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견제가 가능하나 견제가 되지 않는..

운산티앤씨 2018. 4. 25. 09:15




그대 그리고 나 - 소리새 1988


기업이 공개를 하는 이유는 경영상 필요한 자금을 불특정 다수로부터 용이하게 조달하기 위함 입니다. 그러나 그 전제는 다수로부터 거둬들인 돈의 용처는 투명하고 또한 정당하게 사용하겠다는 선의의 서약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가장 중요한 이 부분에 대해선 허울뿐인 감시제도과 감독권만 있었을 뿐 실제론, 툭하면 거들먹거리는 경영권 침해와 이로 인한 기업 발전의 저해, 노동조합의 창궐로 인한 국가 경쟁력 약화란 빌미를 들어 방관하다시피 해 왔습니다.

요즘 모 항공 사주들의 도를 넘는 갑질, 독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모 그룹의 노조 탄압 등은, 겉으론 경제발전 앞세우며 뒤로는 야합한 정경의 유착이 출산한 괴물들이 부리는행패입니다.

난 이들을 볼 때마다 슈퍼 깡패란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조용한 마을에 어느 날 덩치 큰 깡패가 흘러 들어옵니다. 처음엔 조용히 지내며 관망만 하다가 때가 되었다 싶으니 골목 깡패, 동넨 양아치들을 제압하고선 대장질을 시작합니다. 관가 입장에선, 그동안 허접스러운 사건으로 골머리 썩게 하는 녀석들이 큰 놈의 위세에 눌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니 딴엔 편합니다.

그러나 슈퍼 깡패의 속셈은 따로 있습니다. 모두 진압하고 제일 큰 파이를 독식하겠다. 무섭게 성장하면서 관가에까지 손을 뻗친 그 깡패의 악행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잡범 잡으며 날밤 새던 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도 조용하고 촌민들 역시 이놈 저놈 찾아와 삥 뜯던 때보단 한 놈에게만 상납하면 되니 오히려 나아졌다 착각을 하게 되지요.

깡패는 점점 담대해져선 조직의 어린애들을 키워 관가에 집어넣어선 이젠 관가까지 주므르며 세상을 호령합니다. 그리곤 뭐든 자기 밉맛대로 규칙을 정하게끔 하며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는 일부 촌민들을 불가촉천민으로 낙인찍고 쥐도 새도 모르게 처단해 나가지요.

하지만 세상은 넓습니다. 그간 깡패의 악행을 지탄하지만 미약했던 이들이 세력을 규합하며 커지고 다른 동네 깡패들도 눈여겨보기 시작하자 슈퍼 깡패는 다급해집니다.

우리 없었을 때 어땠지? 만약 우리가 없으면 누가 돈 벌여 너희들 먹여 살리지?

촌민들이 아차 싶어 훑어보니 동네 마차도, 식당도,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하던 전당포도 전부 깡패의 수중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게 전부 문을 닫는다면 누가 피해를 볼 것인가?

그러나 그들은 그런 편의시설들이, 원래는 자기 것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겁니다. 그리고 용불용설처럼 원래 갖고 있던 능력마저 퇴화하여 마치 볼썽 사나운 티라노의 앞발처럼 되어 버린 게죠. 이젠 촌민들은 둘로 나눠 싸움박질을 합니다. 이대로가 좋다,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린 영원히 노예 신세를 못 벗어난다.

깡패가 저지른 악행 중 가장 질이 좋지 않은 건, 온 동네를 높은 담으로 쌓아 세상과 갈라놓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세상의 소식을 가공해서 촌민들에게 알려줘 부지불식간에 세뇌를 시켰다는 점입니다. 우리 없인 너희들은 죽어, 인마.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달리 나왔겠냐. 그래도 우린 밥이라도 먹게 해주잖아, 다른 동네 양아치들이 들어오면 너희들은 국물도 없어.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난 중국에서 재생 플라스틱을 공정에 재투입하는 회사를 중국과 우리나라 기업 외엔 보지 못했습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플라스틱 사출을 하다 보면, 혹은 최종 검수에서 불량 판정이 난 제품들에서 재활용 플라스틱이 나옵니다. 난 이걸 빼서 팔고자 했지요.

하지만 거긴 아무나 들어가는 곳이 아니더군요. 적어도 사주의 핏줄 혹은 충견 노릇을 하던 전직 고위 임원들이 낄 자리였던 게죠. 그들은 이중 삼중으로 부정스러운 행위를 했습니다.

외부인에게 팔면 비싸게 받을 재활용품들을 싸게 측근들에게 공급합니다. 첫 번째 도적질입니다. 측근들은 그것을 다시 펠렛으로 제조해서 신재에 육박하는 단가로 원래의 공정에 납품합니다. 물론 이 펠렛의 가격은 외부인이 더 쌉니다. 두 번째 도적질입니다.

마지막으로 측근들은 벌어들인 돈을 현금으로 사주에게 상납하지요. 세 번째 도적질입니다. 기업을 공개한 주식회사에선 있어선 안되는 일들입니다.

재벌이 욕을 먹는 이유는 바로 이런 부도덕성입니다. 쥐꼬리도 안되는 지분으로 계열사를 좌지우지, 마음대로 경영을 하며 속살을 빼먹습니다. 그리고 경제를 빌미로 은행에선 저리로 마음껏 퍼다 쓰고선 실패하면 말단 직원들만 조져대고선 자신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배 째라 하지요. 우린 돈 한번 잘못 빌렸다간 평생 쫓기며 원금보다 더 많은 이자까지 내며 살아야 하는데.

