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왕조가 새롭게 들어설 땐, 이미 그 주변에 구름처럼 인재들이 모였고 쿠데타이던 역성혁명이건 천하쟁패의 주인이든 평정 후엔 아주 후한 논공행상 잔치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여지없이 피바람이 몰아쳤지요. 후대 왕보다 월등하게 세상과 사람을 보는 안목을 지녔던 그들은 자신의 사후 머잖아 벌어질 공신들 간 권력 다툼과, 자신을 넘어서려는 반역 무리들, 그리고 이들로 인해 건국이념이 망쳐지고 종국엔 다시 혼란이 도래할까, 그리고 자신의 후대가 해를 당할까 미리 싹을 자르는 작업을 반드시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행위의 첫째 목적이 자신의 혈통이 온전히 대대손손 이어가려 했던 건 분명히 아닙니다. 그들은 난세를 평정하고 백성을 평화 속에 살게 하려는 원대한 꿈과 야망을 통치 프레임 속에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었으니, 어쩌면 힘만 있다면 누구든 권좌에 등극할 수 있었던 당시로썬 어떻게든 적통과 혈통이란 뼈대 아래 수직계열화된 구조여야만 시국이 안정될 수 있었으니까요.
시대와 사상이 완전히 다른 요즘에도 파워 시프트가 일어나면, 때를 맞춰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대규모의 인적 이동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그런 힘을 좇아 따르는 무리 없인 왕도 대통령도 없으니 어찌보면 당연하겠지만 문젠 어떻게 옥석을 가려내느냐 입니다.
어제부터 난데 없이 독주는 안된다, 또 뜬금없이 온 라인의 회색 키보드 워리어에 대해 떠들었습니다만. 이미 이 속엔 그다지 투명하지 않은 목적을 띤 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음이 입증되고 있는 바,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체포에 불응하는 깡패를 두둔하는 무리들입니다. 이들은 편을 가리지 않고 포진하고 있으니, 아군이라 믿었던 측의 20%에 달하는 반대 역시 같은 부류라고 봐도 무방할테지요.
게다가 약삭빠르게 진즉에 옷 갈아 입고 우군인양 설쳐대는 꾼들이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정치란 행위는 부동이지만 때론 유연한 철학과적인 사고와 시대에 부응하는 정의로움을 갖춘 자들에 의해 이루어져야 세상이 편해지는 법인데 도대체 때만 되면 옷을 갈아 입는 자들을, 왜 여태까지 알면서도 묵인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제 이들은 어느 정도 진용을 갖추고 역시 경계선에서 서성이는 소시오패스들과 손을 잡고 기만하게도 움직입니다. 내 입에 맞으면 찬송가를 입에 쓰면 가래를 뱉고 패악을 부리는 양복 입은 깡패들입니다.
물론 앞으로 펼쳐질 시나리오 속에 분명히 해당하는 대사가 있으리라 생각하곤 있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난 100여 년의 뚱무더기 속에 꾸물거리며 살아온 구더기 청소는 똥을 치우면서 해야 하는 법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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