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몇몇 분은 아차 싶었을 것입니다. 오늘 부로 쌍둥이 기사가 자취를 감춥니다. 어제까지 죽일듯이 달려 들다가 말이죠.
어제 본격적으로 변호사를 통한 반박이 나오자 슬금슬금 꼬리 내리는 모습이더니 언니의 모의고사 성적이 공개되자 몇몇 철없는 애들은 그 성적으론 1등이 결코 될 수 없다? 언젠 모의고사 성적이 곧 실력이라면서? 설사약 먹고 나온 복싱 선수치곤 대단한 선방입니다.
그리고 교육청에서 취한 조치,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1심 재판 결과도 나오기 전에 0점 처리, 파면 권고. 포퓰리즘의 진수를 보여 주시네요. 선출직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인가?
아무리 급해도, 아무리 여론이 악화가 되었다 한들, 메트로 시티의 교육부 위상에 걸맞는 처신을 해야 하거늘.
쌍둥이 측에서 내 놓은 반론을 보면 그들이 왜 지금까지 그토록 경찰이 원하는 자백을 하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가 명백하게 나옵니다.
사실 정황증거란 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입니다. 동기가 있었다고 모두 범죄자가 아닙니다. 그런 식이면 우린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이미 범죄자 대열에 낀 셈입니다.
예를 들어 차를 몰다가 시비가 붙었고 험한 욕설이 오고 갔다. 그런데 며칠 후 일방이 갑자기 죽었다. 용의선상에 오르겠지요. 불러서 조사도 할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1주일 전 목요일 저녁에 뭐했는지 정확히 기억하시는 분이 있습니까? 회사 다니지 않고 자영업이나 외근직이라면?
난 2-3일만 지나면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경찰에 불려가 일주일 전에 피해자 사망 시각에 당신 어디 었었느냐? 아마 대부분 모르겠다고 할 겁니다. 아니면 집에 있었겠지요 정도?
아... 알리바이가 없네요. 강력한 용의자로 떠오릅니다. 동기도 있겠다, 알리바이도 없다. 그런데 휴대폰 위치 추적을 해보니 마침 사망 지점 근처에 있었던 거라. 이거야 말로 빼박이지 뭐. 드디어 영장 받아 수색하니 집안에서 피 묻은 옷이 나옵니다. 사실 그건 용의자가 지난 주 술 마시고 누구와 드잡이 하다가 묻은건데 말이죠. 하지만 용의자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라? 국과수에서 감정하길, (이게 맞는지 모르지만) 피해자와 동일 혈액형은 맞지만 같은지는 알 수 없다. 즉 양이 너무 작다. 빼박 하나 더 생겼습니다. 하두 잔인하게 살해된 터라 여론이 들끓고 경찰서엔 기자들이 장사진을 이루며 실시간 생중계를 해대지요.
전후 사정 잘 모르는 우린 욕부터 합니다. 차 몰다가 쌍욕할 정도 위인이면 볼짱 다 본 거다. 저 새끼가 앙심 품고 죽인게 맞다. 셜록 홈즈부터 명탐정 줄줄이 다 나오십니다. 심지어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진단하는 심리학자나 교수님까지.
하지만 정작 본안 재판에 가선 물증이 없습니다. 흉기도 없고, 그날 용의자의 행적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피해자가 죽은 시각에 그 근방에서 용의자가 목격되었거나 CCTV에 찍힌 바도 없지요. 판결은 이리 나지 않을까요? 동기나 알리바이가 불충분한 사실은 없으나 물적 증거가 없는 관계로 무죄.
자, 이젠 판사가 욕을 먹을 차례입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 무참하게 살해되었는데 유일한 용의자를 풀어 주다니, 미친 거 아냐?
한편 용의자로 몰렸던 이의 일상은 철저히 파괴됩니다. 구속되어 재판 받으니 어느 직장에서 용서할까. 파면 당하자 이젠 돈줄 끊어진 줄 안 은행애서 차압 들어오고, 집 날리고 충격 받은 부친은 자살, 마누라는 애 버리고 야반도주.
그런데 몇 달 후 진범이 잡힙니다. 그래서?
아무도 사과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보상하지 않지요. 고작해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지만 그가 입은 피해를 원상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가혹하게 댓글을 달며 여론을 주도하던 이들은 아예 기억도 못할테지요.
처음부터 난 이 사건이 너무 미심쩍었습니다. 왜 자매는 동시에 1등을 하면 안되는가? 중간 정도 성적을 거두던 애들은 노력을 해도 1등이 될 수 없다는 법이라도 있는가? 가장 상식적인 의문입니다.
이 질문부터 해보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시끄럽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분위기에서 터져 나온 시간이라, 덤태기 씌워 피곤죽을 만들어 대리 배설들을 한 겝니다.
만약에 말입니다. 본안 재판에서 증거 불충분이든 뭐든 이들이 무죄를 받고 풀려난다면 그땐 지금 욕하는 이들이 어떤 보상을 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학교 앞에서 촛불 들고 시위했던 다흔 학부모들, 전부 본인 자식들 점수 일부를 떼서 이 아이들에게 보상해 줄 수 있을까요?
교육부에도 물어 봅니다. 애초 학교는 판결 전까지는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다였는데 그대들이 뒤집었습니다. 만약 무죄가 나온다면 아비와 자식들에게 어떤 보상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책임지고 사퇴 같은 소린 말고.
경기가 어렵다더니 다 개뻥인가 봅니다. 생업에서 시간이 남아도니 이 작당질을 하는 게 아닐까요? 잘들 살펴 보시고 당사자가 아니면 흥분하지 않는 버릇을 들여야 합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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