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디오를 판매할 때 지키는 원칙은 몇 가지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입니다. 물론 판매 글엔 주관적인 느낌과 사용 후기가 있지만 전화나 직접 오셔서 물어보실 땐, 그리고 판매 시점에선 아는 한, 팩트를 보여 주고 같이 확인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칩니다.
어떤 손님은 그래 가지고 설랑 장사하겠소? 흠이 있으면 좀 색칠해서 이야기하소. 웃으며 농처럼 건네지만, 그리고 나도 좀 더 똥이나 끼고 살고 잡으면 그리해야 함은 알지만 성격상 안됩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바는 아니지요.
글 쓰는 분들, 특히 사실을 전달하는 분들 말입니다. 난 신문 영양학을 전공하질 않아서 언론에 대해선 체계적이지 못한 정보의 잡탕이지만 그래도 늘 궁금한 건 왜 팩트를 전달하는 분들이 거의 없느냐는 것입니다.
예전엔 신문, 지금은 인터넷이지만 그래도 시사나 사회, 경제를 보는 이들은 누구에게 가르침 받을 군번이 아닌데 시시콜콜 이리 이해해라, 저리 해석하라, 참 친절도 하십니다.
다시 바꿔 말해 보지요. 달걀을 깨졌답니다.
누가? 아들이? 언제? 오늘 아침에. 왜? 실수로. 어떤 실수길래? 딴 생각하다가. 그래서? 그냥 놔두고 갔어. 왜 그냥 갔어? 약속 시간이 늦어서. 미안해.
이건 나중에 들은 아들의 답변입니다.
하지만 집사람은 이리 전달합니다.
아니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달걀 하나가 박살이 나서 바닥에 그대로 있는데, 강아지가 그걸 드럽게 핥아 먹더라고. 보나 마나 요넘의 땔래미가 그랬을 거야. 기지배가 도대체 왜 그리 지저분하고 치울 줄을 모르는지. 도대체 학교에선 뭘 가르치는 게야. 그리고 말이야, 밤새 잠도 안 자고 떠들고. 거봐, 거봐. 11시인데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어. 저거 누가 데려갈까. 아휴 속상해.
먼 달걀 하나 깨진 게 학교부터 10년 후에나 있을 일까지. 열딱지가 난 나는 딸애를 깨우며 호통칩니다.
넌 임마, 왜 어질렀으면 치워야지. 그리고 왜 밤에 잠도 안 자고 난리야. 그러니 시험 성적이 그 모양이지. 그래 가지고 설랑 삼류 대학이나 가겠어?
난 아니라는 땰애의 강변에 아들눔에게 전화를 하니 여기 범인이 있었네? 억울한 딸은 씩씩대며 모라 모라 나불댑니다.
니가 지금까지 잘했으면 내가 그러냐?
헐... 달걀 하나가 인간 하나의 인격까지 가늠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기사를 보면 전부 이 모양입니다. 팩트 전달은 온데간데 없고 기사 곳곳에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 성격, 취향이 숨어 있습니다. 앞뒤 다 자르고 몸통만 보여주는 건 예사이고 심지어는 다리 대신 엉덩이를 보여 주기도 합니다.
한편에선 칼럼 혹은 사설이란 미명 하에 점잖게 나무라는 식으로 혹은 훈계하는 스타일로 일필휘지하십니다. 나보다 많이 배우고 글발 좋고 인생 경험 풍부한 건 알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내 눈과 뇌까지 조종할 권한은 난 부여한 바 없습니다.
없는 완장 만들어 차고 여기저기 부정과 부패를 호령하는 것까진 다 좋다 이겁니다. 하지만 왜 팩트라는 날고기 대신 가공햄을 갖다 주나요? 산에서 나고 자란 호랑이는 날고기도 아닌 살아 있는 고기를 먹어야 야성이 유지되고 살아남습니다. 그 기사들을 보는 이들은 즉, 살아 있는 호랑이들인데 왜 햄을 먹여 사육하려 드시는가요?
팩트를 전달했지만 니들이 잘알한 거라곤 하시면 안 됩니다. 어떤 사건을 기사화할 땐 정확한 팩트가 아니면 안 됩니다. 카더라, 들었다, 혹은 누가 봤다더라 하면 그게 진짜인지 먼저 확인해야 정상입니다. 확인 안된 기사는 절대 내선 안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그런 노력은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기사화로 누군가가 겁탈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고 후에 결백함이 입증되었다면 그 린치의 가해자는 글을 보고 비분강개한 독자들이 아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달한 자가 아닐까요? 하지만 그런 일로 인해 누군가 죽어 나자빠져도 누구 하나 할복 시늉이라도 하는 꼴을 본 적 없습니다. 아니 후에 사과라도 하는 이도 없어요.
이건 30층 아파트 옥상에서 아무나 맞아 뒈지란 식으로 돌 던지는 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없는 완장 만들어 차고 꼴 같잖은 동네 구장질도 눈 감아 줬다면 그에 걸맞은 책임도 질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대들이 하는 행태들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투영됩니다.
창피한 줄 알고 이제부터라도 팩트만 전달하세요. 독자가 애도 아니고 어디서 감히 훈장질하려 듭니까? 구장질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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