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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사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이큐와 적성 테스트를 받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109라니. 부모님들도 엄청 충격을 받으셨나 봅니다. 왜냐. 두 분 다 140 이상이셨고 나의 형제들도 130 이상이었거든요. 두분의 눈은 이리 말하고 있네요.
'어디서 저런 돌이 나왔나?'
더하여 적성 검사 결과는 엉뚱하게도 예술계라. 65명 중 딱 둘이 그 결과를 받았죠. 하난 63/65. 이 개자슥이 무척이나 반가워 합니다.
'야, 니도 내하고 똑 같네?'
그런 모양인지 수학이고 물리고 전부 꽝입니다. 결국 2학년 학기때 양떼를 몰며 가를 수확했네요. 치욕의 54/65는 이때 받은 성적이구만요. 하여 문과로 옮기게 됩니다. 물론 수학은 여전히 헤메고 있었고 새로 배우는 과목에서도 영.. 그럭저럭이었습니다.
3개월 전에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뭔 소린지 모르시는 분은 알아서 찾아 보시고. 물론 그전부터 영어는 잘해보려고 노력은 했지만 언제나 명사의 끄트머리에서 포기를 하게 되더군요. 관계 대명사까지도 가 본 적이 없네요. 이걸 어쩌나.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사전을 낱장으로 찢어 씹어먹는 것도 안통한다면 아예 통째 외우자. 그러나 기초 단어가 형편 없는데 해석이 될 리가 만무합니다.
하여 방법을 바꾸었습니다. 요즘은 어떤 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시엔 고교 5종 영어 교과서를 한권으로 압축한 종합 참고서가 있었습니다. 그걸 번역부터 읽기 시작했지요. 똥 싸러 갈 때도, 밥 먹을 때도. 그런 다음엔 영문을 보며 다시 국문 번역을 읽었습니다. 딱히 이해가 되지 않을 한자로 된 단어가 아니면 찾아 보지 않았습니다. 한달 정도 지나니 영어 문장에 번역이 겹쳐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아참, 물론 이 방법은 처음은 아닙니다. 문법에 질린 1학년때 부터 써먹던 방법이고 시험 땐 매번 유용했습니다. 지금 이야기는 학력 고사를 대비한 좀더 광범위한 방법이죠. 그전엔 벼락치기였습니다. 그러니 시험이 끝나면 다시 원위치.
대학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네요. 이번엔 토플입니다. 그러나 공인 시험 성적은 없습니다. 왜? 그땐 취직도 잘 됐거든요. 입사를 하고 난 후 겪은 일입니다. 업무 특성상 외국인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선배들이나 상사들은 다른 신입을 포함해서 눈에 띄지 않았으면, 다른 신입도 마찬가지죠. 게다가 말하지 말라고 합니다. 열불이 나서 하루는 따졌지요.
'실수하면 망신이잖아?'
대체 뭐가 망신스러우며, 내 말로 인해 대세가 바뀔 일이 뭐가 있다고? 씨부랄하는 울컥함에 나중에 욕을 먹건 말건, 화장실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먼저 인사를 건내 보았습니다. 그러나 굿 모닝 이후의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쪽은 잘도 지껄여 댑니다. 알아듣는 척하지만 속에선 쪽팔리는 소리가 마구마구 들립니다. ㅋ
이래선 안되겠다. 하여 다음부터는 먼저 내가 할 말을 준비하고 상대의 반응을 예상해 보았습니다. 굿모닝하면 헬로하겠지? 그럼 난 하우 아 유라고 해보는 거다. 물론 저쪽에선 파인 땡큐하겠지? 그렇다면 난 Did you have breakfast?라고 하는 거지. 그러나 이 부분부터는 갈랫길입니다. 난 뭇는데 닌 뭇나? 안뭇따. 어디 밥 먹을 데 없냐? 뭐 처먹었는데 맛이 조깟더라. 너 잘하는데 아는 곳 없니?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보니 대가리 쥐가 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선 다시 말을 걸어 봤는데 어떤 땐 맞고 어떤 땐 아니고. 앗, 그러나... 이 친구들, 내가 못알아 듣는다 싶으면 아주 천천히 혹은 쉽게 말을 다시 건내더군요. 그때 문득 기억을 했습니다. 말 귀가 통하지 않는 친구들이나 어린 조카들에게 내가 어찌했는지를요.
내가 수준 낮은 외쿡인들만 상대해서 그런지 몰라도, 내 기억 속에 그들이 우리가 고등학교때 배웠던 문장식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요, 브라' 식의 할렘 영어를 쓰지도 않었고.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내가 상대했던 외국인들이 10명이라면 미국인이나 영국인 혹은 기타 정통 영어권 국가의 사람은 그중 2-3명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지나 내나 마찬가지.
