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내 것은 아니지만 보기만 해도 므흣해지는 광경 아닙니까?
어젠 조금 골 때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막바지 작업 중인데 묘령의 아지메 한분이...
'수리도 하세요?'
'수리는 하지 않습니다. 의뢰는 받죠.'
'우리 집 전축이 어쩌고 저쩌고...'
'4만 원 정도 나오겠네요.'
'저기 집에 사람이 없어서 들어가질 못하겠네. 전화도 안받고. 어쩌죠?'
??? 어쩌라고. 날 보고 어쩌라고~~
'그러시다면 앞에 의자 있으니 사람 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세요. 전 일이 좀 남아서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나요?'
'(머야...) 아 네, 돌아 가시면 커피 드실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
'(머야. 끓여 달란 거여?) 바로 타서 드실 수 있어요.'
커피 한잔 들고 호로록 합디다.
'죄송한데 전화 한 통 쓸수 있을까요? 전화를 받지 않아서..'
'(머야. 지 전화로 안받는데 내 전화는 받어?) 네... 그러시죠.'
무선 전회기를 주었습니다. 스맛폰은 좀 빌려 주기 거시기해서. 그런데 말입니다. 이거 참, 웃기게 돌아 가네요. 커피를 들고 모퉁이를 돌아 내가 볼 수 없는 곳에 가시더니 사설을 시작하는데. 아뉘 문 열어달라고 하는 전화가 아니에요. 먼 분쟁이 있는지. 3분, 5분..... 끝이 없습니다.
그때서야 머리에서 연기가 푹 솟아 오르더군요. 이런 개나리 같은, 커피하고 전화 공짜로 하려고 오디오 수리 이야기했나. 시계 보니 거진 10분이 다 되어가고 속으론 국제 전화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까지. 뒷집이 원룸이라 뜨내기들이 많거든요.
급기야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아주머니. 남의 사업장에 와서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아 눼. 미안해요.'
그러면서 끊더니 다시 다이알을 돌리는 거라. ㅎㅎㅎㅎ
'나가세요. 앞으로 여기 오지 마시고요.'
이건 말로 끝났지만 더 골 때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해 여름 어느 날, 가게 옆을 지나다 보니 32인치 뚱뚱이 대우 티브이 나와 있더군요. 폐기물 딱지도 없이. 그런가 보다 했지요. 저녁 7시 좀 넘었나? 또 웬 아지메가 들어 옵니다.
'티브이 손볼 줄 아세요?'
'아뇨. 못해요.'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데 와서 봐 주세요. 비용 드릴게요. 미쿡에서 와서...'
'어디 사시는데요?
역시 원룸입니다. 미쿡에서 오셔서 그런 허접 원룸에?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멀지도 않아 따라 갔네요. 흐미 예의 그 뚱뚱이 티브이입니다. 그리고 고장이고. 그게 아마 무게가 30킬로 이상이죠? 게다가 들기 아주 조까치 만들었죠.
'고장 나서 못써요. 버리세요.'
'아하, 고장이구나. 어쩌죠?'
어쩌라고? 날 보고 어쩌라고? 혼자 사는데 허리가 어떻고 관절이 저쩌고. 결국 그 무거운 걸 들고 2층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문 닫히는 소리가. ㅎㅎㅎㅎ 저런 잣까튼 냔을 봤나.
가게 맞은 편 슈퍼 주인장은 내가 인상이 너무 좋아 그렇다네요? 아.. 이거 아무래도 용문신이라도 해야지 안되겠습니다. 어차피 군대 갈 나이도 아니고 사교 클럽 나갈 주제도 아니니.
이런 건 그나마 지나면 웃음이라도 지을 일입니다. 하지만 정말 사람 피곤하게 하는 건 오디오로 맺어지는 관계들입니다. 어째 좀 친해진다 싶으면 바로 나이 따먹기 들어 갑니다. 나보다 연배이면 당연히 대접해야죠.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이후 불쑥 찾아와선 가게를 헤집고 다니죠. 그리곤 뭔가 신기하거나 괜찮은 기기가 있으면 일단 찜하고 원가로 달라고 생떼를 씁니다.
안된다고 하면 별 소리가 다 나오죠.
이거 하나 없다고 가게 망하냐. 그런 식으로 다 가져가면 난 당연히 망하지.
내가 언제 공짜로 가져가더냐. 그 가격이면 공짜입니다요. 참내...
우리 사이에 이럴 수 있냐? 우리 사이가 도당최 뭔 사이냐고...
이거 어디서 사왔냐? 얼마에 사왔냐? 어떻게 사냐? 심지어는 정리 중인 장부까지 들여다 봅니다?
한두번 져주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거절하면 이번엔 집에 있는 걸 바리바리 들고 옵니다. 그리고선 기어이 찜했던 걸 가져가죠. 그리고...
나랑 안맞아. 내 꺼 도로 가져갈래.
이거 말고 다른 걸로 가져갈게.
한발 더 나가선 기기 하나로 연속 바꿔타기를 시도합니다. 전에 그거 있잖아, 그거 원래 80이거든. 가져간 건 60이고. 그러니 20이 남은 셈이지. 그래서 이번엔 80에 해당하는 걸 집어간다? 막습니다. 뭔 소리냐고. 80이지만 20과 맞바꾼건데 왜 거기 잔돈 계산을 하냐고.
야, 너무한다. 우리 사이에 그깟 20이 뭐 그리 대단하냐.
듣다 보면 우리 사이가 마치 수호지에 나오는 영웅호걸들 사이 같습니다? 매번 이런 식이니 결국 좋던 사이가 나빠집니다. 그리하여 원수된 이가 기십명은 될걸요?
요즘에사 오디오 샵 사장들이 왜 그리 퉁명스러웠는지 감이 옵니다. 그리고 간혹 나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이 있다고 전하는 이도 있고. 난 도대체 뭔 소린가 했는데요, 사실 물건에 이상이 있다면 바꿔주고 말지, 배째라는 없습니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릴하니 언성이 높아졌고 그런 경우는 누구도 받아 들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그 소리가 누구에게서 나왔겠습니까?
이거 보셔요... 나 그리 나쁜 놈 아니거등요. 아는 안면이면 깍아 주려하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 하거등요. 대체 왜 그러슈?
그리고...
댁들에겐 취미고 시간 때우기기겠지만 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이해할 지적 능력이 없는 겁니까, 아니면 하기 싫은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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