀석이 다시 꿈에 나타나 고맙다며 이제부턴 좀 잘 풀립니다 하겠거니 기대했는데, 지미럴 안나오더만. 그런데 말이여. 어제 손님 두분이 오셨다가 평소에 재수없게 생각하는 인형 두개를 깬 거야.
'사장님, 이거 앞으로 재수 좋다는 뜻이요. 원래 이런 일 생기면 그 집이 잘 된디야.'
에라 어차피 깨진 거, 만원만 받았지. 그랬더니 계획에도 없던 몇 가지를 더 사시더라고. 집에 오니 더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어. 고등학교 때려 친 딸래미가 어젠 검정고시를 봤거든. 2학년을 반도 다니지 않은데다, 시험 전날까지 참고서 한번 펴보지도 않아서 내심 내년이나 되야 정신차리려나. 그런데 됐다는 거야. 그것도 고득점으로.
어라... 뭔가 앞으로 잘 풀릴 것 같은데?
나같은 무지랭이가 협객 노릇 잘못하면 쪽박차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의를 못본 체하는 것도 사람의 도리는 아니거든. 내가 죽지 않는 한도 내에선 선을 집행해야지. 이거이 내가 갖고 있는 유일한 관이걸랑. 그리고 언젠간 그 보답을 받을 거라고 믿거등.
000 대리야, 나도 할만큼 했으니 앞으로 좀 잘 풀리게 도와 줄거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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