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복스 릴 데크 B 77. 도저히 국내 희망가와 맞지 않는데다 너무 깨끗한 걸 찾으시니.. 이게 깨끗하지 않으면 도대체.. 좀 화도 나고 해서 그만 신품 사시라고 해버렸네요. ㅋ
월요일 뺑이 치는 날입니다. 금요일 저녁부터 총 4일간 택배를 처리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오시는 택배기사님께서 하느님의 자녀라 4시만 되면 채근하기 시작. 15개의 모양 다른 택배 포장을 한, 어제 같은 날은 정말 가게에 불 질러 버리고 싶더라니깐.
그건 그렇고...
날이 따뜻해지자 겨우내 하지 않던 샤워를 다시 시작했습죠. 참고로 난 겨울 동안은 일주일에 한번만 샤워합니다. 드럽다고요? 노우? 어찌된 영문인지 나이가 들면서, 겨울만 되면 살이 트고 가렵고. 알고 보니 잦은 샤워때문이라 그러는 겁니다. 그리고 내 벗은 몸과 접촉할 이가 어디 있다고 굳이... 헷헷.
여하튼 욕조의 물이 잘 빠지지 않더군요. 거참, 이건 분명 머리카락일 텐데, 나에게 빠질 머리가 아직 있나? 하여 배수구에 손을 넣어 거름망을 꺼내니, 내 머리카락이 아니군요. 허면 이는 필시 아들눔 것일텐데. 아뿔싸, 저주가 벌써 오고 있다는 건가? 순간 골이 띵합니다.
울 할부지 별명이 율부리너였었지요. 그 양반보다야 연세는 많지만 하여간 마흔 즈음에 민둥산이 되셨다네요? 그 여파로 부친을 비롯한 아들 대에서 대머리가 속출. 희안한 건 그 비율이 정확하게 50:50 입니다. 그리고 손자대로 오면 백부 혹은 숙부가 대머리인 경우 그 비율이 90% 이상으로 높아지더군요.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더라도 비율은 50%입니다.
난 위로 형이 하나, 밑으로 여동생이죠. 여동생네야 관계 없지만 형네는 확실하게 저주를 받았습니다. 조카눔들조차 이젠 모발 이식을 받았으니.. 히히히...
또 다른 저주도 있습니다. 새치죠. 골 때립니다. 내 경우 국민핵교 6학년 부터 스물거리며 올라오더니 중 2가 되니 반백이라. 어딜 가나 시선 강탈에 갖가지 별명으로 놀림 받기 일쑤. 게다가 실없는 어른들은 뒤퉁수를 툭치며 건방지게 어린 눔이 어쩌고. 시발롬들.
할배, 영감, 노인부터 백두산, 후지산 등등. 심지어는 대리 시절 잠깐 염색을 하지 않았더니 협력사 사장이 이사인 줄 알고 와서 인사를 하더라는. 그걸 본 과장이 놀래서 사과까지. 이뿐이 아니죠. 버스 안에서 가끔 누가 등을 두드립니다. 돌아보면... ㅎㅎㅎ 30대에 자리 양보 받아 보셨어?
얼마 전엔 동사무소에 갔더니 마흔 좀 넘은 청경이 어르신이라고 하더만요. 오냐 하고 인사 받았는데 이눔이 글쎄 갈수록 인상이 똥찌그레.. 얼굴은 비교적 동안이거든요. ㅋㅋㅋ
좌우당간 새치가 대머리보단 훨씬 낫다는 건 탈모의 공포를 겪으면서 였습니다. 그 전까진 여친이고 애인이고 심심하면 흰머리나 뽑으라고 머릴 들이 밀었는데, 이거 참 빠지고 나니 그때 뽑은 흰머리가 그렇게 아깝더라고. (이 대목은 훗날 마눌에게 들키면 우스개라고 할 겁니다. 핫핫)
그리고 특이한 사실은 대머리가 되어 가더라도 흰머리는 끝까지 남아요. 참 젓같은 경우죠. 만약 앞에서 밀고 들어오는데 옆은 하얗다. 이거 실제 나이에 관계 없이 70대거든요. 그런데 얼굴은 반질거리니 누가 봐도 궁금할 밖에요.