직접 투자보단 간접투자가 우리에겐 더 익숙합니다. 주식 시장은 투전판이니 들어가지 마라면서 선을 긋고선, 사실은 정보의 루트를 부당하게 점령하고선 그리고 불공평한 룰을 정해 놓고선, 대신 돈을 받아 투자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기 파이를 찾겠다면, 적어도 그들이라도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런 부당함을 감시하거나 실패한 사주, 경영진을 압박하지 않습니다. 돈을 대준 은행도 마찬가지. 잘못되면 나라가 책임질 텐데, 왜? 정부가 빌려주라고 했고 묵시적인 보증이 있으니 굳이 사이 나빠질 필요 있냐. 게다가 밉보이면 내 자리도 위태로운데 굳이 나설 필요가 있나.

국적기, 국적선은 주소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붙이는 호칭이죠. 그건 박탈할 수가 없는 겁니다. 좀 알고 떠들던가요. 하지만 초기 투자가 어마어마하죠. 대당 수백억, 척당 수천억을 호가하는 비행기와 선박을 누가 초장부터 자기 돈으로 사들입니까? 그렇기 때문에 선박회사와 항공사는 늘 부채를 머리에 이고 어깨에 지며 사는 게죠.

그렇다면 이들과 투자자, 금융권 사에선 누가 갑일까요? 답은 뻔한데도 누구도 나서지 않습니다. 그건 왜 일까요? 몰래 들여온 양주와 명품의 수혜자가 그들이겠습니까? 고작 몇 명 되지도 않은 가족들이 쓰기엔 양이 너무 많지요. 이제라도 늦이 않았습니다. 거대 해운 회사 하나가 공중분해된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경영 탓이지요.

난 선사 생활도 오랫동안 해봐서 잘 압니다. 어마어마한 달러가 어디로 어떻게 빠져 나가는지. 지금 당장 내쫓아도 아마 수백 년은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을 겝니다. 기회만 생기면 만드는 기업의 해외법인, 이게 가장 큰 목적일 텐데요?

모 회사의 직원들 사이에서 암이 빈발하자 노동부가 나서서 원인 규명을 하겠다 하니 기업 비밀이라며 안된다 합니다. 그리면서도 직접적인 연관이 아니니 직업병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 생떼를 씁니다.

이거 참 대단히 희귀한 주장입니다. 연관이 있고 없고를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건가요? 이런 예를 들어 보지요. 어떤 집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고 신고가 들어와서 경찰이 출동합니다. 주인은 장 담근 냄새라고 우기죠. 그러나 옆집에서 며칠 전 싸움 소리가 났다고 증언을 하며 그 집 여자가 보이지 않는다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법원에서 수색영장을 받아와선 뒤지려 하지만 난데없이 그 집엔 아무 일도 없을 테니 들어가지 말라고 갑자기 영장을 취소합니다. 그런데 냄새는 날로 독해지고,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작업환경이 노동자에게 적합하지 판별하는 건 자율이 아닌 법적 강제조항이고 이의 준수를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은 분명히 정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부하다니 언어도단도 이 정도까지 일 줄이야. 그리고 작업 환경을 측정하는데 무슨 기밀 누설이 되는가요? 공정상 방출되는 유해 물질이 어는 정도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인체에 유입되는 경로가 있다면, 찾아내고 그 정도만 측정하는 건데 원재료 투입량이나 비율을 알 필요는 없지요. 만약 공정이 노출됨을 꺼려 한다면 그건 더 이상하지요.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다면 모르되 여기저기 다 하는 공정입니다.

회사 일하다 다친 이에겐 지독스럽게 짜게 굴지만 정계와, 언론, 법조까지 아낌없이 돈을 써서 입막음을 해왔고 조금 더 잘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던 약자들은 녹화사업이란 말도 되지 않을 수작을 부린 거죠.

난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많은 수익의 비율이 대체 얼마인가, 즉 국내와 국외의 비율 말입니다. 여기선 제값 이상으로 받아 챙기고 외국에선 반값에 1+1을 하던데 정상적인 이익구조인가. 그리고 그 아래 있는 계열사들은 과연 정상인가? 끽해야 제네릭 생산하는 주제엔 무슨 되먹잖은 제약이라고 헛소릴 하는지.

슈퍼 깡패가 진화를 거듭해선 이젠 손대기조차 어러울 정도이지만 이젠 도려낼 때입니다. 잠시 동안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머잖아 빈자리는 건강하고 건전한 우리의 아이들로 채워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뻗대고 있는 한, 우리 아이들은 자식을 생산하지 않을 것이고 암울하고 피곤한 삶만 살 뿐입니다.

난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실장만큼은 좋게 봅니다. 정쟁에 말려 들지 않고 오로지 남북 관계의 안정에만 주력하는 모습. 난 그들이 이 모든 구태와 악습, 그리고 깡패를 일소하는 정답을 알고 있다고 봅니다.

그 정답이 뭔지 아십니까? 슈퍼 깡패가 근 백 년 입고 있던 갑옷, 반공 프레임으로 짠 그 튼튼한 갑옷을 벗겨 불태우는 것입니다. 이 일 외엔 해결책이 없으니 다가올 며칠이 참으로 중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