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Me Too 1

운산티앤씨 2018. 2. 9. 23:36


Don't Look Back In Anger (Remastered)


이 글은 이전 글을 읽어 보지 않으면 상등신 달밤에 우지짖는다 할 것이니...

하여간 그 일이 있고 난 이후, 부장은 '놈 참 의리 있더라' 입에 달고 돌아다녔다. 무슨 속셈일까?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의 권의에 정면으로 도전한 발칙한 놈을 같이 날리기보단 그렇게 칭찬하고 띄워주어 아군으로 만들고 결국엔 돌격대장으로 삼았으니 정말 무서운 사람이고 두려운 계략이 아닌가.

더 웃기는 일은 그 사건이 인사과를 통해 경영층까지 전달이 되어 인사팀의 유력자까지 찾아와 전말을 묻고 보고하고. 어휴... 졸지에 가짜 영웅 노릇하자니 참으로 웃고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난데없이 울린 전화 너머로 낯선 여인의 목소리가... 누구쇼? 라는 질문에 답하기를 1층 00영업부에 근무하는 모시기라고 한다. 뭔 일이데요? 라 묻자 전화론 곤란하고 밖에서 보잔다. 이기 도돵최 무슨 변고인고 싶어 나갔더니...

사연인즉,

그 아가씨가 꽤나 미인으로 정평이 있던 바, 10층부터 1층까지, 그리고 총각부터 유부남까지 껄떡거리지 않는 놈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소녀 가장이라 갖은 더러운 치근덕거림을 참아가며 꾸역꾸역 나오고 있는데, 두어주 전부터 난데없이 그 부서의 부장이 심상치 않다고 하네?

이게 뭔 소리야.. 날 보고 어쩌라고. 하지만 눈물 콧물 흘려가며 그 만행을 늘어놓는데.. 참... 나이 50 다 돼가는 놈이 전세 얻어줄 테니 살림을 차리자 더라나? 놀라서 기겁을 하고 도망치듯 퇴근을 했는데 이후 틈만 나면 불러 옆에 앉히고선 어깨에 손을 두르거나, 손을 잡거나. 퇴근 때만 되면 무슨 핑계를 대서건 붙잡아 두고 밥 먹자, 술 마시자, 집에 데려다줄게 등등. 하도 질알앰병이라 미친 척하고 한번 동승했더니 냅따 강변북로로 빠지더라나?

두렵기 이전에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나 싶어 그 자리에서 차 문 열고 뛰어내려 죽겠다 소릴 질러대니 얼굴이 노래져선 도심으로 차를 빼고 세우더란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기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죽고싶다.

한데 그 자리엔 둘만 있었던 게 아니다. 여직원회에서 꽤나 윗자리를 차지한 언니 둘에 나랑 친하게 지냈던 모모양까지. 입을 맞춰 이런 일에 나서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지..

뉘미럴... 속으로 참 둋댔다 싶었지만 나도 뒤주 안 시궁쥐 신세라는 걸 알아채는 데까진 그리 길게 생각할 필요 없었다. 여기서 발 빼면 나도 같이 묻히는구나.

그날 이후 팔자에도 없었던 여자애의 남친 노릇을 해야 했다. 거참... 퇴근 시간이면 그 부서 앞에 있다가 부장의 손을 뿌리치고 기집애가 나오면 난 그 앞에 떡하니 서 있고. 화들짝 놀라서 쳐다보면 머 이런 개 C...라는 시선을 주고 손을 잡고 나왔다.

그렇게 1-2주 지났나. 슬슬 사내에 둘이 사귄다더라, 심각하다네 어쩌네 소문이 돌더니 급기야 인사팀의 유력자가 내려와서 물어 보더라.

그쯤에서 정리했어야 하는데...

하지만 난 젊은 남녀 데이트 좀 하기로서니 무슨 대수냐는 식으로 대꾸했고  그 양반 왈, '홖끈하네' 하고선 올라가선 '둘이 사귄답니다.' ㅜㅜ

이 부장 새끼, 닭 쫓던 개꼬락서니가 되니 어지간히 분했는지 어느 날, 기어이 내 염장을 질러 화를 자초하고야 말았다. 아마 종로 근처 어디 나이트클럽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몇 놈이 거하게 퍼마시고 여자나 꼬셔 보잔 삼산으로 가메. 햐.. 이놈이 부서 회식 피날레를 거기서 장식하고 있었다. 

모른 체하기 그렇고 해서 가서 인사를 했더니 이 개넘이 그 많은 직원들 앞에서 내 인사를 안 받고 능멸하네? 쪽팔리잖아. 쪽은 Anger이고 그 Anger는 나의 주력 에너지인데다 폭탄주라는 기름까지 얹었겠다 돌아서며 '개둍 같은.. C..'라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너 뭐라고 했어?'
오냐, 이놈 술 마신 김에 욕 좀 봐라 싶어 눈알을 부라리며
'뭐요? 내가 머라 켔는데? 귀는 존나 밝아가지고선..'

아침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간밤을 시간대별로 점고해 보니 참 사단이 둍같이 전개된게 아닌가. 부글 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출근하니...

아놔 이 새끼가 부장한테 고자질 중이라. 오나라 오나라 이리 오나라라는 부장의 손짓에 나비처럼 날아갔더니 호통을 쳐댄다.

'너 임마, 술 조심하라고 했어, 안 했어?  넌 왜 술만 처마시면 개가 되는 거야? 내 분명히 말했지? 나 없는데선 술 마시지 말라고.'

엥? 언제 그런 소릴 했는뎁쇼 하려는데 옆에 선 과장이 돼도 않은 윙크를 해대네? 어휴... 뭔 소린지 알겠슴니당.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원래 제가 술 마시면 개가 되는 체질이라 간밤에 부장님께 큰 결례를 지었습니다.' 하고 사과하니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나가면서 '자, 김 부장. 내 의견은 충분히 말했으니 조치 바랍니다.'

사실 그 새끼는 이사를 목전에 둔 선임이고 김 부장은 차장 따까리 엊그제 벗은 쫄병 부장이라.

'야, 너보고 사표 받든지 아니면 인사위원회 열어 징계하란다. 너 이 새끼야, 어쩔래?'
'그래요? 사표 쓰지요. 까짓 거. 대신 나갈 땐 저 씨발럼 대가리 뭉개줘야겠습니다.'
'이 새끼가 뭘 잘 했다고? 아가리 닫고 구구로 찌그러져 있어, 임마..'

직원들이 출근하고 어수선해질 무렵, 예의 그 인사팀 유력자가 나려 오시더니 손가락 호출을 했다.

'이번엔 또 머꼬? 누구 때맀노?'

할 수 없었다. 앞서 말한 여직원의 문제에 엮이기 시작해서 그 부장 새끼랑 악감정 쌓기 시작했고 어제 급기야 터질게 터졌다. 이 양반, 한참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진상을 조사해야겠단다.

'어차피 나야 이래도 잘리고 저래도 잘릴 텐데, 맘대로 하쇼' 하고선 자리로 왔지만 눈앞이 캄캄했다.

아.. 모가지 날아간 건 어무이 아시면 거품 물고 쓰러지실 텐데...

(재미 없지만.. 이쯤에서 그 여자애가 지금의 내 마누라다 이렇게 되면.. ㅎㅎㅎ)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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