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잡학사전

빌런이 넘쳐나는 세상

운산티앤씨 2022. 6. 2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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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유리값이 얼마더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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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끊은 요즘 내가 주로 가는 곳은 각종 유모어 게시판이다. 부담없고, 잠시나마 웃을 수 있고 그리고 내 글에 쓸 짤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런데 요즘 웬 빌런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빌런들은 대부분 거래 관행을 모르는 초보거나 다소 철딱서니 없는 어른애들인데. 당근 빌런, 번장 빌런, 헬로 빌런, 중나 빌런 등등 주로 개인간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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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얼마 전 중나 빌런 (?) 한 분을 만났다. 미사용 스웨덴 망치겸 도끼인데 고 용도는 고기를 다지고 뼈를 잘라내는 것이지. 나도 다이소 가면 중국산 고기 다지기용 망치가 5천원도 하지 않는 걸 안다. 철물점 가면 만원이면 삐까뻔쩍하는 망치 살 수 있고, 몇 천원이면 낫도 한자루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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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양반의 강변은 이렇다. 사실 그거 몇푼 안하잖냐. 스웨덴 제라서 한번 써보고 싶은데 1/3 가격으로 달라. 바로 입금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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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메, 이 짧은 한 문장에 난 졸지에 몇푼하지 않는 걸 비싸게 팔아먹는 양심 없는 놈이 되었네? 완전체로 쓰면 혹시 본인이 볼까 우려되어 축약했지만 분명 그런 어감이 있었고 마치 사준다는 늬앙스까지 풍기는 양이 불쾌하기 보단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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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스웨덴제 도끼는 보통 10만 원이고 어떤 건 20만 원도 넘는다. 망치도 비슷한 사정이지. 생각 같아선 스위스 빅토리녹스는 10만 원하는데 중국산으로 같은 건 왜 1만 원도 하지 않을까요 하고 되몯고 싶었지만 그래봤자 입씨름이고 이미 지불 능력 없는 이의 염장을 지를 필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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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가치는 단순히 용도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수많은 변수가 작용해서 가격이 책정되는 게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댜량으로 거래되는 농산물이나 광물은 '시세가 형성된다'는 표현을 쓴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하면 비용 구조가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거든. 따라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시세가 형성되고 변동되는 것이지. 하지만 개별 공산품은 형성이 아닌 책정이다. 즉 가격 결정권이 판매자에게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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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분쟁은 이때문에 많이 생기는데 1:1 거래란 특수성을 무시한 구매자의 시장 법칙의 강요라고 한다면 어떨까. 즉 양자의 입장이 맞아 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혼자인 구매 입장을 마치 대량 구매, 다수 구매자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분명 이런 분은 대안이 없기 마련인데 마치 다른 곳에 가면 더 싸게 살 수 있는데 여기서 사준다라는 생각을 한다. 이건 크나큰 착각이라고 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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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이 없다면 협상으로 들어가야지 왜 어림도 없는 압박이나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가격으로 후려치려 하는가? 그리고 협상에선 상대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한 법인데 이 빌런들은 그게 없다. 그러니까 왜 그 가격인지를 먼저 따져보고 판매자가 손해보지 않을 선을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우겨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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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구류에 책정되는 가격의 결정 요소엔 브랜드나 원산지가 많이 차지하는데 구매자들께서 아셔야 할 건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이 얼마나 합목적인지, 그러니까 본인에게 절실히 필요한지, 그리고 내구성은 어느 정도인지,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뛰어난 디자인인지 따위의 설계와 제작과정에서의 제작자의 열성과 비용을 자가 진단해 줘야 한다는 게다. 이 중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그건 바로 합목적성이다. 내가 필요로 하는 걸 구매하는데, 그리고 그것이 나의 눈에 맞다면 어느 정도의 가격 차이는 구매자가 감수해야 할 몫이다. 즉 나의 필요를 상대의 희생에 바탕하려 들지 말아야 하며, 아닌 말로 양보할 생각이 없는 판매자 앞에서 뒹굴어 봐야 피차 민망하기만 할 뿐이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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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단히 죄송하지만 필자의 경험치에 의거, 판단해 보면 현재도 선진국인 나라에서 생산되었거나 생산되는 제품들을 중국산 뿐망 아니라 우리도 따라잡을 수가 없다는 비참한 팩트만 나온다. 우린 이 차이를 극복하고 추월할 기회가 있었지만 때마침 중국이란 거대한 저비용 생산공장이 생기면서, 그리고 내구성을 포기하면서 생기는 빠른 제품 교환 주기에 따른 마진만 고려해서 놓친거다. 하지만 그때문에 여태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동일한 제품 수명 주기를 적용한 서구나 미국 자체 생산된 제품에 비해선 현저하게 품질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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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현기차의 경우 몇년 전까지만 해도 차체 부식 문제로 악명이 높았다. 품질 좋은 포스코 제품보단 단가 싸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계열사 제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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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 주절 말 길게 해봐야 소용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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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맞지 않거나, 맞더라도 네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현격한 차이가 나는 물건엔 부러라도 질러 보지마라.

그리고 남의 점빵에 가서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가격을 언급하지 마라.

마지막으로 비싸다고 하기 전에 왜 비싼지 따져봐라.

아무리 따져봐도 납득이 안된다면 그건 바가지니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러나 납득이 간다면 나의 이익을 최대화하면서 판매자에게도 득이 될 거래를 제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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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서 빌런이란 비아냥을 들 일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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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8LhkyyCvUHk?list=RDmyVzaR8cm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