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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의 마지막 표정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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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3학년 때인가? 부모님과 언쟁이 벌였다가, 그만 아부지한테 귀싸다구를 한대 맞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주제는 삶에 있어서의 돈의 중요성이었네요. 난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부모님께선 많은 줄 알아도 모자라는게 돈이다. 넌 왜 그렇게 욕심이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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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핵교 때 딱지 치기를 하면 늘상 잃기만 했고 그걸 다 거둬 들이는 책임은 형이라. 결국 저녁 무렵 내가 잃은 딱지를 비롯해 온 동네 딱지를 휩슬어 온 형에게 구걸해서 다음 날 또 잃고. 경쟁이 싫더군요. 그리고 무언가를 얻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것도. 그런 정신 상태는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 허랑방탕하게 버는 족족 다 써버리고 빚에 허덕이면서도 단 한번도 돈때문에 화를 낸 기억은 없네요. 그런 내 모습을 보면 마느님 왈, '참 해맑게도 산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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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3년 전인가 봅니다. 사업하기 전에 운영비라도 벌어볼 생각에 뛰어든 대리. 뛰는대로 들어오는 현찰 맛에 들어 죽을둥 살둥 모르고 뛰어다녔는데 그때 늙수그래한 영감 하나가 이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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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씨, 돈음 좀 모았수? 돈 없으면 무리하지 마쇼. 그러다가 큰일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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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급성 췌장염에 걸려 구급차에 실려갔고 한단 보름 입원하며 터진 병원비가 무려 800만 원이라.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병원 직원의 가족 혜택을 받았음에도 그 정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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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엔 고시원에도 잠깐 있었는데 옆방 사람이 신장인지 뭔지에 결석이 생겨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돈이 없어 쩔쩔 매는 꼴을 보았습니다. 어찌어찌하여 모기관의 도움으로 수술 날짜는 잡았지만 문젠 병원 갈 버스비가 없더라는 거지. 보다 못해 2만 원 정도 충전해서 그냥 주었네요. 얼마나 고마워하든지. 빵에도 몇번 들락거렸던 건달이었는데, 하루는 술에 취해 전화로 이리 말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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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덕분에 치료 받고 살았네요. 가진 재주라곤 주먹 밖에 없으니 혹시 누가 해꼬지하려거든 전화주세요. 제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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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원이 그리 큰 힘을 발휘하다니. 하지만 흐미.. 말만으로도 감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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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증권회사의 CEO로 재직 중인 한국계 미국인이 뼈가 아릴 정도의 고언을 했죠. 한국의 부모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대체 뭘 믿고 자녀교육에 모든 걸 희생하느냐. 그리고 차는 왜 사느냐 등등. 결론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주식 투자를 하라는 것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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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투자 부분에서 다들 비웃더군요.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믿느니 차라리 외제 차를 사서 때깔나게 살고 싶다가 베스트 댓글이었나. 문젠 주식 투자를 하는 행태를 꼬집은 건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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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주식에도 미쳐보았지만 투자하자 말자 수익을 바라는 생각들이 대부분입니다. 1년 투자? 이게 아마 장기라고 해야할 겁니다. 데이 트레이딩이 기본이니 하루에도 몇번씩 샀다 팔았다. 결국 빌려 투자하다 깡통 차고. 증권회사만 돈을 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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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의 지적도 바로 이거죠. 기관 투자가에겐 이길 수 없으니 장래성 있는 주식을 골라 적금처럼 부어라. 그러다 보면 훗날 큰 도움이 될 것이다. LG화학이, 내가 투자할 당시, 주당 가격이 2-3만 원 정도했을 겁니다. 물론 그땐 전기차용 배터리 이야기는 없었지만 이미 전기 배터리를 주요 사업 품목으로 거론하고 있었을 때고. 지금은? 주당 74만 원 하네요. 틀린 말이 아니죠. 여하튼 요는 이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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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두가지 일을 당하고 겪으며 내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렇구나, 돈이 있어야 하는구나. 누군가의 말처럼 돈 있는 노인은 노신사지만 돈없는 노인은 늙은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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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 카페에서 오디오가 사라졌죠? 오디오 사업의 가장 큰 맹점은 자금의 부동화입니다. 구매 원가 + 운송비 + 수리비 + 수리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기회 비용 (당일은 일을 못하니까) + 재고 비용등등을 합하면 앞에서 벌어 뒤로 홀라당 까먹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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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나를 착각 속에 빠져 들게 한다는 점입니다. 10대를 도입하면 바로 팔리는 건 2-3대 뿐. 또 다른 2-3대는 6개월 이내에. 결국 잘반 정도는 재고로 쌓여 있습니다. 하지만 빈티지 오디오 가격은 해마다 오르니 그걸 현시세로 환산할 때마다 자산이 증가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1년 이상 팔리지 않는 기기는 악성 재고에 불과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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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의 회전을 위해선 또 신규로 입고시켜야 합니다. 즉 앞서 반 정도 정리한 돈을 다시 구매로 돌리니 수중에 돈은 없고, 실컷 수리해서 찾아와도 1-2년 쌓여 있으면 또 고장. 전자 제품은 주기적으로 전기밥을 먹이지 않으면 고장 나기 마련입니다. 계속 빚은 쌓여 갑니다. 알게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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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에선 벌어도 가계를 유지하자면 지출은 늘어나죠. 이건 또 마느님과의 분쟁의 단초입니다. 아니 돈 벌어 주는데 왜 빚이 느냐? 지금 생각해 보면 바보같은 생각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리곤 계속 내가 잘났다 우겨댑니다. 저거 봐라. 작년에 얼마했는데 지금 얼마게? 그냥 놔두면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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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오디오쟁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집니다. 잘은 모르지만 거의 위와 같은 전철을 밟으며 흑자도산한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이걸 깨닫기 까진 무려 10년 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결국 오디오를 접기로 하고 목하 정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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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큰돈 벌겠습니까? 끽해야 빚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정도? 그 정도로 목표를 정했네요. 혹시 블로그 방문하시는 분들 중에 오디오로 뭘 해보겠다. 참으세요. 잘 되지 않습니다. 정 하고 싶다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보세요. 빵꾸나면 메꿀 무언가, 한방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나이에서 한번 고꾸라지면 다시 일어서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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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진짜 중요한 각성은 따로 있습니다.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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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기 전에 쓰지를 말아야 한다는 거죠. 증권회사 사장의 말처럼 불요불급한 지출부터 끊어버려야 하죠. 술도, 담배도, 심지어 친구조차도. 돈이 없으면 만사 허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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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는 모든 분들, 남은 한해 열심히 사셔서 돈 좀 만져 보시기 바랍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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