탈모가 오기 시작한 시점은 회사에 들어가고 2년 정도 지났을 때부터 였지요. 아침에 머리를 감고 난 후 대야의 물을 보았을 때 그 경악스러움이란! 수면 가득 찬 머리카락. 동시에 손가락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빽빽했던 머리숱 사이로 빗과 손가락이 자유롭게 넘나들 때의 그 서늘함. 그리고 주변에서 누군가 '야 너 요즘 머리 숱이 좀 적어지는것 같다'라는 지적을 할 땐 가슴 한 켠,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철도 없었던 때라 한번은 대판으로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서 아부지에게 따졌습니다.
나: '이기 뭐요? 와 내한테 이런 병을 주요?'
부: '야 임마, 그기 내 탓이가? 나도 피해자다.'
모: '피가 드러버 가꼬 아들한테 저기 머꼬? 비러처묵을 영감쟁이.'
부:'우야겠노? 받아 들이라.'
그렇지요. 받아 들여야죠. 이후 모친께선 백방으로 명약이란 명약은 다 거둬 먹였는데, 검정 콩은 기본이고 미역, 다시마도. 한번은 마른 미역 반 봉지 먹고 속에서 부풀어 올라 디질 뻔 했네요. 저녁마다 양파 갈아 수건에 처바르고 머리에 두르고 자는데 아, 그 양파 냄새.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올 것은 오고야 말더라고.
'야. 0대리. 니 속알머리 보인데이?'
'헉...'
'야... 언제 이리 벗기졌노? 속이 다 보이네, 이제. 가발 사라. 우헤헤'
그 아가리에 염산을 부어버렸으면 하는 욕망이.
인근 슈펴에서 화장 거울을 사서 화장실 거울에 쓰리쿠션으로 비쳐보니 흐미.. 정수리 부근이 맨질거리기 시작했네요. 어쩐지 정수리가 근질근질하더라니.
탈모의 증상은 대강 이렇습니다.
갑자기 얼굴과 머리가 오일리해진다. 소위 말하는 개기름으로 번들거리지요.
그런 연후 가렵기 시작하고 특히 정수리 부근이 마치 오금이 저리는 듯한 느낌이 오던데요.
세면대든 방바닥이든 내가 가는 곳마다 머리털이 수북이 빠지고,
나중엔 수건에도 붙어 나옵니다.
그러면서...
머리 감는 횟수를 줄여보고,
앞머리를 길러 정수리를 덮는 헤어 스타일을 지향하며
탈모 방지제 부터 갖가지 민간요법을 다 동원하며 총력 저지에 나서지만,
백약이 무효라. 오히려 탈모의 가속화만 초래할 뿐.
이런 개같은 일이 내 속을 게워 만든 아들눔에게 생기다니. 정말 존나리 미안하기 짝이 없더만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왜 웃음은 나오는겨?
'아빠, 꼬셔?'
'뭐 임마? 내가 왜 꼬셔?'
'왜 자꾸 웃어요? 나 대머리 되면 아빠가 책임져.'
'이눔이 자다 요강들고 배구하는 소리하구 자빠졌네. 임마, 그게 인력으로 될 일이면 전대갈은 왜 대머리로 살았겠냐. ㅋㅋ 받아 들여라. 너의 운명이다. ㅋㅋㅋ'
'왜 웃고 그래? 좋지 않은 걸 물려 줬으면 미안한 줄 알아야지. 인간이 못돼 처먹었어.' Feat by Manul.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대머리의 공포를 느낀 순간부터 시작되는 그 엽기적인 치료행위들, 그리고 안간힘 등이 아무리 생각해도 웃깁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조만간 아들에게 이 글을 보여 주겠지만...
