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삶이 위기에 처했을 때..

운산티앤씨 2018. 3. 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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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ion Tears _ 지는 추하 (Chelsia Chan) 1976年


SF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에서 인류를 말살하려 온 클라투에게 노벨상을 수상한 노 교수는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당신들은 어떻게 진화를 했는가?'
'태양이 사멸하기 직전이라 우리는 생존의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렇다. 모든 생물은 멸종의 위기에 처했들 때 비로소 진화를 한다. 지금 인류가 바로 그런 시점이다. 더 지켜볼 수는 없는가?'

정확하진 않습니다. 이를 우리의 일상에 대입해도 큰 무리는 없을까요? 아무래도 닥쳐온 위기를 막아내고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나자면 젓 먹던 힘까지, 그리고 아이디어를 가능한 수준까지 짜내야겠지요. 하지만 위의 대화는 진화란 거대한 주제 하에 점진적으로 적응해 나가는 종의 생존법이지 일순간의 대처법으론 적합하지 않습니다.

진퇴유곡: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거나 물러서지 못하다.
진퇴양난: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궁지(窮地)에 빠짐
혹은 영어로
Deadlock: 교착 상태  
Dead end: 막다른 길  

영어는 다시 한번 해석이 필요해 보입니다. 일전 한글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에 대해 비전문적으로 떠들었는데 이제 보니 내가 완전히 틀렸습니다.

한글로 저 상태를 어떻게 표현할까요? 아마 이 문장은 유치원생이라도 이해할 겁니다. 뭘까요?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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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좃땠다 입니다. ㅋ

죄송합니다. 욕은 그만하려고 하는데 워낙 수십 년 습관이라..

오디오를 만지작 거리다 보면 케이스를 열어 내부를 봐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한참 뜯어서 다시 조립하려고 하면 아귀가 맞지 않던지 내지마시가 남아 있던지. 내지마시가 뭐냐고요? 나사입니다. 볼트, 너트 할 때 그 볼트.

어떤 땐 둥글게 감긴 전선이나 스피커선을 잘못 건드려 배벵이처럼 꼬이는 일이 있는데, 여간 짜증 나지 않습니다. 바로 코앞에서 엮여 있는데 장장 20미터를 풀어야 하나.

예전엔 난 그런 일이 있거나 그에 비유할 만한 복잡사에 끌려 들어가면 과감하게 잘라 버리려라고 주문을 했지만 그건 삶의 일부, 해당하는 이의 역사를 없애라는 아둔한 조언이었습니다.

역사 없는 오늘은 없고 오늘이 있어 내일을 기대하는 건데 중간에 싹둑 잘라버리면, 난 뭔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물에 빠지면 버둥거리게 되어 있고, 버둥거릴수록 살아날 확률은 줄어듭니다. 머리가 좁은 구멍에 끼어도 마찬가지. 빠져나오려 할수록 더 욱죄어 옵니다.

흥분 상태에선 사리분별력이 떨어지고 당황하는 순간, 실수는 나오기 마련. 일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니 종국에 넋 놓고 앉아 있지요.

누군 뭐라도 하라고 재촉합니다. 하지만 위기에 처해 머릿속이 하얀 상태에서 뭘 하겠으며 한다 한들 악수만 두는 법입니다.

세상의 어떤 일은 자의든 타의든 설계자가 있기 마련이고 사람이 개입한 이상, 入은 가능해도 出을 불가능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내 경험으로 돌아가 볼까요?

조립이 안되는 오디오. 더 만지지 말고 지켜보면서 어떻게 나사를 풀었는지 기억해내려 애쓰면서 맞닿는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십시오. 맞지 않는 이유가 나오고  남은 나사의 자리가 보일 겝니다.

고물상 마당에 함부로 널브러진 전선같이 얽힌 스피커 선. 역시 열 내기보단 찬찬히 훑어봅니다. 끝을 잡고 손으로 더듬어 가다 보면 꼬인 부분이 나옵니다. 하나씩 풀다 보면 결국엔 처음 상태로 돌아갑니다.

물에 빠졌다면? 가만 있으면 됩니다. 저절로 물 위로 뜨게 되어 있죠. 난 잘은 모르지만 사람의 몸 안엔 空洞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우성치며 입을 벌리면? 그나마 남은 공간은 흥분해서 팽창한 혈관이나 근육이 수축하며 사라지게 되니 몸은 쇳덩이처럼 변해 가라 앉는 게 아닌가. 아니면 말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분노하거나 흥분해서 취한 막가파식 행동은 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차분히 성정을 가라앉히고 사태 파악을 하는 게 우선이겠지요? 액션은 그다음입니다.

위기 대처법은 우선 흥분하지 않는 겝니다. 다음은 적절한 액션이지만 그 액션은 처음 들어왔을 때의 역순입니다. 진입을 할 때의 내 몸이 유선형이었던 것처럼 뒤로 나갈 때도 똑같야 합니다. 솟아오른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몸을 작게 만드는 것, 즉 나를 낮추고 감추어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젠 좀 이해가 되시는지요? 아니 된다면... 시간 날 때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도망을 가세요. 폰 끄고 연락도 하지 말고 잠수를 타세요, 며칠 지나면 수가 보일 겝니다.

ㅇㅎㅈ아. 내 언젠가 말했다. 어떤 일이건 끝은 있으니 그 끝을 어떻게 마무리하며 나가는지를 고민하라고. 넌 듣지 않더구나. 나도 이 지경인데 누굴 조언하겠냐만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내가 있어 사랑하는 이가 있고, 내가 있어 친구와 피붙이들이 존재하며, 내가 있어 이 땅이 있고 이 우주가 존재하니 결국 내가 바로 세상의 중심인 게다. 그리고 내가 없어도 또 다른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하니 너에겐 단 두갈래 길만 있겠다. 이 글이 전달될진 모르겠다만 현명하게 판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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