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국면 전환

운산티앤씨 2018. 3. 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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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어려워지는 이유 중 가장 큰 무거운 것을 꼽으라면, 난 주저 없이 국민의 무관심을 들겠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한때 민나 도로보데스란 일본어가 유행했는데. 모두 도적 놈들이다. 여기엔 당시 무시무시한 억압 아래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민초들의 울분이 살짝 뭍어 있었지만 이내 체념으로 바뀌고 종내엔 무관심과 냉소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최근엔 이런 말도 유행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 플라톤 -

그런 저질스러운 자들은 옥석을 골라내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려 하고 가급적이면 국민을 바보로 만들어 놓아야 집권이 가능한 법이니, 그래서 섹스와 스포츠, 스크린을 동원하여 사회 전반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창궐하도록 부단히 노력한다. 마침 좋은 예가 하나 있어 소개한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은?
연예인 걱정, 우주 걱정, 그리고 재벌 걱정. 혹자는 정치인 걱정도 집어넣는다. 하릴없이, 가십거리나 찾아다니며 시간을 죽이는 무위도식자들 혹은 빠순이를 겨냥한 비아냥이고 많은 공감을 얻고 있지만, 뒤집어 놓고 보면 무서운 간계가 숨겨져 있지 않을 정도로 시니컬을 전염시킨다.

연예인? 신경 꺼, 니가 왜 갸들 걱정이야. 재벌? 야, 니까지 걱정 할 필요 없어. 갸들은 평생 돈 걱정 없는 부류니까. 정치인? 갸들이 바뀌냐? 그냥 내비둬.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도적 놈이야. 내 말이 틀렸는가?

부정하게 집권한 자들이 가장 자주, 손쉽게 동원하는 수법이 바로 성동격서이다. 동쪽을 요란하게 만들어 시선을 강탈하고 서쪽을 친다. 툭하면 간첩에, 총질에, 사회를 발칵 뒤집는 스캔들이 시의도 적절하게 쏟아져 나와선 시선을 잡아끌어 국면을 전환하는데 이용되었다.

그런데 이젠 그게 잘 먹히질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시각에서 본 개돼지들도 자판기 두드리며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태까지의 방식은 잘 통하지 않으니 색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 그게 바로 여론의 호도이고 가짜 뉴스의 전파이다. 여기에 대해선 예전 한번 말한 바 있고 익히 잘 아시니 생략하겠다.

하지만 그마져도 이젠 시원찮다. 한번 뽀록이 나니 이쪽도 컴 도사 동원해서 추적하고 뒤지니 외려 개망신에 표만 뚝뚝 떨어지니.

조00가 자살을 했다네? 이 말은 들은 내자가 화들짝 놀라며 컴 속으로 들어갈 듯 뛰어온다.

'아이구 불쌍해라.'

?? 아니 오늘 오전까지 쳐죽일, 패 죽일 하다가... 물론 고인이 안타깝긴 하다만 그렇다고 그 죄를 갚지도 않고 훌쩍 가버리니 괘씸하기도 하고 정의를 위해 나섰던 이들은 졸지에 살인자로 몰릴 지경이다.

리더의 책임은 막중하다. 전체의 최상위에 앉아 호의호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란 명분으로 힘없는 자들이 사지로 내몰지만 그것조차 여의치 않을 땐 전체를 위해 자신을 버려야 하는 때가 반드시 오게 된다.

이제 이 글의 결론이 뭔지 감을 잡을 게다. 가장 성능 좋은 국면 전환 카드는 바로 리더의 자결이다. 모든 업을 안고 내가 가겠다. 이만큼 파괴력이 강한 심적 폭탄은 없다. 그를 추적하던 자, 비난하던 자, 단죄하려던 자 모두 일거에 가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수법. 무협에선 아마 동패구사라고 할 것이다. 同敗俱死, 이판사판, 너도 죽고 나도 죽자.

오늘 간 이에게 아마 그 길은, 남아 있는 유일한, 혹은 최선의 선택일 게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인의 관심은 망자에 대한 애도와 더 이상 먼저 간 자를 욕되게 하지 말자는 여론으로 희석되니, 남은 가솔들을 보호될 것이며 갖가지 고발은, 말 그대로 추측으로 끝나게 되어 영원히 망각될지니 언젠간 그가 범죄자였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할 게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이 수법이 언제, 어느 대목에서 터지느냐이다. 바야흐로 배가 뒤집힌 원인에 대해서 법적 판단이 유보되면서 다시금 들춰낼 모양인데, 그전에 뭐라도 해야 하는 입장에선 극단적인 요구도 전달할게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