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을 보면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네이버를 주로 보는데 왜 이리 메인에 보수 언론의 현 정부 때리기가 항상 상단에 위치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그다지 호의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애당초 박근혜 씨를 끌어내릴 때 선봉에 섰던 이들 중엔 이들 보수 언론이 대단했었습니다. 어쩌면 촛불의 원동력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입에 따라 보수층의 표심이 등락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엔 현 정부에 대해 날카로운 칼날을 세우고 있으며 앞뒤 다 잘라버린 가짜 뉴스에 가까운 설까지 버젓이 올리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무슨 이유로 그들은 박근혜 정부와 등을 졌으며 또 무슨 이유로 어쩌면 자신들을 위기에 몰아넣을 수도 있는 피플 파워에 동조했을까요?
그리고 이번엔 또 무슨 이유로 대통령을 특검 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몰고 갈까요? 난 볼 때마다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하여 이리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전 정부와 대척점에 서게 된 이유는 다른게 없다. 이미 모든 증거가 백일하에 드러난 이상, 감싸봐야 같이 묻힌다. 그러니 아예 선봉에 서서 이번에 이미지 쇄신 좀 해보자.
원래 전쟁이 끝나면 논공행상의 잔치가 벌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잔치에서 배제되기 시작했지요. 섭섭했을 겁니다. 여기에 현 정부가 가진 개혁안 중 재벌에 대한 개혁 드라이브가 가동되자 존립 기반 자체에 대한 위협을 느꼈다고 봅니다.
삼성 총수의 구속은 솔직히 충격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바뀐 세상에선 통할 수 없는 부정이었지요. 나랏돈을 축내다 못해 이젠 국민들의 노후 쌈짓돈으로 장난질하며 재산 상속을 받았으니까요.
삼성에 대한 공격은 막 시작했다는 느낌입니다. 아마 현 정부도 삼성을 꺾지 않고선, 아니 사지를 다 잘라 버리고 완전 해체의 수순까지 나가지 않고선 멈출 수 없는 입장이지요. 그 외 재벌들은 다 숨만 죽이고 있는 상황인데.
가장 먼저 타격을 가한 곳은 삼바, 즉 삼성 바이오로직스입니다. 글쎄, 삼성 입장에선 아무 문제가 없었고 그때 맞는고 하다가 이제 와서 왜 그러냐. 이미 시총 40조에 육박하는 기업에 대해 어떻게 상폐를 언급하느냐. 하지만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회계 원칙상 의문스러운 점이 하나 둘이 아닌 모양입니다.
게다가 이 회사의 상장이 과거 경영권 승계 문제에 직결되어 있으니 정부와 삼성 간의 한판 승부는 피할 수 없던 차에 삼성 증권의 유령 주식 사건이 터진 거죠. 삼성 입장에선 악재의 연속이라.
게다가 오늘은 삼성생명을 통한 계열사 지배를 줄이라는 요구까지 나옵니다. 이 대목도 아주 묘하죠. 어찌 보면 정당한 투자를 통한 계열화이지만 사실 삼성생명의 돈은 삼성생명의 것이 아니죠. 수많은 보험 계약자들의 보험료이고 보험금입니다. 그 돈을 사사로운 목적으로 전용하는 건 기업 윤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반증하는 거죠. 그래서 재벌의 금융산업 진입에 장벽을 수두룩하게 쌓아둔 겁니다.
김상조 교수까진 막지 못했으나 김기식 금감원장의 경우는 선방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장하성, 김상조, 김기식.. 분명히 살 떨리는 저승사자 군단이었지만 구 여권과 보수 언론의 집요한 공작에 일단 정부가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김기식 씨의 퇴진엔 여운이 많습니다. 그렇게 공격했던 외유성 출장과 셀프 기부 등등은 정작 그렇게 물러나라 소리 높였던 구 여권이 더했으니까요. 일단 김기식 씨가 물러나자 급하게 덮는 모습이란...
이렇게 삼성을 정조준하면서 자진해서 수류탄을 터뜨린 한진도 이젠 무사하지 못하리라 예견되고 있습니다. 어쭙잖은 딸내미의 갑질로 그간의 범죄적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나자, 탈세에 이어 밀수, 그리고 부정한 기업 운영 등등이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로도마에 오르고 있지요.
사실 우리나라 재벌들 작심하고 털면 멀쩡할 총수 일가가 있을까요? 상속세 포탈, 공금 횡령, 한진과 같은 밀수, 특히 역외로 빠져나간 돈은 도대체 얼마인지도 모를 정도지요. 오늘은 엘지가 걸렸네요. 100억이라.. 과연 그것만 일까요?
