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그 자슥 오늘따라 말 많네 하시겠지만 딱히 앉아 오는 손만 기다리다 보니 글이 마구 솟아 오릅니다. ㅋ
내 머리에 새치가 돋기 시작한 때가 아마 국민학교 6학년이었을 겁니다. 그리곤 중2가 되니 반백으로 변하더군요. 얼마나 놀림을 당했는지 모릅니다. 게다가 성까지 노 이다 보니, 노인, 노할배, 영감, 박대가리. 속으로 한글을 얼마나 저주했는지. 하는 수없이 염색을 해야 했습니다.
대학 가면 좀 달라질까 싶어 염색을 하지 않았더니 이젠 교수들들이 나섭니다. (이때 여의도 뒷골목에서 이*화에게 쌍욕을 날렸었죠. 씨발룸, 대가리 털도 없는 주제에)
'노군, 어지간하면 염색 좀 하지? 강의하기 부담스럽네.'
게다가 미팅 나가면 여자들 시선이 온통 쏠리니 (그렇다고 잘 된 적도 없습니다.). 이때 별명은 백두산 혹은 후지산. 역시 상아탑은 물이 다르더군요.
그리고 방위로 입대. 덕 좀 본 케이스입니다. 별명은 영감. 그리고 실제 함부로 대하지 않았어요. 박박 밀은 머리에 얼굴이 검게 탔으니 아마 나이가 꽤 들어 보였나 봅니다.
입사를 하고 나서 제일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염색 좀 하라는 상사들 충고를 다 씹고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웬 노땅이 와서 인사를 하시지 뭡니까?
'누구쇼?'
'아 네. 이사님 처음 뵙겠습니다.'
'헉...'
부장이 뒤에서 후다닥 뛰어나오는데 얼굴이 상기되어 있습니다.
'정 이사님, 이리 오시죠?'
'저분은 누구?'
'신입사원입니다.'
'어쩐지 얼굴은 너무 젊다 생각했네요.'
농담 아닙니다. 진짜 생겼던 일입니다.
그리고 다시 염색. 결국엔 30대 후반부터 슬금슬금 털이 빠지더니 40대 중반이 되니 속알머리가 반질거리더군요. 어차피 위로 2대가 율 부린너인데 나라고 별 수 있냐? 그리곤 내키면 염색하고 어떤 땐 그냥 개기고. 바둑이, 얼룩이 부장이란 별칭은 그즈음 생긴 거죠.
그리곤 회사를 그만두면서 완전히 염색을 중단했습니다. 오호... 놀라워라. 머리가 더 이상 빠지지 않고 이젠 빽빽합니다. 대신 반백이 아닌 올백으로.
남과 다르다는 건 주목을 불러옵니다. 그것이 장점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의 요소이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외모적인 부자연스러움은 쓸데없는 간섭과 오지랖, 그리고 본인에 대한 자괴감만 양산하죠. 그리고 그건 어린 친구일수록 견디기 힘든 심리적인 압박이고 스트레스입니다.
나야 이미 지나온 세월이고 성격상 맞서 싸웠지만 나 아닌 다른 이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진 나도 모릅니다. 그러니 나의 방식을 강요할 수는 없지요.
애들에게 자주 물어봅니다. 내 피 받아서 꼬운거 없냐고? 아직은 없다니 다행이지만 혹시 내 피가 원인이 아니더라도, 즉 자신의 게으름으로 생긴 비만, 혹은 코를 세워, 눈을 뒤집어 더 이뻐지고 싶다는 욕망 같은 건 가능하면 채워주려고 합니다.
너의 모든 걸 사랑하라.
생긴 대로 살아.
사내새끼가 뭘 그런 걸 갖고.
돈이 썩어 남아도냐.
니가 벌어서 해.
날이 갈수록 아살벌해지는 세상 속에 던져질 애들입니다. 집구석 아니면 어디 가서 좋은 소릴 듣겠습니까? 집구석이라도 따사로워야 애들이 머물 수 있으니, 사자 새끼마냥 절벽 아래로 던지는 식의 조련은 별로입니다.
부모는 그저 자식이 원하는걸, 능력이 닿는 한 들어 주고 그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로 만족해야 한다는 생각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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