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어마무시한 악몽을 꾸었는데...
공포란 기억이고 습관이지 싶다. 사실 모를 땐 무서움이란 없지 않는가? 예를 들어 내가 태어날 때부터 혼자 살고 있었고, 또 어떤 생명의 위협도 느낄 수 없는 환경 하에 있었다면 난 어두운 밤길이나 깡패나 혹은 포식동물들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그런 환경이 아닌, 일반적인 환경하에서도 어떤 존재가 나를 해칠 것이란 기억의 강제적인 주입이 없었다면 특정한 사물에 대한 공포 역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가끔 두려움이 없는 워리어를 영화에서 그려내고 있는데 사실 그런 존재는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사람이라면 말이다. 물론 특별히 담이 크거나 유난히 겁이 많은 이들이 있지만 이는 어떤 신체적 혹은 뇌구조적인 문제라기 보단 닥쳐왔던 위기 상황을 어떻게 해결했는가에 따르지 않을까 하는 추론이다.
한편 얼마 전 공포를 특별히 기억하는 소자가 뇌 속에서 발견했다고 하던데, 그것의 밀도와 공포와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밝혀낸다면, 또 그것의 밀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서 공포란 영원히 망각 속으로 사라지게 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런 과학적 입증이 있기 전까진 내겐 공포란 여전히 기억이고 습관이다.
그런 면에서 내 아이들에게 쓸데 없는 공포심을 심어주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남아 있다. 다들 애들 키우면서 꼬끼미 온다 라거나 호랑이 잡으러 온다는 허접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는가? 나에겐 달걀귀신이 그러했다. 부모님은 툭하면 벽장 안에 달걀귀신이 있어 날 노려 보고 있다고 놀려대셨고 실제 벽장 안에 달걀을 숨겨두고선 부러 나로 하여금 열어 놀라 자빠지게 하고선 박장대소를 하시던 기억이 지워지질 않는다.
여하튼 그 이후로 난 혼자 있을 땐 유난히 벽장을 조마조마하며 처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걸 갖고 이제 와서 원망스럽다는 건 아니고, 앞으로 양육하실 분이나 양육하시는 분이 이 글을 본다면 그런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로 공연히 애들에게 공포감을 학습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말이 길어졌는데...
새벽녘 꿈 속에선 난 욕실에서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깐 치약을 집으려 고개를 숙였는데 거울에 비친 내 곁에 알듯 모를듯한 여자가 서 있는게 아닌가. 웅? 뭐지?
그런데 갑자기 이 여자의 허리가 내쪽으로 90도 꺽이면서 기대오는데 이거 아무리 밀어내려 해도 떨어져야 말이지. 게다가 목까지 꺽이면서 꺼억꺼억거리는데 비명 소리가 안나올 수가 있나.
놀라 깨어나 숨을 돌리며 담배를 붙이는데 순간 뒤가 섬뜩했다. 돌아봐야 하나 마나하다 돌아보는 순간, 그 여자가 이번엔 소파에 앉아 있지 않는가?
참... 이거 진짜 어찌해야 하나 싶었다. 꿈을 깨니 또다른 꿈속이라니. 이따위 악몽이 다있나 싶었는데...
'아, 왜 자다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마누라가 다리를 긁적이며 앉아 있더란 거지.
그렇군. 생각해 보니 다 늙은 나에겐 저 인간이 이제 달걀 귀신이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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