원래 이 부분은 다 알면서 넘어갔습니다. 어차피 선거엔 돈이 필요하니까. 피아 구분 없이 선거때만 되면 정보원들을 동원해서 누가 이길 것인가에 베팅들을 하지만 패자에 대해서도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우리만 그러냐, 선진국도 마찬가지죠. 권력을 등에 업지 않고선 치열한 경쟁에서 언제 도태될지 모르니까.
하지만 우린 조금 사정이 다릅니다. 경영과 소유가 엄격히 분리된 선진국들의 로비는 그들 사업 영역에서의 좀 더 경쟁 우위적인 위치를 선점하고자 함입니다. 즉 그들의 사업에 이롭게 입법을 유도한다든지, 경쟁 회사에 대한 압력을 통상으로 우회적으로 가한다든지.
우린 그런 로비가 아니죠. 무능한 후대들이 제약 없이 집권하고 대를 이어 부를 향유하려는 공생 관계입니다. 하지만 이 공생 관계는 대단히 특이합니다. 원래 공생관계는 선택적입니다. 하나가 없다면 하나가 반드시 죽는 관계가 아니라 남은 하나가 좀 더 가혹한 환경에 노출되는 정도입니다만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의 공생은 빨대를 서로에게 꽂고 하나가 빼면 하나도 죽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관계는 정당한 로비가 아닌 돈으로 일그러진 약점 잡기에 이은 협박과 협잡이 전부죠. 결코 존재해선 안될 악의 축이자 순수한 악의 덩어리입니다.
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왜 갑자기 우호적이던 언론들이 날을 세우느냐가 분명해집니다. 그들은 돈의 지배를 받고 돈의 힘으로 세상을 이끌어 왔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봇물 터진 정보의 홍수 앞에선 누구도 우위를 점할 수없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합니다. 그래서 저렇게 어깃장을 부려가며 대세를 막으려고 하나 봅니다.
하지만 이젠 과거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보호해 주던 산업의 영역은 이미 보호망을 넘어선 경쟁자들의 인정사정없는 난도질에 거덜이 났습니다. 조선, 자동차, 이젠 반도체까지. 이젠 정부도 더 이상 봐주려야 봐줄 수가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린 좀비 재벌들을 안고 가다간 나라가 결딴날 지경임을 안 거지요.
부는 원래 독점될 수가 없습니다. 능력이 있는 자가 수명을 다하면 그 부는 그보다 오래 살 수 있는 능력 있는 자에게 넘어가야 마땅한데 그걸 인위적으로 막으며 오늘까지 버텼으니 앞날은 뻔한 겁니다.
그런데 과연 성공할까요? 난 당분간은 어럽겠지만 결국엔 뜻대로 가리라 봅니다. 자연을 거스를 순 없으니 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도 어느 정도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너무 지금 상황에 절망해선 안됩니다. 원래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입니다. 그깟 재벌 몇 개 없어진다고 해서 나라가 결딴나지 않습니다. 그 빈 자리는 너무도 탐이 나기 때문에 금방 대체 세력으로 채워집니다.
한진 해운을 또 언급해서 미안한데, SM 해운이 다 차지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없어지면? 샤오미가 다 차지할까요? 그 출신들이 나와서 새로운 기업을 일구고 백가쟁명 할 겁니다.
산중에 호랑이 몇 마리가 자리 잡고 늑대들을 해치워 준다고 해서 희희낙락할 게 아닙니다. 처음엔 몇 마리였지만 경쟁자가 없다 보니 도태되어야 할 기형 호랑이도 나에게 고기 달라 소리칠 겁니다. 언젠간 먹잇감이 모자라면 그들끼리의 살육이 벌어지겠지요. 이후엔 아무도 없을 겁니다. 먹잇감이 없으니 지들끼리 먹고 먹히잖습니까?
그 상황이 오기 전에 건강한 생태계를 회복해야 하지요. 지금은 절망보단 희망을 품어야 할 때입니다.
'세상 이야기 > 길 위에서 묻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닌데 왜 아니라고 말을 못하게 하는가요? (0) | 2018.05.11 |
---|---|
"재벌개혁 3~5년 내 마무리"…김상조 공정위원장 (0) | 2018.05.10 |
Resurrection blues (0) | 2018.05.09 |
내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사회가 이상한 건지.. (0) | 2018.05.07 |
주한 미군 ㅎㅎㅎㅎ (0) | 2018.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