지금 대머리냐고요? 노우~~ 아닙니다. 원래부터 새치가 60% 였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대부분 살아 남았지요. 그리고 이젠 남은 검은털도 하얗게. 90% 백두지만 대머리는 아닙니다. 예전 알았던 이들은 날 보면 놀라죠. 대머리 될 줄 알았는데 멀쩡하네? 그래서, 아쉽냐? 시방새들아. ㅋㅋㅋ
그럼 지금부터 나만의 대머리 극복 비법을 전수하겠습니다. (펌 금지)
1. 받아 들여라.
마음 가짐이 중요합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습니다. 용천질알을 해도 못막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가발과 식모, 즉 모발 이식이죠. 그러나 식모는 돈이 많이 들고 가발은 불편합니다. 걍 미상불 민둥산이 될 그곳에 인공잔디를 심는다 혹은 임쁠란뜨를 한다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십시오.
2. 대가리를 매우 청결하게 유지하라.
세발을 적게 하면 안빠질 줄 알죠? 수채 구녕이 막혔는데 그걸 퍼내지 않고 덮어만 둔다면? 갈수룩 악취가 풍기고 종내엔 구정물이 넘치겠지요? 히바리 없이 흐느적거리는 머리털은 이미 사망 선고 받은 불치병 환자나 마찬가지. 게다가 썩은 사과 하나 아깝다고 그대로 바구니에 둔다면? 다른 사과도 썩거든. 안락사 차원에서 과감하게 박박 문질러 털어내라고.
3. 섭생으로 해결할 생각하지 마라.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고 늘어지게 자라. 뭐 골라 먹는다고 빠진 머리가 다시 날리 없습니다. 칼슘이 뼈와 이빨을 튼튼히 한다고 매일 멸치만 처먹으면 이빨이 새로 돋나요? 뿌리가 사라졌는데 뭘 뿌린들, 그 어떤 영양을 준들 살아나지 않습니다. 괜한 헛고생입니다.
담배가 치명적이라고 하던데 난 동의할 수 없어요. 혈관이 확장되서 어쩌고... 뭔 개소린지 모르겠네. 담배는 폐가 좋지 않다면 끊어야 하는 거여요. 그리고 개인적으론 술은 정말 좋지 않습디다. 술떡이 된 후 유난히 많이 빠지더만.
4. 대가리 털 기르지 마라.
인구 밀도가 높으면 출산율이 낮아지듯이 몇가닥 되지 않으면서 가리겠다고 길러봐야 좋을 것이 없습니다. 난 빡빡을 몇번이고 했습니다. 이후 스프츠 형으로 주로 하고. 하두 인상이 족같다고 해서 요즘은 장교형으로 바꾸었다만 하여간 대가리 털이 짧으면 정수리 근질거리는 증상이 완화되고 신경이 덜 쓰입니다.
5. 대가리에 뭐 좀 처바르지 마라.
가뜩이나 숨막혀 디질라 하는 판에 요상한 걸 왜 바르나? 대머리가 좋다면 계속 바르셔. 그리고 까실까실한 2:8 혹은 3:7 가르마가 기름 통에 빠진 쥐새끼보단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걸 아셔야 해.
6. 마음을 정하라.
민대가리 되면 빡빡이로 나간다고 생각하고 남들이 인정하는 대머리가 되었다면, 사회적으로 그리고 미관상 가발 쓸 생각해라. 식모? 하지 마소. 해봐야 얼마 못가고 관리하느라 남은 털도 다 빠져요. ㅋㅋㅋ 그리고 탈모 방지약 먹지마세요. 고추 죽어요. 고추 안서면 당신은 이미 남자가 아닌 겨. 내시여.
작년에 탈모 방지제를 구매대행한다고 게시물을 올렸더니 식약청에서 문자가 오더군요. 약사법 위반이라고, ㅋ
개인적으로 유전적 대머리는 병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약을 먹습니까? 몸에 좋지 않아요.
여자들이 꼽는 최악은 대머리에 배불래기입니다. 어차피 빠질 머리에 시간과 돈 투자하며 스트레스 받느니 열심히 운동해서 근육 키우세요.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대머리 근육돼지들, 아주 강렬한 인상을 풍기죠. 존나게 섹시하죠.
그러니 받.아.들.이.십.시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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