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수리 차, 서울 도심을 다녀왔습니다. 일전 청계천을 보며 게거품을 물었지만...
문젠 도로엔 차가 넘쳐나지만 거리엔 사람이 없습니다. 이 모습은 실로 10여 년 전과 비교했을 때와는 천양지차입니다. 그땐 길거리를 걸어 다니기 짜증 나도록 사람이 복닥거렸습니다.
얼마 전 글에서 서울 중심 상권이 무너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큰 소릴 쳤는데 어제 신문에 그런 기사가 났더군요. 내가 뭐 잘났다고 앞을 내다보겠습니까만 은..
첫 번째 원인은 요즘 말하는 플랫폼 기능이 오프라인에서 아예 온라인으로 완전히 이전해 버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서울역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교통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서울역 주변엔 수많은 유동인구를 보고 상인들이 몰려 들었고 그 밀집도는 구매자의 발길을 잡아끌었지요.
그러나 이젠 물류의 흐름은 우리가 지금 보는 현실이 아닌, 인터넷 속의 가상 공간입니다. 물론 실제 흐름은 과거와 별반 차이는 없을지 모르지만 물건을 진열하고 보고, 고르며, 구매한 뒤 배달하는 기본적인 모든 행위와 약속들이 현실 속이 아닌 곳에서 현물을 보지 않고도 이루어지니 도심 내에 자리 잡은 수많은 상점들이 그 기능을 당연히 잃어가는 것이겠지요? 일설엔 이마트나 홈 플러스와 같은 대형 할인 마트도 곧 위기에 봉착하리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집사람이 장 보러 가자고 이마트 가자고 한때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네요?
두 번째는 워라벨로 대표되는 노동 형태의 변화입니다. 개인보단 조직, 그리고 그를 위해선 개인의 취향, 재미, 개성 따윈 무시되던 시대가 종말을 맞고 이젠 저녁이 있는 삶이 가장 가치가 있으며 실제 기업에서도 그럼 방향으로 노동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회식문화. 아마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기업 문화일 텐데 그 정도는 일본보다 더 심하죠. 글을 쓰는 나도, 오전 8시 이전 출근, 저녁 9시 퇴근. 1차 소주, 2차 맥주, 3차 노래방, 4차 #$ㅆ%ㄹ# 후 다시 입가심으로 5차, 어떤 날은 밤을 꼴딱 새워 퍼마시고 아침 식사시간에 해장. 이런 식으로 밤새 서울 중심부를 뱅뱅 돌며 몸을 작살냈으니까요.
요즘 이러자고 하면, 설혹 내가 돈을 다 낸다고 해도 다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겁니다. 서울 중심 상권은 절반 이상은 다 이런 음식료업과 서비스 업종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저녁 매상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죠. 다들 일찌감치 퇴근하고 집으로 향합니다. 나날이 매상이 줄어들 수밖에요.
1차적으론 밥집, 그다음은 술집 순으로, 고깃집, 소주와 맥줏집, 홍등가 순으로 없어지고 그 뒤를 이들을 보고 자리 잡았던 생활 밀접형 업종들과 쇼윈도 업종들이 바통을 이어 받겠지요.
신문에 난 말도 안 되는 내용 중 하나가 세종시에 월세 360만 원 하는 10평 점포가 240만 원으로 낮추니 나가더라. 나가긴 뭘 나갑니까? 그 정도 밀도론 이 월세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그곳은 밤이면 유령도시라고 하던데. 선진국의 대도심의 대부분이 이렇게 유령화, 공동화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던 때는, 임대료와 지가가 바닥을 치고 난 후였으니까.
그러나 이젠 또 양상이 다릅니다. 임대료가 낮다고 해도 변두리와는 다를 텐데요, 아마존에 대한 기사를 찾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미 미국엔 일부 생활에 밀접한 업종들 몇 가지만 겨우 먹고 살만할 뿐 나머진 전부 온라인의 공룡들이 다 집어삼켰습니다. 따라서 서울이라고, 용가리 통뼈라고 해도 앞으론 낮 시간대 손님만 상대해도 감당될 수준까지 임대료는 떨어질 테고 그에 따라 부동산도 찬바람을 맞을 겁니다.
그리고 그제 한 이야기. 이젠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의 절대적인 숫자가 과거와 같지 않습니다. 일부 언론에선 고용 쇼크 어쩌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니까 참 말 안 들어요. 물론 몇몇 거대 산업의 퇴조와 그로 인한 당연 퇴직자가 있겠지만 기업 구조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과거 내가 다니던 회사를 보면..
총무 10명,
회계 15명,
자금 10명,
비상 계획부 (예비군 중대 ㅎㅎ) 4명,
5개 영업팀 각 10명, 총 5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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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중견기업이면 얼추 잡아 100명은 넘는 사무직이 필요했지만 요즘 누가 그렇게 사람을 씁니까? 난 기업의 수가 절대적으로 줄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군살을 잘라내는 과정이고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은 이들의 몫은 점점 더 커지고 뒤처진 자들은 한계 업종이나 하급 노동 직종에서 헤매게 됩니다. 최저임금으로 대변되는 업종들., 택배, 운전 (이 역시 곧 사라지겠지만), 각종 알바, 가사, 건설 노무, 경비 등등. 아직 AI가 침투하지 못했거나 대세를 잡아도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한 직종들로 추락하겠지요.
강남 집값? 비정상 아닙니다. 우린 눈엔 비정상이지만 앞서 말한 살아남은 자들의 눈에 10년 전, 20년 전 중류층으로 살았던 이들의 눈에 비친 물가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난 서울 시내에 더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은 서울 외 지역의 공동화만 가져올 거라고 봅니다.
정말 집값을 잡자면 집을 더 지을 게 아니라. 가장 먼저 서울 시내 요지에 도사리고 있는 대학들을 쫓아내야 합니다. 닭이냐, 달걀이냐를 따지기 전에 사회 전반에 퍼진 출세의 공식을 깨야 한다는 거죠. 서울 시내 대학 진학, 의사. 변호사 혹은 대기업 취업. 언락하고 안정된 삶. 그리고 기업들은 인력 수급의 원활과 로비를 위해서 서울에 버티고.
이미 정부기관을 전국으로 뿌려지고 있지만 그래봤자입니다. 듣자 하니 세종시에 싸게 아파트를 공급받은 공무원들께선 월세로 살며 그 아파트들을 시세차익 얻으며 팔고선, 다시 그 자금으로 강남 집을 샀다는 이야기가 ㅎㅎㅎ...
그러나 너무 비관적으로 보진 마십시오. 그래도 살 수 있고 살만합니다. 지금 이 상황이 정말 1984를 소환해야 할 만큼 비정상은 아니잖습니까? 지금의 타임 라인에서 선 내가 보는 1984는 돈 주며 가라고 해도 못 갈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의 싦이었거든요.
나와 같은 시각을 가졌다면 비관보단 그런 무너진 폐허 속에서 무엇을 건질까를 생각하실 겁니다.
이 곡은 몇 번이나 올렸습니다. 정말 좋은 가사와 가락, 그리고 고병희의 찰지고도 맑은 목소리가 너무도 어울리는 곡입니다. 즐감하세요. 난 장사하러 갑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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