그런데 뭘 창피하고 실수를 한다는 건가요? 독일넘들 영어 실력, 프랑스넘들 영어 실력?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닙니다. 인도나 파키스탄 인들이 영어 쓰는 걸 보면... 미스따르 킴, 디스 먼스 아우으러 까르고 낟 뚜 빅... Mr. Kim, this month our cargo not too big 입니다. 번역하면 물량이 많지 않다인데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정식으로 하자면 Mr. Kim, our cargo voulme in this month would not be not too much가 맞겠지요. 영어 잘하는애들도 말할 땐 이리 하지 않습니다. 메일 보낼 때나 그렇지요. 왜구들은 더 웃깁니다. ㅋ
지난 번 대입에서 나온 영어 문장을 보고 난 놀라 자빠졌네요. 전공자가 한글로 써놔도 이해 못할 문장을 영어로 갈겨 놓고선 변별력을 갖춘고자 제출했다. 한마디로 또라이가 아닌 다음에야. 이따위로 가르치니 애들이 수포하는 거죠. 그리고 말도 되지 않을 문장만 습득하니 나와선 버벅대며 다시 돈 내고 영어 배우고. 개코도 아닌 체면으로 에헴해대니 부끄러워 말도 못붙이고.
우리 애들에 대해선 확고한 영어 교육관이 있었습니다. 두넘이 말을 시작할 때 집사람이 몬테소린지 나발인지 거금 들여 사오더군요. 그리고 반복해서 틀어주기만 합디다. 본인도 영어 싫어하니 물어보면 막히죠. 결국 나에게 돌아오더군요. 에라, 앞에 앉혀 두고선 읽기부터 시켰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야? 나중에 알려줄게. 그리고 하루 숙제거리를 주었습니다. 무조건 외워라. 회초리도 불사했습니다. 못 외운 녀석은 밤 11시고 12시까지 조져댔습니다. 보다 못한 마눌이 울 어메한테 일러 바쳤네요. 애들 잡는다고. 전화로 난리가 났죠. 하지만 내 새끼 내가 알아서 키우니 빠지시오, 한마디로 끝내고선 중국 가기 전까지 직사게 돌렸습니다.
희안하게도 일주일 동안 중국말 모른다고 하던 놈들이 2주차가 되니 스스로 가겠다고 하고 나중엔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더군요. 1년이 지나자 나를 위해 통역도 합디다. 지금도 두넘은 문법 공부는 하지 않는 눈치입니다만 적어도 영어나 중국어에선 나쁘지 않습니다.
이 글보시는 분들 중 영어가 어렵다, 혹은 영어를 해야만 하는데 능력이 안된다 하시면... 우선 체면을 버리십시오. 당신이 틀리게 말한다 해서 비웃을 외국인은 없습니다. 티브이에서 외국인이 엉터리로 한글 쓰면 비웃습니까? 재미있다고 박장대소하며 알려 주려고 하죠? 그리고 천천히 말해 주며 이해시키려 애를 씁니다. 외국인도 마찬가지. 그리고 업무상 영어 틀리게 말했다고 회사 망칠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막힐 땐 스마트폰이고 필기고 동원하시면 됩니다.
그게 언어를 제대로 배우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발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특히 갱상도 출신들은 ㅓ/ㅡ, ㅅ/ㅆ, ㅈ/ㅉ, ㅃ/ㅍ에서 난관을 겪습니다. 부산에 가면 이런 소릴 들을 수 있습니다.
서뽀츠 쓰울 -> 스포츠 서울
색서췍 -> 섹스책
스라운드 싸운더 -> 서라운드 사운드
이런 불편함은 일상 생활에서도 나옵니다.
지베 살이 음따 -> 집에 쌀이 없다.
상용 자동차 -> 쌍용 자동차.
찌 자바라 -> 쥐(를) 잡아라.
그렇지만 다 알아 듣습니다. 심지어 갱상도 억양으로 영어를 해도 다 통합니다.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ㅋ 마지막으로....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갔더니 우리 이쁜 박양이 전화를 받고 계시더만요.
'땡큐...'
그리고선 화다닥 화장실로 갑디다. 다시 울리는 전화, 미스따르 킴 있냐고 물어보는데 왜 땡큐라고 하고선 끊냐?
말을 자신있게 잘하면 글도 잘 씁니다. 하지만 글 잘 쓰는 사람은 말까지 잘 하지 않습니다. 문학 전집 하나 읽은 적 없는 내가 하루에도 몇 가지씩 나불대는 이유도 다 그때문이구만요. 애들에게 자꾸 말을 하도록 시키세요. 묵사발이 금인 시대는 지났어요.
자극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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